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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으로 골드바 10돈 주고 자동차 경품도”…눈물의 미분양 터는 곳 어디?

  • 손동우
  • 기사입력:2025.01.11 10:32:17
  • 최종수정:2025.01.11 10: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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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2차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2차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동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2차’는 최근 선착순으로 계약자들에게 축하금과 골드바 10돈(600만원 상당)을 증정했다. 2026년 2월 입주를 앞둔 이 단지는 최근 ‘특별분양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계약금을 기존 분양가의 10%에서 5%로 낮추고, 중도금 6회차 가운데 3회차 무이자 대출 혜택도 제공했다.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와 탄핵 정국 등이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자 건설사·시행사들이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다양한 판매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골드바·자동차·명품백 등 고가 경품을 내거는 것은 물론 무이자 혜택, 분양가 할인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고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골드바를 제공한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2차는 2022년 7월 청약을 받았다. 그런데 967가구 모집에 1·2순위를 합쳐 244가구가 신청하면서 대거 미분양됐다. 2년 반이 지나도 완판이 되지 않자 시행사가 ‘분양가의 10%’였던 계약금 납부 조건을 바꾸고, 계약시 현금과 경품 지원 등을 제시한 것이다.

경기도 평택시 평택화양지구에 조성되는 ‘평택 푸르지오 센터파인’도 지난달 계약자에게 축하금 500만원을 지급하고, 계약자 한정 추첨을 통해 자동차 경품을 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그란츠리버파크’도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지난해 10월 계약자를 대상으로 추첨해 샤넬 가방을 주는 행사를 진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계약을 하면 현금을 돌려주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시내 일부 오피스텔들은 계약 후 분양가보다 시세가 내려가면 사업자에게 분양가격으로 다시 매도할 수 있는 ‘환매조건부’ 방식을 홍보하고 있다. 전체 분양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내면 그 돈을 돌려주는 오피스 물건도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2010년대 초반 이후 사라졌던 ‘안심보장제’가 부동산 시장에 다시 등장하는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안심보장제란 계약자가 부동산을 계약한 뒤에 시행사 또는 분양대행사가 할인분양 등 새로운 혜택을 제공할 경우 기존 계약자들에게도 이 혜택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할인분양 등 판촉 행사를 진행할 경우 이전 계약자들에게도 똑같이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많이 검토하고 있다”며 “최근 할인분양 등이 많아지면서 기존 계약자와 신규 계약자, 시행사·분양대행사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가 이처럼 고가 경품을 내놓고 분양대금 납부 조건 등을 바꾸며 수요자 모집에 나선 건 미분양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이후 전국 미분양 물량은 국토교통부가 ‘위험 신호’로 간주하는 6만채 이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방은 더 심각하다. 매일경제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지난해 지방에서 1·2순위 청약을 진행한 아파트 단지 149곳을 조사한 결과 73곳(49%)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1월 기준 1만8644가구로 집계됐다. 작년 10월(1만8307가구) 대비 오히려 1.8% 증가했다. 2020년 7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가장 많다. 공사를 끝내고도 집주인을 찾지 못해 건설사 자금 부담으로 이어지는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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