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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3쿠션이 궁금하다] 중국 전역에 3쿠션 선수는 20명 남짓…“머잖아 3쿠션 붐 일 것”

中 유일 3쿠션 국가대표 동후안첸 최근 양구 아시아캐롬선수권 출전 中 3쿠션 시범경기, 확산 효과 상당 “전국대회, 전국랭킹 無…당구장은 33곳”

  • 김동우
  • 기사입력:2024.04.15 15:21:48
  • 최종수정:2024.04.15 15: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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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유일 3쿠션 국가대표 동후안첸
최근 양구 아시아캐롬선수권 출전
中 3쿠션 시범경기, 확산 효과 상당
“전국대회, 전국랭킹 無…당구장은 33곳”
중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번 12회 아시아캐롬선수권에 출전한 동후안첸은 최근 중국 시범경기를 통해 이번 대회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했다. 동후안첸이 양구 청춘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번 12회 아시아캐롬선수권에 출전한 동후안첸은 최근 중국 시범경기를 통해 이번 대회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했다. 동후안첸이 양구 청춘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아시아캐롬선수권 대회장엔 4개국 국기가 걸렸다. 한국 베트남 일본에 이어 중국 오성홍기다.

아시아3쿠션 최강을 가리는 아시아캐롬선수권. 올해로 12회 째를 맞은 이 대회는 그간 대부분 한국-베트남-일본의 삼국지로 펼쳐져왔다. 여기에 중국 선수가 참가한 것은 대회 초기 때 이후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세계적인 스누커, 포켓볼 강국이지만 3쿠션 등 캐롬당구는 불모지와 다름없는 곳이다. 3쿠션 전국대회는 물론, 국내랭킹도 없을 뿐더러 전 중국을 통틀어도 선수급은 20여명 남짓인데, 그 마저도 아마추어급 선수에 불과하다.

그런 중국서 유일하게 아시아캐롬선수권에 도전장을 낸 선수가 바로 동후안첸이다. 본업이 무역업인 동후안첸은 아시아캐롬연맹(ACBS)과 중국당구스누커연맹(CBSA) 주최로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1차 캐롬시범경기를 통해 이번 대회 존재를 알게 돼 참가하게 됐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다. 수지가 25점인 동후안첸은 3전 3패로 조별예선서 탈락했다.

그러나 동후안첸은 결과를 떠나, 대회 참가에 의미를 두었다. 자신이 중국 대표로 메이저 국제대회에 참가함으로써 중국에 3쿠션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싶었다는 것.

동후안첸은 “현재 중국당구 분위기를 보면 머잖아 3쿠션도 곧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주기적으로 시범경기가 이뤄지고, 이를 SNS를 통해 수많은 중국인들이 접하고 있는 이 시기가 중국에 캐롬을 알릴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강원도 양구 청춘체육관에서 동후안첸을 만나 생소한 중국3쿠션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인터뷰에는 통역도 함께했지만 무역업 때문에 한국을 자주 왕래한다는 동후안첸도 한국어를 제법 잘 구사했다.

항저우서 무역업, 中연맹 권유로 대회 출전
“3쿠션도 스누커처럼 중국서 인기 가능성”
SNS 통해 3쿠션 대회, 이벤트 홍보해야
동후안첸은 이번 대회 조별예선서 3전 3패를 기록, 일찌감치 대회를 마감했지만 무엇보다 대회 참가에 큰 의미를 두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고 했다. 아시아캐롬선수권 조별예선 경기에 임하고 있는 동후안첸.
동후안첸은 이번 대회 조별예선서 3전 3패를 기록, 일찌감치 대회를 마감했지만 무엇보다 대회 참가에 큰 의미를 두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고 했다. 아시아캐롬선수권 조별예선 경기에 임하고 있는 동후안첸.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중국당구연맹 소속 3쿠션 선수 동후안첸이다. 현역으로는 유일한 연맹 소속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중국 동부 저장성 항저우에 살고 있으며 의류, 원단 관련 무역업을 하고 있고, 중국 내에 흔치 않은 3쿠션 전용 당구장도 운영 중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과정이 궁금하다.

=사실 이번 대회 참가는 ‘중국 3쿠션 시범경기’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던 첫 시범경기를 흥미롭게 지켜봤는데, 마침 중국연맹으로부터 연락이 와 아시아캐롬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의향을 묻더라. 3쿠션을 즐기는 나로서는 중국에도 캐롬 당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고, 나아가 중국 내에 3쿠션 문화를 확산하고 싶은 마음도 컸기 때문에 연맹의 제의를 받아들여 이번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이전에도 3쿠션 국제대회에 출전한 적 있나.

=전혀 없다. 국제대회는커녕, 국내대회나 동호인대회에도 참가한 적이 없다. 중국 내엔 3쿠션 대회 자체가 거의 없다고 봐야하니 당연한 일이다. 어찌 보면 생에 첫 3쿠션 대회 출전이 국가대표로 나선 아시아캐롬선수권이 된 셈이다.

▲중국 선수로는 이번 대회에 혼자 참가했는데, 주변 선수들 반응은 어땠나.

=4개국 선수들이 모두 모인 조별추첨 자리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아 정말 기뻤다. 함께 식사하면서도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 줘 고마웠다.

중국 항저우에서 무역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동후안첸은 한국 바이어들과 자주 당구를 치며 3쿠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대회장 2층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동후안첸.
중국 항저우에서 무역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동후안첸은 한국 바이어들과 자주 당구를 치며 3쿠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대회장 2층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동후안첸.

▲대회 성적은 어느 정도 기대했는지.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출전했으나, 결과 자체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사실 예선에서 떨어질 것을 각오하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도 미리 끊어놨다. 하하. 결과보다 더욱 중요한 건, 내가 이 대회에 참여함으로써 중국에 3쿠션이 조금이라도 더 전파되는 것이었다. 그런 마음이 없었다면 애초 대회에 참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번 대회를 치른 소감은.

=솔직히 실력적인 면에서는 상상 이상의 격차를 느꼈다. 특히 허정한 선수와의 첫 경기 땐 떨려서 경기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내가 속했던 조에 한국, 베트남, 일본 선수가 모두 있어 정말 좋은 경험이 됐다. (동후안첸은 2조에서 한국의 허정한, 일본의 히기와라 다카마사, 베트남의 응우옌트란탄뚜와 차례로 경기했다)

▲중국 3쿠션 선수는 몇 명이나 되나.

=생각보다도 많이 적다. 중국 내엔 3쿠션 전국대회도 없고, 전국랭킹도 없다. 3쿠션 선수층은 전 중국을 통틀어 나를 포함해 20여 명 남짓인데, 모두 아마추어급 수준이다. 더욱이 현재 중국3쿠션연맹에 정식 등록돼있는 선수는 나 혼자뿐인 걸로 알고 있다. 당구장도 3쿠션 전용 구장은 전국에 33개인데, 대부분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구장이다. 중국당구는 애초 스누커와 포켓볼이 압도적이다.

▲중국에선 3쿠션 대회가 단 한 번도 열린 적 없나?

=내 기억으로는 과거 한두 번 정도 열린 적 있는 걸로 안다. 2011년 쯤 대련 지역에서 3쿠션이 잠깐 유행한 적 있었는데, 그 때 중국당구연맹이 추진한 시합이 한두 차례 있었다. 그런대 그 대회 당시에도 참가인원은 전국서 몇십명에 불과했다. 이후 3쿠션 시합이 열린 걸 본 적이 없다.

동후안첸은 중국에서도 곧 3쿠션 ‘붐’이 일 수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SNS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대회장서 엄지를 추켜 세우고 있는 동후안첸.
동후안첸은 중국에서도 곧 3쿠션 ‘붐’이 일 수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SNS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대회장서 엄지를 추켜 세우고 있는 동후안첸.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두 차례 중국서 3쿠션 시범경기가 열렸다. 현지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생각보다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지난해의 경우 조명우 선수에 대해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특히 올해 시범경기는 인기 종목인 스누커 대회 직전에 열려 관심도가 더했다. 현재 중국에선 ‘틱톡’ SNS플랫폼이 굉장히 유행인데, 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생중계로 3쿠션 시범경기를 봤다. 3쿠션에 대해 대부분 잘 알지는 못하더라도 신기한 경기 방식에 흥미를 느끼는 분위기였다. 시범경기 효과가 기대 이상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이런 분위기를 보면 3쿠션도 중국 내에서 곧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중국 최고 인기 당구종목인 스누커도 과거 빛을 보지못하다 어느 시점엔가 붐이 일었기 때문에, 3쿠션도 충분히 인기를 누릴 수 있으리라 본다.

특히 중국에 3쿠션을 전파하기엔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굉장히 좋은 타이밍인 것 같다. 더 많은 3쿠션 대회나 이벤트를 만들어 틱톡 플랫폼을 잘만 활용하면 3쿠션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중국 내에서 3쿠션 이벤트가 예정돼 있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내년 5월 쯤 청두에서 3쿠션 이벤트가 있을 것이란 소문을 들었다. 아마 3번째 3쿠션 시범경기가 열리는게 아닐까 싶다.

▲3쿠션을 언제 접했나.

=3쿠션을 접한 지는 오래 되지 않았다. 현재 의류, 원단 무역회사를 11년 째 운영하고 있는데, 비즈니스와 관련해 주로 베트남과 한국을 자주 왕래했다. 특히 한국 바이어들과 어울릴 땐 당구장에서 4구를 자주 치며 자연스레 당구에 흥미를 붙였다. 그러나 3년여 전부터 당구장도 운영하며 본격적으로 3쿠션을 접했다.

지난 2011년 중국 대련 지역서 열렸던 중국 3쿠션 전국대회 시상식 현장. 동후안첸에 따르면 지난 2010년도 초반 대련 지역서 3쿠션이 잠시 유행했었고, 한 두차례 전국대회가 열렸다. (사진= 동후안첸 제공)
지난 2011년 중국 대련 지역서 열렸던 중국 3쿠션 전국대회 시상식 현장. 동후안첸에 따르면 지난 2010년도 초반 대련 지역서 3쿠션이 잠시 유행했었고, 한 두차례 전국대회가 열렸다. (사진= 동후안첸 제공)

▲운영하는 당구장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허리우드 중대 5대를 놓고 3쿠션 구장을 운영 중이다. 원래 한국인이 운영하던 구장을 인수했다. 사실 최근 테이블을 모두 대대로 교체하고 싶긴 한데 아직까진 수요가 따르지 않을 것 같아 고민 중이다.

▲좋아하는 당구선수는.

=여기(양구)에 와서 만났다. 차명종 선수인데, 유튜브를 통해 팬이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가능한 많은 3쿠션대회에 참가해 중국3쿠션을 알려 나갈 계획이다. 오는 5월 베트남 호치민3쿠션월드컵에도 출전하고 싶었으나 자격이 안 돼 아쉽게도 그 대회엔 출전하지 못할 것 같다. 그렇지만 기회가 닿는 대로 국내, 국제대회 문을 두드려 보려 한다.

현재 나를 포함, 중국 3쿠션 선수 20여 명이 속한 SNS 대화방이 있는데, 여기서 중국 내에 어떻게 3쿠션을 효과적으로 보급할지 꾸준히 의견을 공유하며 연구 중이다. 현실적으로 장애물이 많지만, 곧 다가올 중국3쿠션 붐의 도화선이 되고 싶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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