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추진할 형사사법체계 개혁안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수사기관 간에 상호 견제가 이뤄지도록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지만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기소청을 신설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별도로 설치해 주요 사건 수사를 맡기는 구상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큰 그림으로 보면 기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전담하고 경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수청 등 3곳의 수사기관이 공존하는 형태다.
다만 이를 둘러싼 찬반양론의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찬성론자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쥐고 있는 구조가 무소불위의 검찰을 만든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두 권한이 한 기관에 몰려 있는 한 '표적 수사' '짜맞추기 수사' 등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청이 해체되면 수사 역량 약화와 재판 지연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경찰청·공수처·중수청 등 여러 수사기관이 함께하는 구조에서 수사권이 남용될 때 발생할 혼선도 제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검사 징계 파면제도 도입도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법상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 형이 선고되지 않으면 파면되지 않는다. 이는 검찰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이번 공약은 징계만으로도 검사를 파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정부의 검찰 통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일에는 검찰총장이 갖고 있던 검사 징계 청구권을 법무부 장관에게도 부여하는 검사징계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법무부의 검찰 장악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재명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로 비법조인 출신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발 검찰 힘 빼기'는 더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 이 대통령의 다른 공약들도 검찰에 대한 견제 장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구체적으로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에 법원이 관련자를 심문하는 사전 심문제 도입, 피의사실 공표와 증거 조작에 대한 처벌 강화가 포함됐다. 또한 경력 법조인만을 대상으로 검사를 선발하는 법조일원화 확대 방안도 공약에 담겼다.
검찰의 권한이 약화되는 대신 공수처의 역할은 강화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늘리고, 모든 고위 공직자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연임을 3회로 제한한 규정을 삭제하고, 수사관 자격과 경력 요건을 공수처 규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경찰 역시 이재명 정부에서 위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을 폐지하고 그 대신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가경찰위는 법조계, 언론계, 학계 등 외부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경찰 견제·감독 기구다. 1991년 경찰법이 제정되며 설치됐지만 권한 부족 등으로 그동안 실효성 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대통령이 검찰청을 해체해 중수청과 기소청 등으로 개편할 경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수사기관으로서 위상과 권한이 커질 수 있어 이에 대한 통제 기구로서 국가경찰위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 등을 통해 위상 강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4월 차관급인 경찰청장 지위를 장관급으로 올리는 내용의 경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법부 개혁 분야에서는 '대법관 증원'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한 법원조직법에는 2007년 이후 20년 가까이 유지된 대법관 14명 체제를 4년 동안 매년 4명씩 늘려 총 30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 같은 검찰·사법부 개혁은 대통령실이 주도권을 쥐고 직접 설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지난 6일 발표한 대통령실 조직 개편안에는 민정수석실 산하에 사법제도비서관을 신설해 검찰·사법부 개혁 현안을 전담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이 대통령이 예상보다 개혁 추진에 신중을 기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경제 회복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운 만큼 당분간은 검찰·사법부 개혁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국면이라는 분석이다.
[강민우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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