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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어르신도, 첫투표 고3도 "살기 좋은 나라 되길" [이재명 시대]

뜨거웠던 투표 열기
시위 얼룩졌던 한남·가회동
평화로운 분위기속 선거 참여
"새 대통령 부디 국민 통합을"
고깃집·레슬링장·씨름판 …
곳곳서 이색 투표소 눈길

  • 양세호/이수민/김송현/지혜진
  • 기사입력:2025.06.04 01:30:59
  • 최종수정:2025.06.04 01: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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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구의회에 마련된 청룡동 제5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주어진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승환 기자
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구의회에 마련된 청룡동 제5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주어진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승환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열린 3일 전국 투표소 곳곳에는 투표에 참여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전국 각지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겠다며 투표소를 찾은 이들은 새 대통령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투표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11시쯤 한남동 제3투표소인 서울기술교육원 중부캠퍼스 앞은 투표하려는 주민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지난 4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기 전까지 수개월간 탄핵 찬반 집회가 계속 이어지던 장소다.

주민들은 '국민 통합'이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인근 주민 김 모씨(55)는 과거 집회를 떠올리며 "나라가 반으로 나뉘어 반목하는 시대를 이제 마무리하고 다음 정부는 부디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데 집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제1투표소인 가회동주민센터 투표소에서도 이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가회동주민센터 인근은 헌법재판소가 있어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인용되기 전까지 연일 집회와 시위로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이날은 투표소를 찾은 주민들과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섞여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투표 '인증샷'을 찍는 주민들의 모습을 관광객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기도 했다.

엄주완 씨(78)는 "헌재 앞 집회시위 소리 때문에 저녁 늦게까지 잠도 못 자고 힘들었는데, 어려웠던 지난 시간을 거쳐와서 그런지 오늘 투표하는 게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며 "바닥난 경제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첫 표를 행사한 고등학교 3학년 이민아 양(18)은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뒤 아버지와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3일 서울 동작구 사당3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어린이가 아버지가 투표하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위쪽). 충북 옥천의 지역 최고령자 이용금 할머니가 청산면다목적회관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딸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고 있다. 이승환 기자·연합뉴스
3일 서울 동작구 사당3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어린이가 아버지가 투표하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위쪽). 충북 옥천의 지역 최고령자 이용금 할머니가 청산면다목적회관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딸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고 있다. 이승환 기자·연합뉴스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 유권자들은 가족이나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아 유권자의 의무를 다했다. 충북 옥천에선 주민등록상 121세로 지역 최고령자인 이용금 할머니가 청산면다목적회관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이날 오전 이씨는 75세인 딸의 부축을 받아가며 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마지막 대통령선거가 될 수도 있어 투표에 참여했다"며 "훌륭한 사람이 대통령으로 뽑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댐 건설로 육로가 끊겨 '육지 속 섬'에 살고 있는 강원 화천군 파로호 인근 동촌1리 4반 주민 3명도 행정기관이 지원한 배와 버스를 타고 2시간을 이동해 선거에 참가했다. 모두 80대 고령자인 주민들은 최북단 투표소인 풍산초등학교를 찾아 주권을 행사했다.



3일 경기 광명시 소하2동 제4투표소가 꾸려진 한 식당에서는 유권자들이 식사하는 고객 옆에서 투표를 했고(위쪽),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에서는 성남종합운동장 실내씨름장에 투표소가 마련됐다. 연합뉴스
3일 경기 광명시 소하2동 제4투표소가 꾸려진 한 식당에서는 유권자들이 식사하는 고객 옆에서 투표를 했고(위쪽),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에서는 성남종합운동장 실내씨름장에 투표소가 마련됐다. 연합뉴스
이날 하루만 역할을 바꾼 이색 투표소도 눈길을 끌었다. 지역 선관위가 주민 접근성 등을 고려해 민간시설을 활용해 투표소를 마련한 것이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는 레슬링 체육관에 투표소가 마련됐다. 투표소를 찾은 사람들은 평소 겨루기가 진행되는 연습장에서 기표를 진행했다. 경기 광명시 소하2동 제4투표소가 마련된 한 식당에서도 투표가 이뤄졌다. 이 투표소 바로 옆 분리된 공간에서는 손님들이 고기를 굽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새 시대를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 열기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선거 관리 부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사전투표에서 투표용지가 외부로 반출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선관위가 고개를 숙였지만 본투표에서도 곳곳에서 사고가 일어나 공정 투표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대선 관련 112 신고는 총 793건 접수됐다. 투표 방해·소란 223건, 폭행 5건, 교통 불편 13건, 기타(오인 등) 552건 등으로 집계됐다.

[양세호 기자 / 이수민 기자 / 김송현 기자 /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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