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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학교 그만두면 안될까”…딱 한번 미끄러져도 치명타, 자퇴로 내모는 내신 5등급제

  • 권한울
  • 기사입력:2025.05.21 15:29:34
  • 최종수정:2025-05-21 15: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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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지나가고있다. [매경DB]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지나가고있다. [매경DB]

최근 중간고사를 망친 올해 고등학교 1학년생인 김모 군은 자퇴를 두고 고민 중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9등급 내신 상대평가를 5등급으로 전환하되, 이를 고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하면서 시험에서 한 번만 삐끗해도 원하는 대학 합격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부터 고교 1학년은 9등급 상대평가를, 2·3학년은 전면 절대평가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고교 2·3학년에서 ‘성적 부풀리기’로 내신 변별력이 떨어질 경우 상대평가인 고1 내신이 더 중요해지는 불공정이 생겨 이를 막기 위해 ‘2028 대입제도 개편’을 통해 내신 상대평가를 5등급으로 전환하되, 전 학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고교 전 학년의 내신 성적이 중요해지면서 학생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1등급(상위 10%)이 9등급제(1등급은 4% 이내)보다 늘어났는데, 상위권 학생에게는 ‘1등급을 놓치면 원하는 대학과에 진학하기 어렵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행 평가에 대한 부담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올해 고1 학생이 치르는 2028학년도 입시에서는 내신을 모두 1등급 받아도 최상위권 학과인 의대 입학이 어려울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이 최근 2024학년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등 서울 소재 대학 34곳의 수시모집 학생부 교과 및 종합전형 내신 합격 점수를 분석한 결과, 대입정보포털 ‘어디가’ 공시 70% 컷 기준 내신 2등급 미만(1.0∼1.99등급)은 인문계열에서 계열별 상위 4%, 자연계열에서는 4.5%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내신 체제에서는 내신 2등급 이내를 받아야 의대나 서울권 소재 대학에 갈 수 있는 셈이지만, 올해 바뀐 내신 5등급제에서는 내신 1등급을 받더라도 의대나 상위권 대학 진학이 어려워진 것이다.

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신이 3등급인데 수시를 버리고 정시에 올인해야 하냐’, ‘고교 1학년 때 1등급을 못 받으면 입시가 망한 것 아니냐’ 등의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여기에 고교학점제까지 도입되면서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전학·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내신 등급은 완화했지만 학생이 느끼는 1등급에 대한 압박이 더 커지면서 예비 고등학교 1학년 학부모들은 내신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학교를 수소문하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중간고사를 잘 못 봤다고 해서 포기하기 보다는 1학기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대학들도 바뀐 내신 체제에서 내신을 어떻게 평가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 올 하반기 각 대학의 대입전형시행계획이 나오는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신을 정량평가로 할지, 정성평가 비율을 늘릴지 등 변수가 많다”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입시에서는 빠른 판단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통상 대학의 모집단위별 반영과목은 대학별 ‘대입전형시행계획’을 통해 입학연도 1년 10개월 전(2028학년도 기준 2026년 4월)까지 공표된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학생들의 과목 선택이 대입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점을 고려해 2028 대입전형 운영계획을 조기에 수립한 대학의 경우 통상적인 공개 일정보다 빠른 올해 하반기(8월 예정) 중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정보포털 및 대학별 홈페이지 등을 통해 모집단위별 반영과목을 안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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