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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에 도장 꾹…이색 투표인증 꽂힌 MZ

대선투표 즐기는 2030 트렌드
최애 야구팀·인기 아이돌 등
팬심 담은 용지 SNS에 가득
"청년들만의 정치 참여 방식"
투표소 내 촬영땐 처벌 유의

  • 이수민
  • 기사입력:2025.05.25 17:47:47
  • 최종수정:2025-05-25 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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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야구팀 마스코트, 오른쪽은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투표 용지.  SNS 캡처
왼쪽은 야구팀 마스코트, 오른쪽은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투표 용지. SNS 캡처
"이번엔 손등 도장 말고, 내가 좋아하는 걸로 인증하려고 해요." "투표 참여를 독려할 수 있어 의미 있고,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덕질'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죠."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 사이에서 이색적인 투표 인증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이 응원하는 야구팀이나 연예인, 캐릭터 등을 활용한 '투표 인증 용지'를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투표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25일 인스타그램과 X(엑스·옛 트위터) 등 SNS에는 다양한 투표 인증 용지 이미지가 잇달아 게시됐다. '망그러진 곰' '동물의 숲' 등 SNS에서 MZ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를 활용한 이미지가 다수 공유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팀 마스코트와 글러브를 그려 투표 도장이 마치 야구공처럼 보이도록 찍는 일러스트도 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힘쓰는 중' '나는 모범시민' 등 투표 독려 문구를 더한 디자인도 인기다.

유권자들은 SNS에 배포된 투표 인증 이미지 중 원하는 것을 골라 출력한 뒤 기표소에서 도장을 찍어 투표 인증을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재외국민 투표에서 개성 있는 투표 인증 이미지를 활용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서 재외국민 투표를 했다는 한 유권자는 투표 인증 용지에 도장을 찍은 사진을 올려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국내에서도 오는 29일부터 진행되는 사전투표와 6월 3일 본투표를 앞두고 '마음에 드는 게 너무 많아 어떤 걸 뽑아 갈지 고민 중'이라는 게시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서울 소재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최지민 씨(19)는 "작년 선거 때도 아이돌 그룹 '세븐틴' 캐릭터 일러스트를 투표 인증 용지로 사용했다"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 투표 인증을 하고, 좋아하는 아이돌 덕질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승현 씨(29)도 "SNS에서 재미있는 일러스트가 종종 보여 이번 대선 투표 때는 몇 장 뽑아 가려 한다"며 "손등에 도장 찍는 건 너무 뻔하고 잉크가 번지기 쉬운데, 투표 인증 용지는 귀엽기도 하고 투표 참여를 알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증 문화가 청년층의 정치 참여와 투표율 제고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를 재미와 결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려는 현상"이라며 "정치 참여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긍정적인 흐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대 간 정치적 의사 표현 방법이 달라지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청년층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이러한 흐름이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줘 또 다른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투표소 바깥에서 △후보자나 정당 대표자 등 선거 관계자와 함께 촬영한 인증샷 △손가락으로 엄지를 들거나 브이 등을 한 인증샷 △손바닥이나 손등에 기표 도장을 찍은 인증샷 △선거 벽보를 배경으로 하는 인증샷 촬영은 가능하다. 직접 마련해 간 투표 인증 용지로 인증샷을 찍는 것도 가능하고 이를 인터넷, 전자우편, 문자메시지 등으로 게시하거나 전송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전투표소와 투표소, 기표소 안에서 투표 인증샷을 찍는 것은 처벌 대상이다. 투표소 등의 질서를 유지하고 투표소 내외에서 소란과 언동을 금지하기 위해서다. 만약 기표소 내에서 투표지를 촬영하면 투표관리관 또는 사전투표관리관이 해당 선거인으로부터 그 촬영물을 회수하고 투표록에 사유를 기록한다. 또 공직선거법 제166조 2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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