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플러는 19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홀로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4라운드에서 이븐파 71타를 기록해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브라이슨 디섐보, 해리스 잉글리시, 데이비스 라일리(이상 미국) 등 공동 2위 그룹(6언더파 278타)을 5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22년과 지난해 마스터스를 두 차례 제패했던 셰플러는 PGA챔피언십 정상에도 올라 메이저 3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만 놓고 보면 이달 초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 이어 두 번째 우승(PGA 투어 통산 15승)을 거둔 셰플러는 우승 상금으로 342만달러(약 47억9000만원)를 받았다.
이 대회에서 5타 차로 우승한 건 2012년 로리 매킬로이(8타), 1980년 잭 니클라우스(7타), 1994년 닉 프라이스(6타)에 이은 역대 네 번째 최다 타수 차 기록이다.
평소 차분하지만 이날 화끈한 세리머니를 펼친 셰플러는 "정말 행복했다. 한편으로 힘든 한 주였다"고 돌아봤다. 우승 과정이 쉽지 않았다. 2위에 3타 앞선 채 최종 4라운드를 맞이한 셰플러는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1개, 보기 3개를 적어내 2타를 잃었다. 그새 욘 람(스페인)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그러나 후반 첫 홀인 10번홀(파5)에서 전환점을 맞았다. 그린 앞 벙커에서 시도한 세 번째 샷을 홀 2.8m에 붙인 후 버디 퍼트를 깔끔하게 넣었다. 다시 단독 선두, 분위기를 탔다. 14·15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넣고 정상을 향해 질주했다.
그사이 람이 무너졌다. 퀘일홀로의 승부처 구간인 '그린마일(사형수의 길·16~18번홀)'에서 급격하게 타수를 잃었다. 15번홀까지 보기가 한 개도 없었던 람은 16번홀(파4)에서 약 5m 파 퍼트를 놓쳐 첫 보기를 적어냈다. 이어 17·18번홀에서는 연이어 티샷이 물에 빠져 모두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끝내 2타를 잃은 람은 공동 8위(최종 합계 4언더파 280타)로 대회를 마쳤다. 람이 무너졌던 그린마일에서 셰플러는 나흘 동안 단 1타만 잃었다. 1라운드 16번홀에서 두 번째 샷이 물에 빠져 더블보기를 적어내며 힘겹게 시작한 것치고는 선방한 셈이다. 3라운드에서는 그린마일에서 보기 없이 버디 2개를 넣고 순탄하게 마쳐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회 전부터 있었던 각종 변수를 모두 이겨낸 것도 뜻깊었다. 셰플러는 우승자 기자회견에서 "원래 쓰던 드라이버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반발력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예비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바람에 티샷 감부터 다잡아야 했다.
1라운드에서는 전날까지 며칠간 이어진 강우에도 프리퍼드 라이(이물질이 묻은 공을 닦고 플레이)를 적용하지 않은 대회 주최 측을 비판해 주목받았다. 그럼에도 셰플러는 그린적중률 공동 6위(65.28%), 샌드 세이브 공동 8위(72.73%),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2위(1.57개)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상위권을 기록했다. 셰플러는 마인드 컨트롤을 우승 비결로 꼽았다. 그는 "최대한 마음을 잡는 게 중요했다. 스윙이 좋지 않을 때는 참을성을 유지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필요할 때 좋은 샷을 했다"고 돌아봤다.
마스터스 우승으로 시즌 3승을 달성하며 기세등등하던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이번 대회에서 공동 47위(3오버파 287타)에 그쳐 셰플러의 세계 1위 '독주 체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스에 이어 PGA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해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우승)의 발판을 마련한 셰플러는 "난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어느 대회든 우승하는 걸 좋아한다. 이번 대회를 마쳐도 다음 대회를 준비할 것이다. 쇼는 계속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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