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90% 의존… 급여 지급도 위태”
부품·설비업체 납품 차질 불가피
전문가 “전·후방 산업 연쇄 충격 우려”

“하루하루가 불안합니다. 일은 멈췄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아무도 말해주지 않으니까요.”
지난 17일 오전에 발생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가 나흘 만에 진화됐지만, 협력업체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공장 가동이 멈추자 부품을 납품해온 업체들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불길은 꺼졌지만, 생계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짙다.
광주에서 금호타이어에 성형기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A대표는 21일 기자와 만나 “지금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업체는 25년 넘게 금호타이어와 거래를 이어왔다. 전체 매출의 90%가량을 금호타이어에 의존하고 있는 사실상 ‘직속 협력업체’다. 금호타이어의 생산이 멈추면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화재 이후 기존 납품 일정은 전면 중단됐다. 공장 가동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는 곧바로 경영상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A대표는 “지금은 기존에 주문된 부품 중 일부만 납품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대로 한 달 이상 이어지면 직원 월급부터 밀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직원 12명, 공장 규모 약 600평의 소규모 설비 전문업체다. 주문이 들어와야 생산이 시작되는 ‘주문형 납품’ 구조이기에 수익 흐름이 멈추면 곧바로 급여와 고정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금호타이어 측에서 아직 아무 연락이 없다”며 “사정은 이해하지만, 협력업체 입장에선 복구 일정이나 대응 계획이라도 있어야 대비가 가능하다”고 했다.
화재 초기 단계라 정확한 수치를 따지긴 어렵지만, 한달을 넘기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 A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우리 같은 소기업은 여유 자금이 없다“며 ”하루라도 방향만이라도 알고 싶다. 몇 개월을 각오해야 할지라도 알아야 대비를 할 수 있는데, 지금은 계획도 못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하루 약 3만3000본의 타이어를 생산하며, 국내 타이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생산기지다. 특히 이번에 불이 난 2공정동은 원재료 배합과 중간공정을 담당하는 주요 설비라인으로, 피해 규모에 따라 전후방 공정 모두 가동 차질이 불가피하다.
금호타이어는 2024년 기준 연 매출 4조5381억 원, 영업이익 5906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되어 온 가운데, 이번 광주공장 감축 또는 폐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산업계에 긴장이 돌고 있다.
금형, 접착제, 고무화합물 등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 협력업체들 중 상당수는 금호타이어에 매출의 70~80%를 의존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수일간의 납품 공백조차 바로 경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 변수다.
광주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광주 제조업 고용의 약 3%, 지역 수출의 4.5%를 차지하는 앵커기업”이라며 “이번 화재는 단순 기업 이슈를 넘어, 광주 산업기반 전반을 흔드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화재가 지역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봤다. 금호타이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400여 곳의 협력업체, 유통·물류 업체, 주변 상권 등 전후방 산업 생태계 전체가 생산 중단과 동시에 납품 차질·매출 손실 등 연쇄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노현재 호남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금호타이어 화재는 단순한 생산 중단을 넘어 지역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구조적 사건”이라며 “특히 협력업체들은 생산 지연, 운송비 증가 등으로 피해가 불가피하고, 인근 소상공인들 역시 외출 자제와 소비 위축으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광주는 중소기업과 자영업 의존도가 높은 도시이기 때문에, 조속한 복구와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배정환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금호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는 핵심 기업”이라며 “현재 3~4개월치 재고가 있다고 해도, 그 이후에는 공급 부족에 따른 타이어 가격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타이어는 완성차 산업과 밀접한 전방 산업이자, 부품·원자재와 연결된 후방 산업이기도 하다”며 “전·후방 산업 전반에 연쇄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산업 전체의 피해 규모를 가늠하고, 사전 대비와 회복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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