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시열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대한민국의 '암 치료 트렌드'를 바꾼 최초의 성과들을 줄줄이 나열하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2년 서울아산병원에 합류한 그는 올해 3월부터 암병원을 이끌고 있다.
송 원장은 "전이성 전립선암같이 종양 분포가 산발적인 암종은 수술적 절제만으로는 치료가 쉽지 않다"며 "환자 병변에 가장 적합한 방사성의약품이 여러 표적을 알아서 찾아가 모두 타격할 수 있도록 국내 처음으로 테라노스틱스 센터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통상 암 치료는 수술-항암요법-방사선 조사로 이뤄지는데, 테라노스틱스는 방사선의약품이 모든 과정을 주도한다. 2023년 설립 후 지난 4월까지 총 190명의 환자가 이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송 원장은 "먼저 특정 암에 달라붙는 진단용 의약품으로 영상 검사를 실시해 환자의 몸속에서 표적을 찾은 다음, 치료용 의약품이 해당 종양을 제거하고, 다시 진단용 의약품을 통해 표적이 사라졌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송 원장은 "방사선 조사의 치료 효과가 우수하다 보니 이를 몸 밖이 아닌 안에서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만들면 좋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다"며 "하지만 암종별 영상 검사에 맞춰 약품에 들어가는 물질을 만들고 관리하는 작업이 까다롭다 보니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널리 쓰이는 '유전체 분석'이라는 개념도 서울아산병원에서 처음 도입했다. 앞서 이 병원은 2012년 '유전체맞춤암치료센터'를 개소한 뒤 연간 5000여 건의 검사를 시행해 오고 있다. 국내 전체 검사의 15~2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제 거의 모든 암병원이 활용하는 다학제 통합 진료도 마찬가지다. 이 병원이 2006년 국내 최초로 다학제를 도입한 이래, 지금은 모든 병원의 표준 가이드라인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실시된 다학제 진료는 2023년 기준 7600여 건으로, 우리나라 전체 협진 5건 중 1건꼴이다. 현재 암종별로 총 37개의 통합진료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송 원장은 "최근 차별화하고 있는 부분은 '젊은' 환자들에게 집중하는 것"이라며 "나이가 어릴수록 아무래도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수술 이후 흉터, 스트레스, 불면증 등의 관리와 재활까지 의료진이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가 있는 한 신약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앞서 서울아산병원은 2023년 미국 하버드 의대 데이나파버 암센터,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 등 전 세계 7개 기관과 함께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항암제 개발을 위한 임상연구에 착수했다. 국내 병원 가운데 해당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곳은 서울아산병원이 유일하다.
난치 암의 치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이어 갈 예정이다. 2031년을 목표로 국내 최대 규모의 중입자 치료 시설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탄소뿐 아니라 산소, 헬륨, 네온 등 멀티이온빔을 사용할 수 있는 최신 중입자 장비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기반의 정밀 조준 치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해 차별화를 꾀할 방침이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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