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북포2리에 사는 조강부 씨(68)는 최근 심장에 약한 압박감이 느껴져 불안한 마음이 커졌었다. 백령도에는 심장 관련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의료장비가 없어, 큰맘 먹고 뭍으로 나가 큰 병원을 찾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백령면 용기포 신항에 정박한 병원선 '건강옹진호'가 그의 고민을 덜어줬다. 조씨는 "새로 건조된 병원선 덕분에 시름을 덜 수 있게 됐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날 조씨가 찾은 건강옹진호는 지난달 인천시가 건조해 처음으로 투입한 새 병원선이다. 기존 병원선은 선령이 25년으로 낡은 데다 기동성까지 떨어져 그간 원거리 섬 중 상당수는 병원선 순회진료 혜택에서 소외됐었다.
이 때문에 인천시는 기존 108t급 병원선보다 2.5배 큰 270t급 건강옹진호를 건조했다. 병원선 내에는 기존 내과·한의과·치과 진료에 물리치료·임상병리·보건교육실까지 추가해 배 한 척에서 웬만한 보건소 수준 진료가 가능해지도록 체급을 키웠다. 특히 배가 크고 속도도 빨라 원거리 섬까지 운항이 가능해지면서 수혜 지역도 늘어났다. 기존 병원선 진료는 3개 면(덕적면·자월면·연평면), 9개 섬(백아·문갑·울도·지도·굴업·승봉·대이작·소이작·소연평)에 그쳤는데, 건강옹진호 취항으로 6개 면(백령·대청·북도면 추가), 17개 섬(백령·대청·소청·연평도 등 추가)으로 늘어나게 됐다. 신병철 인천시 보건복지국장은 "건강옹진호는 단순한 병원선이 아닌 도서지역 주민 건강을 지키는 이동형 보건의료 거점"이라고 말했다.

경상남도는 섬·시골 주민에게 건강검진에 더해 빨래·청소·스마트 교육까지 해주는 '찾아가는 올케어 통합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강원도는 속초의료원과 협력해 고성군에서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다. 고성군은 강원 지역에서 유일하게 산부인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인근에 큰 병원이 없는 산간 지역에 구급차 이송비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고향을 떠난 출향민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고향의 의료 공백을 해소한 경우도 등장했다. 인구가 2만7000명에 불과한 전남 곡성군이 대표적이다. 곡성군은 출신 기부자 2000여 명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모금해 준 3억4000만원을 바탕으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소아과를 개원하는 기적을 낳았다.
[지홍구 기자 / 최승균 기자 / 송민섭 기자 / 이상헌 기자 /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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