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상여금, 통상임금에 포함”
市 “인건비 연1700억 더들어”
29일 이후 파업 돌입 가능성도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상 교섭에 돌입한 가운데 작년 대법원 판결로 바뀐 통상임금 산입 범위를 놓고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노사 협상이 오는 29일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30일부터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버스 노조 파업이 2년 연속 이뤄질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2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 11일부터 사전 교섭에 이어 본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양측 간 입장 차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재 노사는 9차 교섭을 마쳤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 중이다. 29일 자정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
노사 협상의 핵심 쟁점은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바뀐 통상임금 적용 범위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에서 인정해온 통상임금 기준 중 하나였던 ‘고정성’을 폐기하고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은 기본급의 100%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격월로 나눠 받아오고 있지만 현재 통상임금에는 포함되고 있지 않다. 통상임금은 퇴직금은 물론 시간외근무수당, 연차휴일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연쇄적으로 수당도 늘어나는 구조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운영으로 연간 적자 규모가 5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통상임금 확대 적용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부산·창원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을 주장하는 시내버스 노조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기사 호봉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임금이 15% 순증하는 효과가 있고, 인건비가 추가적으로 연간 17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노조 주장대로 기본급 약 8%까지로 올리면 전년 대비 최대 25% 인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 시내버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노조 측에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는 데다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소송에서 줄곧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개편안을 통해 500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근거나 산식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증차가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감차를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정년을 현행 63세에서 65세로 연장하고 휴가 일수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안건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노사 협상 결과에 따라 안전운행, 파업 등 쟁의행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작년에도 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자 2012년 이후 12년 만에 파업을 실시한 바 있다. ‘서민의 발’인 버스가 파업에 돌입해 시민 불편이 커지자 시가 적극 중재해 파업 돌입 11시간여 만에 다시 정상 업무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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