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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선수에게 침을 뱉었다? 제갈재민 “절대 사실 아냐”···“어정원 형에게 잘못한 부분 사과하고 모든 오해 풀었다” [이근승의 믹스트존]

  • 이근승
  • 기사입력:2025.05.19 06:55:00
  • 최종수정:2025.05.19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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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슈의 중심에 서 있네요.” 제갈재민(24·김포 FC)이 쓴웃음을 지으며 내뱉은 첫마디였다.

5월 14일 김포솔터축구장에서 열린 코리아컵 16강전이었다. 김포는 이날 코리아컵 ‘디펜딩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를 2-1로 이겼다. K리그2 김포가 일군 또 한 번의 ‘자이언트 킬링’이었다.

‘자이언트 킬링’이 완전히 묻혔다. 축구계 눈이 이날 경기 후 제갈재민을 향했다. ‘제갈재민이 포항 어정원에게 침을 뱉었다’는 것.

김포 FC 공격수 제갈재민. 사진=이근승 기자
김포 FC 공격수 제갈재민. 사진=이근승 기자
김포 FC 제갈재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포 FC 제갈재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포 FC 제갈재민(사진 왼쪽)이 상대 선수의 공을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포 FC 제갈재민(사진 왼쪽)이 상대 선수의 공을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MK스포츠’가 5월 18일 제갈재민을 만났다.

Q.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어정원에게 침을 뱉었나.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서로 오해가 있었다. 상황은 이랬다. 내가 역습으로 나아가는 상황이었다. (어)정원이 형이 나를 막는 과정에서 발을 밟았다. 내가 정원이 형에게 “왜 내 발을 밟으시느냐”고 했다. 내가 정원이 형에게 다가간 걸 ‘싸우자’는 제스처로 받아들이셨더라. 그러면서 감정이 격해졌다.

신경전이 있었던 건 맞다. 그러나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정원이 형에게 침을 뱉지 않았다.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침은 명확하게 땅에 뱉었다. 다만, 내가 경기 종료 후 포효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더 격해지지 않았나 싶다. 이 부분은 내가 잘못했다. 경기 다음 날 정원이 형과 통화했다.

Q. 어정원과 전화로 무슨 얘기를 나눴나.

내가 정원이 형에게 ‘침을 뱉지 않았다’는 거지 그날 행동이 옳았다는 건 아니다. 잘못한 부분이 있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 경기에서 지고 있는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했다. 오해를 불러온 것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했다. 정원이 형이 잘 받아줬다. 정원이 형이 좋은 얘기도 많이 해줬다. 사과 후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던 것 같다.

포항 스틸러스 어정원. 사진=이근승 기자
포항 스틸러스 어정원. 사진=이근승 기자

Q. 어떤 얘기를 나누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나.

경기 후 많은 기사가 나오지 않았나. 정원이 형이 내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정원이 형이 3월 22일 광주 FC전 얘기도 해줬다. 그날 조성권 선수가 정원이 형과 경합 중 머리를 다쳤다. 정원이 형은 조성권 선수에게 연락해 사과를 했다. 그렇게 ‘오해도 잘 풀었다’고 들었다. 다만, ‘큰 비난을 받다 보니 멘탈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는 얘길 해줬다. 덧붙여서 프로선수는 자그마한 행동 하나하나 조심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기도 했다. 나도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Q. 많은 사람이 포항전 후 ‘제갈재민이 어정원에게 침을 뱉었다’고 알고 있었다.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내가 정원이 형에게 침을 뱉었다’는 말이 어디서 처음 나왔는지 모르겠다. 기사들이 나오자마자 내 입장을 얘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말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너무 답답했다.

Q. 구단엔 어떻게 얘기했나.

구단엔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 고정운 감독께서도 처음엔 ‘내가 정원이 형에게 침을 뱉었다’고 알고 계시더라. 감독님에게 “절대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김포 FC 고정운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김포 FC 고정운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고정운 감독은 어떤 얘기를 해줬나.

감독님도 처음엔 내가 잘못한 줄 알고 계셨지만, 내 얘길 들어보신 건 아니었다. 감독님이 나를 불러서 내 이야기를 쭉 들어주셨다.

Q. 오해가 생기면서 가족, 지인들의 걱정도 컸을 듯하다.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만약 내가 정원이 형에게 침을 뱉는 행동을 했다면, 진짜 큰 벌을 받았어야 했을 거다. 그런데 그게 아니지 않나. 잘못된 정보가 너무 빠르게 퍼져서 힘들었던 것 같다. 다른 건 어떻게든 버티면 되는데 부모님이 너무 힘들어하셨다. 그 모습을 보니 정말 힘들더라. 정원이 형, 구단과 잘 이야기한 뒤에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부모님에게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잘 마무리했다”고 얘기했다.

Q. 이번 일로 더 단단해질 것 같다.

한층 더 성숙해진 계기가 됐다. 부모님도 “이번 일을 통해서 정신적으로 더 강해지라”고 해주셨다. 잘못을 했으면 그에 맞는 벌을 받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런 잘못이 아니라면 내가 해야 할 것에 더 집중할 힘을 키워야 한다.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김포 FC 제갈재민. 사진=이근승 기자
김포 FC 제갈재민. 사진=이근승 기자

Q. 이번 일은 잘 끝난 듯하다. 축구 얘기 조금 해보자. 지난해 여름 이적 시장에서 김포로 단기 임대를 오지 않았었나. 올 시즌을 앞두고선 제주 SK를 떠나 김포로 1년 임대 이적했다.

지난해 후반기 김포로 임대 와서 경기 출전 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갔다. 김포에서 뛸수록 팀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 그 애정이 1년 임대를 결정하는 데 크게 작용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동계훈련 중 다쳤다는 거다. 허리가 좀 안 좋아서 팀과 올 시즌 개막전부터 함께하지 못했다. 지금은 완벽하게 회복했다. 몇 분을 뛰든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

Q. 코리아컵 8강에 오르지 않았나. 8강까지 왔으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선수끼린 코리아컵 16강전을 마치고 어떤 얘기를 나눴나.

코리아컵은 토너먼트다. 그래서 아무도 모른다. 토너먼트엔 변수가 많아서 이변이 잦다. 매년 그렇지만 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없다. 리그든 코리아컵이든 매 경기 마지막이란 각오로 뛰어야 한다.

제갈재민은 K3리그에서 최고의 공격수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갈재민은 K3리그에서 최고의 공격수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Q. 팀의 목표는 K리그1 승격이다. 승격 빼고, 제갈재민의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프로에 와서 많은 경기를 뛴 건 아니다. 올해는 허리 재활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당장 가장 큰 목표는 프로 데뷔골이다. K3리그에서 K리그(1·2)로 넘어와 아직 데뷔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공격수로서 ‘10골’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지만, 천천히 이뤄 나가고 싶다. 데뷔골로 팀 승리에 이바지하고 싶다. 그 목표를 이루면 더 높은 목표를 잡고 나아가겠다.

[김포=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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