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A는 애버 1.5이상이 경쟁하는 곳
제가 도전하면 물 흐리는 것”
그가 걷는 길이 길이고, 하는 경기마다 새로운 기록이다. 그럼에도 공의 원리를 탐구한다고 한다. 프로당구 사상 전인미답의 5연속 우승, 30연승 기록을 세운 김가영(하나카드)이다. 당구팬 사이에서는 PBA에 도전해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김가영은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그건 물을 흐리는 것이고, PBA 선수들과 경쟁할 수준이 안된다고 했다.
김가영이란 커다란 벽에 막혀 준우승에 머문 김보미(NH농협카드)는 처음 3개 세트를 내줬음에도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2세트를 따냈다. 아울러 스트로크와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고 했다. 언젠가 성과를 낼 것을 기대한다며. 결승전 후 진행된 두 선수 기자회견을 소개한다.
[우승 김가영]
▲우승을 축하한다. 소감은.
=경기 중반부에 다소 위태위태했다. 위기를 극복하고 우승해서 기쁘다. 그 동안 부담이 없었던 건 아니다. 부담을 계속 느끼면서 경기하다 보니 부담에 조금이나마 익숙해졌다. 결승전 초반 집중을 잘했는데, 중반부터 해이해진 건 다소 아쉽다. 실수한 뒤 집중력이 다소 떨어졌다. 그래도 점점 발전하고 있는 거 같아서 만족할 만한 투어였다.
▲5연속 우승인데 비결을 꼽자면.
=운이 좋았다. (웃음)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이렇게까지 연속으로 우승할 수 있는 비결 같은 것은 없다. 위기도 굉장히 많았다. 물 흐르듯이 5연속 우승한 게 아니다. 내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한 순간도 있겠지만 운도 분명히 있었다.
▲그 동안 5연속 우승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고비는.
=고비가 정말 많았다. 하나만 꼽으려고 하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세트스코어에 밀리기도 했고, 컨디션이 나쁘거나 테이블 파악이 더디었던 적도 있다. 5차투어(휴온스LPBA챔피언십) 4강 스롱 피아비 선수와 대결이 정말 어려웠다. 0:2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번 투어서는 다른 투어보다 테이블이 길어서(공이 길게 굴러서) 적응하는 게 힘들었다.
지금도 공의 원리 찾는 훈련에 집중
▲5연속 우승 시기 계속 같은 큐를 사용했는지.
=다섯 대회에서 큐를 3번 바꿨다. 이번 투어서는 큐브랜드도 바꿨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새로운 큐를 한번 써보고 싶었다. 지금 쓰는 큐는 포켓볼 선수 시절 2~3년 정도 썼던 브랜드다. 모든 큐에 장단점이 있다. 5년 정도 같은 큐를 사용했고, 내게 더 잘 맞는 큐가 있을까 궁금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이런 시도가 잘못된 시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 지금 바꿔보지 않는다면 언제 바꿔보겠냐 싶었다. 큐에 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보겠다. 이런 고민을 해보고 싶어서 바꾸기도 했다.
▲훈련은 주로 어떻게 하나.
=공의 원리를 찾는 데 집중한다. 기본기를 다지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공의 원리와 기본기는 다르다. 공의 구름 같은 것을 연구한다. 연습 경기보다는 훈련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한다. 연습 경기를 통해 공을 보는 눈은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훈련량이 떨어지면 눈에 보인다고 해서 그 공을 칠 수는 없다. 경기에 굶주리게 하려는 복안도 있다. 경기를 많이 소화하면 경기에 젖는다. 연습을 많이 하다가 경기를 한 번씩 소화하면 한 경기, 한 경기에 더 집중한다. 결국 개인의 성향과 특성에 맞춰서 연습하는 게 맞다.
▲김가영 선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당구 스승’은 누구인지.
=지난 몇 년간 다양한 사람들에게 배워왔다. 먼저 하나카드 동료들을 먼저 꼽겠다. 평소 동호인과 경기하지는 않는다. 선수들과 연습하는 편이다. 드림투어(2부) 소속 제 친구인 차경회 선수도 정말 많은 도움을 준다. 차경회 선수가 팀 동료들보다 기량이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내게 가감 없이 조언해 준다. 무라트 나지 초클루 선수나 신정주 선수는 나를 정말 잘 챙겨준다. “개인투어는 잘하면서 팀리그는 못한다”고 장난도 친다. 자극을 받으면서 좋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PBA에 도전할 생각은 없나.
=(단호하게) 전혀 없다. PBA 선수들과 경쟁할 수준이 안된다. 내가 PBA에서 뛰는 것은 물을 흐리는 셈이다. PBA서는 애버리지 1.5 이상 기록할 수 있는 선수들이 경쟁한다. 이제 1.2, 1.3 기록하는 선수가 그들과 경쟁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행여나 애버리지 1.5를 기록한다면 물을 흐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23/24시즌 월드챔피언십 결승서 만난 김보미와 이번에 만난 김보미가 달라진 점은.
=중요할 때 실수하는 게 줄었다. 초반에 내가 치고 나가서 어려웠을 텐데 0:3까지 밀려도 집중력을 잃지 않더라. 이전보다 침착하게 경기하는 게 좋았다. 물론 결승전 한 경기만 놓고 선수를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결승까지 올라오면서 나와 함께 라운드 애버리지 1, 2등을 다투더라. 팀리그에서도 잘하고 있다. 요주의 인물이고, 정말 예쁜 후배다.
▲앞으로의 목표는.
=3쿠션을 시작할 때는 목표 애버리지 1.0이었다. 당시 여자 선수 중 1점대 애버리지인 선수가 없었다. 점차 애버리지 1.2까지 목표를 높였다. 할 수 있는 곳까지 열심히 달려보는 거다. 가끔은 목표가 너무 낮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애버리지 2.0 같은 수치는 너무 터무니없지 않나. 앞선 질문서 내게 남은 시간이 적다고 말한 것도 고삐를 당기기 위한 자기 암시다.
[준우승 김보미]
▲결승전 소감은.
=24/25시즌 내내 부진했는데 2024년 마지막 투어서 결승에 올라 뿌듯하다. 우승을 놓친 건 아쉽지만 제주도(월드챔피언십진출 확정)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쁘다. 솔직히 결승전에서는 이기기 힘든 경기력이었다. 김가영 선수보다 준비가 부족했다는 걸 받아들인다.
▲결승전 시작하자마자 3세트를 내리 내줬는데.
=그 동안 LPBA 결승이 세트스코어 4:0으로 끝난 적은 없다. 내가 좋지않은 기록에 이름을 남기지는 말아야겠다고 독하게 마음먹었다. 한 세트라도 따내자고 다짐했다.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 없다고 생각하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결승전 경기력 불만,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두 세트를 빼앗은 뒤에는 욕심이 생기지는 않았나.
=그렇지는 않았다. 두 세트를 따내면서 멘탈을 회복했다. 마지막 세트까지 가보자고 힘을 냈지만 욕심은 크지 않았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한 세트만 더 따보자고 생각했다.
▲김가영 선수를 결승에서 상대해본 느낌은.
=오히려 김가영 선수를 만난 게 정말 좋았다. 결승전에서는 강호를 만나고 싶었다. 100번 만나 100번 지더라도 김가영 선수가 올라온 게 좋았다. 김가영 선수를 상대할 준비를 계속 하고 있었다. 김가영 선수를 이기기 위해서는 연습과 더불어 자기 관리와 멘탈 훈련도 열심히 해야 한다. 김가영 선수의 경력은 어마어마하다. 포켓볼 선수 때부터 대단한 기록을 세워왔다. 실력은 연습으로 채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경험을 쌓으면서 내공을 키워야 김가영 선수라는 벽을 부술 수 있을 것이다. LPBA 어느 선수도 결과와 경기력까지 완벽하게 김가영 선수를 이길 수는 없다.
▲아버지(하나카드 김병호 선수)가 경기장에 오지 않았는데.
=아버지와 함께 숙소를 쓰고 있다. 경기 전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가 김가영 선수와 팀 동료이기도 해서 경기장에 오는 게 다소 껄끄러울 수 있다. 물론 나를 응원하실 거다.(웃음) 집에서 TV로 경기 보는 게 마음이 더 편하신 거 같다. 나도 안 오시는 게 훨씬 편하다. 그 대신 어머니가 처음 경기장에 응원하러 오셨다. 또 절친한 최지민 선수도 응원하러 와줬다. NH농협카드에서도 많이 응원해 주셨다.
▲더 성장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24/25시즌 굉장히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스트로크나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그 동안 결승전마다 긴장해서 스트로크가 망가졌던 걸 많이 보완했다. 앞으로 훨씬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을 거다. 특별히 멘탈 훈련을 하지는 않지만 나를 제일 잘 아는 팀 동료들과 지인들이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24/25시즌에 다소 부진하더라도 변화를 주고 싶었다. 다른 사람은 알기 힘든 미세한 차이라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언젠가는 성과를 낼 거다.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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