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오전 11시쯤 한남동 제3투표소인 서울기술교육원 중부캠퍼스 앞은 투표하려는 주민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지난 4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기 전까지 수개월간 탄핵 찬반 집회가 계속 이어지던 장소다.
주민들은 '국민 통합'이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인근 주민 김 모씨(55)는 과거 집회를 떠올리며 "나라가 반으로 나뉘어 반목하는 시대를 이제 마무리하고 다음 정부는 부디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데 집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제1투표소인 가회동주민센터 투표소에서도 이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가회동주민센터 인근은 헌법재판소가 있어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인용되기 전까지 연일 집회와 시위로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이날은 투표소를 찾은 주민들과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섞여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투표 '인증샷'을 찍는 주민들의 모습을 관광객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기도 했다.
엄주완 씨(78)는 "헌재 앞 집회시위 소리 때문에 저녁 늦게까지 잠도 못 자고 힘들었는데, 어려웠던 지난 시간을 거쳐와서 그런지 오늘 투표하는 게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며 "바닥난 경제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첫 표를 행사한 고등학교 3학년 이민아 양(18)은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뒤 아버지와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댐 건설로 육로가 끊겨 '육지 속 섬'에 살고 있는 강원 화천군 파로호 인근 동촌1리 4반 주민 3명도 행정기관이 지원한 배와 버스를 타고 2시간을 이동해 선거에 참가했다. 모두 80대 고령자인 주민들은 최북단 투표소인 풍산초등학교를 찾아 주권을 행사했다.

새 시대를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 열기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선거 관리 부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사전투표에서 투표용지가 외부로 반출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선관위가 고개를 숙였지만 본투표에서도 곳곳에서 사고가 일어나 공정 투표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대선 관련 112 신고는 총 793건 접수됐다. 투표 방해·소란 223건, 폭행 5건, 교통 불편 13건, 기타(오인 등) 552건 등으로 집계됐다.
[양세호 기자 / 이수민 기자 / 김송현 기자 /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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