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관문 공항 운영 사업 수주 성공
우즈벡 공항 사업도 본 계약 앞둬
몬테네그로 공항 30년 운영도 추진
바탐공항 인수 2년 만에 순이익 전환
2032년 예상 배당금 7년 앞당겨 받아
공항공사, 해외공항 운영 능력 검증됐지만
1천억 이상 투자 규제로 대형공항 공략 어려워

2001년 개항 후 세계 최고 공항으로 수직 상승한 인천국제공항을 흔든 건 감염병이었다.
2003년 사스(SARS), 2015년 메르스(MERS), 2020년 코로나19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땐 모든 경영 지표가 급락했다. 개항 18주년을 맞은 2019년, 인천공항은 88개 항공사가 52개국 173개 도시에 취항하며 국제여객 기준 세계 5위 공항이 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직격탄에 2019년 2조7592억원이던 매출(여객 7117만명)은 2021년 9094억원(여객 320만명)으로 떨어졌다.
개항 3년 만에 흑자 전환한 뒤 17년간 이어오던 흑자 행진 기록도 깨졌다. 2020년 첫 적자를 기록한 뒤 2022년까지 내리 3년 연속 적자의 길을 걸었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2023년 다시 흑자 전환하고 올해 1분기 역대 최다 여객 실적을 달성했지만 언제 닥칠지 모를 ‘블랙스완(Black Swan)’은 인천공항의 발목을 잡는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세 차례 큰 위기를 겪은 인천공항공사는 2023년 11월 새 방향을 제시했다.
이학재 사장은 공사의 첫 해외공항 운영 사업장인 인도네시아 바탐공항에서 “2030년까지 해외공항 10개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사업 채널 다변화로 재무 안전성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28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공사의 해외공항 10개 운영 목표는 올해 반환점을 향해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바탐국제공항 사업에 이어 지난해 2월 필리핀 관문 공항이자 수도 공항인 마닐라 니노이아키노국제공항 개발·운영사업(PPP)을 거머쥐었다. 인천공항공사와 필리핀 산미구엘(SMHC), 현지 재무투자사 2곳으로 구성된 인천공항공사 컨소시엄은 필리핀 교통부·마닐라국제공항공단으로부터 글로벌 경쟁자를 누르고 최종 사업자로 낙찰됐다.
니노이아키노국제공항 개발·운영 사업은 사업 기간인 25년(2024~2049) 동안 누적 매출액이 36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 기간에 투입되는 총사업비만 수조 원에 이른다.
해당 사업에 대한 공사의 지분율은 10%여서 안정적인 배당금 등의 수익이 예상된다.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연내 본 협약이 예상되는 우즈베키스탄 우르겐치공항 PPP 사업은 인천공항공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는 최초 사업이다. 기존 지분 투자 방식을 넘어선 ‘끝판왕’으로 볼 수 있다.
공사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면 3년간 2000억원을 투입해 연간 약 300만명 규모의 신규 여객터미널을 건설하고, 19년간 운영한다. 공사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공항 운영은 2029년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공사가 공항 건설·운영에 관한 의사 결정권 100% 행사하기 때문에 국내 건설·엔지니어링 업체의 동반 참여가 가능하고, 공사의 수익 극대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함께 공사는 올해 몬테네그로가 발주한 포드고리차공항과 티밧공항 PPP 사업 수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30년 간 공항시설 확장·개선, 운영·유지관리·주변 지역 개발 등을 추진한다. 유럽지역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PPP 사업이다.
PPP 사업은 공공 인프라 투자와 유지·보수 등 초기 자본 투자를 민간 사업자가 부담하고 일정 기간 운영·개발을 맡으면서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외부 투자를 유치하거나 운영 수익으로 재투자할 수 있어 사업 영역이 넓고 기존 해외 공항 사업의 주류였던 컨설팅 사업에 비해 수익 규모가 크다.
실제 인천공항은 1호 PPP 사업인 인도네이아 바탐국제공항에서 예상 보다 빠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바탐은 발리, 자카르타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세 번째로 관광객이 많고, 2009년 인도네시아 최초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공사는 2022년 6월 바탐국제공항을 인수한 뒤 국내·외 노선을 9개(2022년)에서 21개로 늘렸다. 10개 항공사가 국내선 19개, 국제선 2개 노선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400만명의 여객을 처리했다.
국제선 신규 개발로 지난해 항공수익으로만 195억원을 달성했다. 2023년 항공수익(180억원) 대비 8%가 늘어난 수치다.
바탐공항을 인도네시아로 연결하는 새로운 관문으로, 인도네시아와 아세안을 연결하는 전략적 경유지로도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단장한 터미널엔 스타벅스 등 유명 커피 브랜드와 공항 라운지 사업자, 항공사 훈련·항공유 관련 사업을 유치해 비항공 수익도 지난해 37억원을 달성했다.
바탐의 지리적 이점을 극대화한 경영 전략은 바탐공항 인수 당시 87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을 2023년 214억원, 2024년 232억원으로 끌어올렸다. 2023년 첫 달성한 순이익(30억원)은 지난해 32억원으로 뛰었다. 이에따라 30%의 바탐공항 지분을 가진 공사는 지난해에만 6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게 됐다. 바탐공항 인수 당시 2032년께부터 예상됐던 배당금 수익이 7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바탐공항 매출은 329억원, 영업이익 80억원, 순이익 50억원으로 예상한다”면서 “여객 증가, 신규 비항공 매출원 확보 등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8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공사는 잠재 여객 수요가 큰 태국, 베트남, 중국, 홍콩을 타깃으로 신규 국제선 노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바탐공항 PPP사업을 통해 인천공항의 사업 수행 능력과 PPP 사업 진출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공격적인 투자가 불가능해 한계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운영법에 따라 공공기관 사업은 총사업비 2000억원 이상이고, 국가재정지원과 공공기관 부담 금액이 합계 1000억원 이상인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무리한 투자를 막고 공공기관의 재무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는 공항 산업의 특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0억원 미만으로 해외 공항 사업에 입찰할 경우 주로 소규모 공항 사업으로 국한될 수밖에 없어 글로벌 공항 운영 리더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공항 전문가는 “현재의 예비 타당성 지침은 투자 규모를 제약해 해외 공항 사업 수주와 가격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중·소공항 대비 사업성이 뛰어난 해외 대형 공항 사업에도 투자할 수 있는 과감한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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