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배경 따라 걷는 인문투어 프로그램 첫 선
시내버스·지하철 무료, 518번 특별노선 하루 30회 증편
금남로 공연·시민참여 행사 등 민주주의 체험 행사 다채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광주광역시가 시민과 방문객이 함께 참여하는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 기념식’을 17일부터 이틀간 개최한다. 광주는 역사와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대규모 시민 참여형 행사와 함께 5·18의 현장을 직접 걷는 인문투어 ‘소년의 길’을 운영하며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행사는 17일 금남로 일대에서 열리는 5·18 전야제로 시작한다. 금남로는 이날부터 18일까지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거리를 누비며 역사와 공동체 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시민난장’이 펼쳐진다. 장소는 기존 옛 전남도청 앞에서 금남로4가역 교차로로 확대돼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날 전일빌딩245에서는 5·18을 주제로 한 광주 대표 극단들의 연극 공연이 열리고, 5·18민주광장 특설무대에서는 ‘민주주의 대합창’ 공연이 진행된다. 부산 박종철 합창단, 안산 4·16합창단, 서울 이소선 합창단, 광주 1987합창단이 함께 무대에 올라, 국가폭력과 재난의 아픔을 기억하고 예술로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본행사인 5·18 45주년 기념식은 18일 오전 10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개최된다. ‘함께, 오월을 쓰다’를 주제로 열리는 기념식에는 국회의원, 시민 대표 등이 참석해 오월 영령을 기리고 새로운 민주주의의 길을 다짐한다.

행사 기간 동안 시민의 접근성과 편의성도 대폭 강화된다. 광주시는 17일부터 18일까지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무료 운행하며, 5·18 주요 사적지를 잇는 ‘518번 버스’를 하루 30회 증편 운행한다. 이 노선은 5·18자유공원(옛 상무대 영창)을 출발해 5·18기념공원, 광주역, 옛 전남도청, 국립5·18민주묘지를 거쳐,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5·18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와 함께 광주시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배경으로 한 인문투어 프로그램 ‘소년의 길’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한강이 5·18을 문학적으로 기록한 작품의 주요 장소들을 따라가며 소설 속 기억과 현실 속 역사를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소년의 길’은 두 개의 코스로 나뉜다. ‘소년이 걸었던 길’(2.1km)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시작해 광주YMCA, 옛 광주적십자병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상무관, 옛 전남도청, 5·18민주광장, 전일빌딩245로 이어지며, ‘작가가 걸었던 길’(1.8km)은 골목길 문화사랑방(가칭), 효동초등학교, 중흥도서관, 전남대학교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중흥도서관에는 소설의 주인공 동호의 모티브가 된 고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가 기증한 도서들이 전시되며, 효동초에는 어린이 대상 조형물도 설치된다. 북구 중흥동에 조성될 골목길 문화사랑방에는 아트컨테이너 전시장과 기획전 영상,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자료 등이 마련된다. 전일빌딩245에서는 시민 518명의 ‘소년이 온다’ 필사본이 전시되고, 문학 라운지와 함께 ‘A4 액션 2025: 나에게 민주주의는 ○○○이다’ 전시도 진행된다.
광주시는 참가자들에게 ‘소년이 온다’ 속 장소를 안내하는 지도도 배포하며,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4시 두 차례 투어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할 예정이다. 투어는 약 90분간 진행된다.

5·18 당일 열리는 프로야구 경기 응원 문도 바뀐다. 18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 홈경기에서는 ‘45주년 응원단’이 운영될 예정이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5월 18일에 열린 KIA 홈경기에서 응원단이 공식 운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광주시와 구단은 5월 18일 경기에서는 5·18 희생자 추모를 이유로 자발적 응원 자제를 이어왔지만, 광주시의 제안에 따라 5·18단체들은 “시대 변화에 맞게 응원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민주주의를 기념하는 날에 시민 참여와 활력을 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5·18 45주년은 단지 과거를 추모하는 시간이 아니라, 계엄과 탄핵을 넘어 새로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시민들이 직접 발로 걷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광주 전역을 민주주의 체험장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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