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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장관님 회식자리에 와인 1000만원?”…동네사장님 울리는 사기 기승

“선입금 받고, 대리구매는 응하지 말아야”

  • 류영상
  • 기사입력:2025.05.18 10:30:21
  • 최종수정:2025.05.18 10: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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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금 받고, 대리구매는 응하지 말아야”

“연예인 ○○○ 소속사 직원인데요.”

지난달 11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의 한 음식점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수화기 속 남성은 자신을 유명 가수의 소속사 직원이라고 밝히며 식당 주인 A씨에게 “콘서트가 끝난 뒤 거기서 회식하고 싶다. B 업체를 통해 와인을 구매해달라. 결제는 회식할 때 하겠다”고 했다.

이후 남성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실제와 똑같은 모양의 소속사 명함, 와인 업체 대표 명함 사진을 전해왔다. 소속사는 물론 와인 업체 역시 실제 포털에서 곧바로 검색이 가능한 곳이었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이 연락을 받고 한 달 치 매상과 맞먹는 단체예약을 놓치기 싫은 마음에 B업체 계좌로 주류 대금 3000만원을 이체했다.

하지만 돈을 건넨 후 며칠이 지나도록 발신자와 B 업체 측에선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았다. A씨는 연예인 소속사 측에 직접 연락했으나 해당 소속사에선 A씨에게 전화한 적도 회식한 적도 없다고 대답했다.

피해 식당과 피의자 대화 내역. [사진 = 문진석 의원실]
피해 식당과 피의자 대화 내역. [사진 = 문진석 의원실]

이달 13일께 충남 천안시의 식당 6곳에는 자신을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의 비서관이라고 밝힌 C씨의 전화가 걸려 왔다.

C씨는 “의원님과 장관님을 포함한 20명 회식 자리를 예약하려 한다. 의원님이 원하는 와인이 있는데 2병(1040만원 상당)을 미리 준비해 달라”며 주문할 수 있는 와인업체도 소개했다.

하지만 C씨는 예약 당일인 14일이 됐음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피해 업주들은 경찰에 신고했다. 실제로 와인 값을 송금한 식당은 약 1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공무원을 사칭한 사례도 있다.

이달 초 충남 천안에서는 천안서북소방서 직원을 사칭한 남성이 실제 소방관 명함을 한 실내 인테리어 업체에 건네며 “당장 집행할 예산이 없으니 5500만원 상당의 방화복을 대리 결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구심이 생긴 업주가 소방서에 확인해보니 해당 소방관은 대리 구매를 요청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이 소상공인을 겨냥해 단체 식사 예약 혹은 대규모 물품 주문을 할 것처럼 속인 뒤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노쇼’ 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명 연예인부터 정치인, 공무원까지 사칭 대상도 다양해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 관계자는 “관공서는 절대 전화로 고액의 물품 구매 요청을 하지 않으며 다른 업체에 대납을 요구하는 경우도 없다”며 “단체예약 주문은 일정 부분 선입금을 받는 것이 좋고, 대리 구매 요청 등은 사기일 수 있으니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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