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현상변경 가능성 제기 지속
![한미연합 도하훈련 장면. [매경DB 자료사진]](https://wimg.mk.co.kr/news/cms/202505/30/news-p.v1.20250530.14981a0187f84a779a575f7689ebbd6b_P1.jpg)
인도·태평양에서 ‘중국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또 나왔다.
미 국방부는 공식적으로는 이 같은 보도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그러나 여러 현지매체에서는 익명의 핵심 당국자를 인용해 감축 가능성을 거론하는 보도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29일(현지시간) AP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함께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고위 국방당국자 2명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해당 당국자들은 AP에 “이 지역에서 중국을 가장 잘 견제하기 위해 필요한 주둔군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배치된 병력의 감축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AP는 한 당국자가 ‘주한미군의 숫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병력 배치 규모는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것만이 아니라 중국을 억제하는 데에도 최적화될 것’이라며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발언은 주한미군의 병력 규모는 물론 ‘대북 억제력 유지’라는 본연의 임무 역시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를 한반도로 국한하지 않고, 대만해협 등 동아시아의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 상황 발생시 투입하도록 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겠다는 맥락임 셈이다.
![15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육상군 태평양 심포지엄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미국 국방영상정보배포서비스(DVIDS)]](https://wimg.mk.co.kr/news/cms/202505/30/news-p.v1.20250530.f986a40e13124433860127fdbf46d722_P1.jpg)
이에 따라 다음 주 제21대 대통령선거 이후 출범할 한국의 새 정부도 집권 직후부터 한반도 안보의 ‘흔들리는 핵심축’인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 엄정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주한미군은 과거 한미연합 대북 대비태세 유지와 동북아 전략균형 유지 목적으로 한반도에 주둔하는 ‘붙박이’ 성격이 강한 병력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제2차 걸프전쟁과 테러와의 전쟁 등으로 인해 미국의 전략적 셈법이 복잡해지며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제2차 걸프전쟁 당시에는 주한미군 일부 부대가 중동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이 인태전략에서 대(對)중국 견제 전략을 노골적으로 추구하며 주한미군 감축과 전략적 유연성 확대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앞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28일 한미연구소(ICAS) 온라인 세미나에 참석해 “전략적 유연성은 모두가 원하는 것”이라면서 “‘힘을 통한 평화’를 보장하려면 때로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15일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AUSA) 태평양지상군(LANPAC) 심포지엄에서도 “주한미군은 북한을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더 큰 인도태평양 전략의 작은 부분으로서 역내 작전, 활동과 투자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전략적 유연성 강화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또 지난 22일에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국방부가 현재 주한미군 약 2만 8500명 가운데 약 4500명을 미국령 괌이나 인태지역 내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는 WSJ의 보도에 대해서는 하루 뒤인 23일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부인했다.
서울의 외교가에서는 주한미군이 한국 방어뿐 아니라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에도 상당한 지정학적 이점이 있는 만큼, 한국 새 정부도 미국과 당당하게 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는 전 세계 해외주둔 미군기지 가운데 중국과 가까운 전초기지 격이며 수십 년 간 구축된 기반시설과 운영 노하우가 집약된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역시 주한미군 병력을 현 수준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 자신들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며 “한국도 이러한 현실을 지렛대 삼아 미국과 협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서울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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