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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화마 덮친 대한민국, 이번엔 광주 공장…“매년 1200만개 타이어 생산하는데”

타이어 핵심재료 모인 정련공장 17일 오전 7시께 화재 신고 화학물질 많아 화재 진압 난항 광주공장 생산 수개월 중단 예상 곡성·평택공장 생산은 영향 없어 2023년 한국타이어 화재 땐 6개월동안 타이어 생산 멈춰

  • 박제완,송민섭,한창호
  • 기사입력:2025.05.18 22:20:36
  • 최종수정:2025.05.18 22: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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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핵심재료 모인 정련공장
17일 오전 7시께 화재 신고
화학물질 많아 화재 진압 난항

광주공장 생산 수개월 중단 예상
곡성·평택공장 생산은 영향 없어
2023년 한국타이어 화재 땐
6개월동안 타이어 생산 멈춰
금호타이어 광주2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금호타이어 광주2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금호타이어 글로벌 생산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광주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화학 물질이 많아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광주 2공장의 절반 이상이 불타면서 연간 12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광주공장은 ‘셧다운’에 들어섰다. 생산 재개 일정도 안갯속이다.

18일 소방당국과 업계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내 서쪽(2공장) 고무정련 공장동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화재 발생 시점은 전날인 17일 오전 7시쯤이다. 다음 날인 18일 오전 8시 기준 2공장 50~60%가 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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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련공정은 합성고무, 천연고무와 카본블랙 등 보강재를 비롯해 20여 개에 달하는 타이어 원료를 기계에 넣고 열과 압력을 가해 반죽하는 공정이다. 타이어의 핵심원료가 모두 모이는 공정인 만큼 축구장 1개 면적(약 7000㎡)에 해당하는 고무정련 공정동에는 고무만 약 20t이 보관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제품이 대다수였기에 화재는 빠르게 번졌다.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는 화재 이튿날인 이날 오전 광주공장 화재 현장을 찾아 “대피해 계신 광주공장 인근 주민분들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진심으로 깊이 사죄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금호타이어는 국내외에서 연간 6300만개 타이어를 생산한다. 이 중 국내에 광주공장을 비롯해 곡성공장, 평택공장까지 3개 공장을 운영하면서 연간 2700만개를 생산한다. 특히 광주공장의 생산량은 하루 평균 3만3000개, 연간 1200만개 수준이다. 광주 1공장 쪽은 화재의 영향은 적지만, 2공장에 위치한 핵심 공정인 정련공정이 피해가 큰 만큼 당분간 광주공장 전체의 생산은 멈출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광주공장은 현대자동차, 기아 승용차 및 버스·트럭에 공급하는 신차용·교체용 타이어를 생산한다. 해외 완성차 OEM용 타이어와 해외 수출물량 상당수도 광주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진화율이 18일 들어 높아졌지만, 생산재개까지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시 완진까지 58시간이 걸렸고, 생산 재개까지는 6개월여가 걸렸다.

지난 17일 오전 7시11분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장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번지고 있다. [사진 = 뉴스1]
지난 17일 오전 7시11분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장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번지고 있다. [사진 = 뉴스1]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 화재로 인한 생산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곡성공장과 평택공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공장 모두 가동률이 100%에 가까워 추가 생산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금호타이어로부터 타이어를 공급받는 대부분의 국내 완성차 공장이 신차용 타이어 재고를 충분히 확보한 만큼 당장 차량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기아 광주공장 관계자는 “타이어를 특정 업체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수 업체에서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며 “내부 재고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캐스퍼와 전기차인 캐스퍼EV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신차용 타이어를 곡성공장에서 전량 공급받고 있다. GGM 관계자는 “내연기관 차량용 타이어 3000개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고 전기차용 타이어의 경우 15인치와 17인치 각각 2000개씩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 발생 이틀 차에 접어들면서 불은 18일 현재 잡히기 시작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8일 오전 8시 기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진화율은 80%에 도달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이틀째인 18일 소방대원들이 물줄기를 쏘며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이틀째인 18일 소방대원들이 물줄기를 쏘며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당국은 소방헬기를 동원한 진화 작업과 4만5000ℓ, 3만ℓ 용량을 발사할 수 있는 대용량 방수포 장비, 고성능 화학차를 동원한 집중 특수용액(폼액) 발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공장 내 인화물질을 제외한 주불은 크게 잡혔다. 대형화재가 장기화할 우려를 샀던 2동(화재지점)에서 1동(타이어 완제품 보관소) 연소 확대도 차단됐다.

다만 2공장에 보관 중이던 생고무 20t과 합성고무 등 부자재에 붙은 불이 꺼지지 않으면서 매캐한 냄새와 높은 연기 구름을 피워내고 있다. 이번 화재로 인근 주민 96가구, 176명이 인근 시설로 대피했지만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크지 않다. 당국에 따르면 직원 1명과 소방관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직원의 경우 20대로, 대피 도중 추락해 머리와 허리 등에 중상을 입었다.

김관호 광주 광산소방서장은 “불을 모두 끄더라도 2~3일간은 연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생고무가 적재된 지역에 대한 진화 작업도 지속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화재 현장 주변 상권은 분진 피해를 호소했다. 공장 인근 상인은 “창문에 검은 얼룩이 묻어 어제부터 걸레로 계속 닦고 있다. 닦아도 자국이 남아 유리창을 갈아야 될 것 같다”며 “화재 이후 주변 통제가 이어지면서 손님이 거의 없다. 통제가 길어질 경우 매출에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사고 인근 지역 곳곳에서 분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실무부서와 피해 상황을 파악해고 분진 피해 보상 계획·방안 등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관호 광주 광산소방서장은 “불을 모두 끄더라도 2~3일간은 연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생고무가 적재된 지역에 대한 진화 작업도 지속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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