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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타고 '찰칵'…공군 활약 생생하게 담죠

'15년차 공군 항공촬영사' 권형 제11전투비행단 원사
8배 중력가속도 극한환경 뚫고
작전 펼치는 찰나의 순간 포착
400시간 넘게 비행한 베테랑
아프간 '미라클 작전' 등 참가
현장감 전달해 軍 신뢰 높이고
전쟁 억제·안보강화 기여할것

  • 이진한
  • 기사입력:2025.05.18 17:19:40
  • 최종수정:2025-05-18 19: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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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형 원사가 전투기 KF-21 위에서 촬영장비를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공군
권형 원사가 전투기 KF-21 위에서 촬영장비를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공군


2021년 8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때 혼란은 피할 수 없었다. 수도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이 '외세'에 협력한 현지인들을 위협하면서 이들에 대한 안전 우려가 커진 것이다. 한국 정부를 도왔던 이들 역시 위험에 처했다. 이에 정부는 군 수송기를 현지에 투입하면서 한국에 협력한 '특별기여자' 391명을 국내로 이송하는 '미라클 작전'을 펼쳤다. 이때의 긴박감은 작전에 참여한 공군 항공촬영사의 사진으로 생동감 있게 남아 있다.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소속 권형 원사는 당시 아프간 현지에 동행했던 항공촬영사다. 2011년 사진 촬영 업무를 담당하며 경력을 시작한 그는 비행 시간이 405시간에 달하는 항공촬영 전문가다. 지난 15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그는 항공촬영 작전을 통해 "군의 활약을 국민에게 생동감 있게 전달함으로써 신뢰를 높이는 것은 물론 전쟁 억제를 비롯한 안보 강화에 기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촬영사는 '창공의 기록자'로 불린다. 전투기, 헬기 등 다양한 항공기에 탑승해 하늘에서 셔터를 누른다. 2005년 국내 인력이 처음 도입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정식 지위가 신설되면서 비로소 자리를 잡았다. 그 전에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공식 인력은 3명에서 시작해 2023년 8명으로 확대됐으며, 현재 7명이 보임했다. 육해공 전군을 통틀어 4성 장군이 7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스타'만큼 희귀한 셈이다.

작전의 난도는 상상 이상으로 까다롭다. 전투기의 역동성을 담으려면 직접 카메라를 들고 후방석에 탑승하는데, 공간은 상체를 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좁다. 내부에는 건드려선 안 될 버튼이 수두룩하게 널려 있어, 작은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음속이 우스울 정도의 빠른 속도는 촬영에 실패했을 때 재촬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였고, 최대 7~8배에 달하는 중력가속도(G) 탓에 3㎏ 남짓한 카메라는 15㎏ 안팎으로 느껴진다.

권 원사는 "지상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화면을 직접 확인할 수 있지만 전투기 안에서는 한 손으로 팔만 꺾어 찍을 때도 많다"며 "이때 카메라가 피사체를 온전히 담고 있는지는 직관과 경험만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초만 머뭇거려도 물리적인 거리가 수백 m씩 달라진다"며 "재촬영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해의 위치 등 변수가 너무 많아 가급적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종사와의 호흡이 중요한 까닭이다. 사전에 작전 목적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항공작전 용어도 철저히 숙지한다. 다수의 전투기를 찍을 때 최적의 구도를 촬영하려면 상하좌우 3차원 시점에서 적확한 위치로 이동을 지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 원사는 "항공촬영은 막대한 자원이 수요되는 '비싼 작전'"이라며 "원하는 결과물을 찍으려면 정말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본인이 무엇을 찍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촬영사 선발 과정은 그런 만큼 까다롭다. 정훈 부사관 가운데 지상 촬영에 능통한 인력을 중심으로 비행환경적응훈련 합격자를 우선 걸러낸다. 맨몸으로 6G 환경에서 20초를 견딜 수 있는 신체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 F-15 기종 등 파일럿을 선발할 때 조종복인 G슈트를 입고 9G 환경에서 신체 반응을 확인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허들'이 높은 셈이다. 이후에는 실제 항공기에 탑승해 사진을 촬영하는 비행 탑승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과정이 힘든 만큼 보람은 더 크게 돌아온다. 권 원사는 "2021년 미라클 작전은 보안상 긴급하게 지시를 받고 투입됐기 때문에 준비하는 것만도 벅찼지만 카불공항에서 특별기여자들을 만났을 때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간 느낌이었다"며 "같은 해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때는 역광을 받아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직접 편대비행 대형을 기획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당시 소감을 전했다.

다만 인력 양성 시스템 체계화 등 개선점도 아직 많다. 권 원사는 "한국 공군의 항공촬영 실력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톱"이라면서도 "후배들이 더 뛰어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탑승 기회를 늘리는 등 훈련 환경을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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