“(좋은 선발투수들과 함께 시즌을 치를 수 있어) 큰 행운이다. 좀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문동주(한화 이글스)의 성장 시계가 더욱 빨리 돌아가고 있다. 훌륭한 선발투수들과 함께하고 있는 까닭이다.
문동주는 한화는 물론이고 국가대표 차세대 에이스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우완 선발 자원이다. 2022년 전체 1차 지명으로 한화의 부름을 받은 뒤 그해 13경기(28.2이닝)에서 1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5.65를 써내는 데 그쳤지만, 2023시즌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3경기(118.2이닝)에 출격해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 신인왕의 트로피를 안았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좋지 못했다. 시즌 초 부진에 시달렸다. 후반기에는 반등하는 듯 했지만, 어깨 통증에 발목이 잡혔다. 그렇게 문동주의 2024시즌 성적은 21경기(111.1이닝) 출전에 7승 7패 평균자책점 5.17로 남게됐다.
절치부심한 문동주는 올해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다. 22일 기준 9경기(46.2이닝)에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2.89를 작성 중이다.
특히 20일 울산 NC 다이노스전은 그의 진가를 볼 수 있었던 일전이었다. 선발로 출격해 6이닝을 4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한화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총 92개의 공을 뿌렸으며, 패스트볼(41구), 슬라이더(24구), 포크(13구), 커브(10구), 투심(4구)을 고루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7km까지 측정됐다.
해당 경기 후 만난 문동주는 “항상 시즌을 하다 보면 좋을 때 있고 안 좋을 때가 있는데,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마운드에서 투구했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준비했던 게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온 것 같다”며 “제가 최근 계속 홈 구장에서만 던졌다. (울산 문수야구장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던졌던 게 좋은 작용을 한 것 같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사실 오늘 어떻게 시간이 간 줄도 잘 몰랐다. 그냥 ‘후다닥’ 지나간 느낌이다. (새 환경에) 적응했다기 보다는 적응하려고 하는 중에 시합이 끝난 것 같다. 저에게는 좋은 것 같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게 마운드에서 정말 도움이 됐다. 뭔가 좋지 않을 때에는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 좋은 흐름을 타다 보니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에서 문동주는 3회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권희동, 김주원에게 연속 안타를 헌납하며 1사 1, 2루와 마주한 것. 다행히 흔들리지 않았다. 박민우, 박건우를 각각 좌익수 플라이, 유격수 플라이로 유도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문동주는 “박건우 선배가 저를 상대로 강했던 기억이 있었다. 사인이 났을 때 조금 더 혼자 머리를 굴려 던졌던 것 같다. 혼자 생각했던 부분들이 있어서 (투구 템포가) 길어졌다. 그런데 워낙 (포수) (최)재훈 선배님께서 리드를 잘 해주셔서 좋게 지나갈 수 있었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올 시즌 한화는 최강의 선발진을 구축 중이다. 문동주와 더불어 코디 폰세(8승 평균자책점 1.48), 라이언 와이스(6승 2패 평균자책점 3.67), 류현진(4승 2패 평균자책점 3.09) 등이 연일 쾌투하고 있다. 이 밖에 현재 2군에 있는 엄상백(1승 4패 평균자책점 6.68)도 분명 경쟁력 있는 투수다.

문동주는 “(좋은 선발투수들과 함께 시즌을 치를 수 있어) 행운”이라며 “‘이렇게 좋은 선발진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강의 투수진이다. 이런 투수들과 함께 있을 때가 좀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한다. 저를 너무나 잘 챙겨주시기도 한다. 항상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 밖에 없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년 3월에는 ‘야구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펼쳐진다. 문동주는 많은 한화 동료들과 함께 WBC에 나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사실 올 시즌 준비가 늦었고, 좋은 시작은 아니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아직 저 스스로 불안한 마음이 있다. 시즌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시즌 잘 마무리 하는 것이 목표”라며 “시즌을 다하고 생각해 보겠지만, 당연히 국가대표 욕심이 있다. 우리 팀 선수들이 매우 잘하고 있으니 많이 나가서 함께 국가를 대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울산=이한주 MK스포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