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자 구도가 굳어진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보다 이준석 후보 견제에 더 집중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준석 후보는 29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TV 토론에서 자신이 여성 신체부위를 언급한 뒤 벌어진 논란에 대해 "이재명 후보의 장남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직접 올린 글의 일부"라며 "정제하고 순화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마저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를 제기한 저에게 혐오의 낙인을 찍는 집단 린치가 계속되고 있다"며 민형사상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조승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거짓말과 망언으로 선거판을 오염시키는 이준석 후보를 고발했다"며 "이준석 후보의 주장은 과거 일이며, 국민들께서 이미 판단을 내린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이재명 후보의 장남이 여성 혐오 발언 등과 관련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신경전은 이재명 후보가 직접 '참전'하며 일파만파 번졌다. 이준석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 단일화를 견제하려는 목적도 엿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이준석 후보를 가리켜 "양머리 걸고 개고기 팔던 후보"라고 지칭했다. 이준석 후보가 3년 전 윤석열 전 대통령을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빗댔는데, 이를 재활용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단일화를 절대 안 한다지만 결국 후보 포기, 김문수 단일화로 내란·부패·갈라치기 연합을 확신한다"며 "젊은 개혁을 주창하지만 기득권을 포기 못하고 본성대로 내란·부패 세력에 투항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당권과 선거비용 대납이 조건일 것 같은데 사실이라면 후보자 매수라는 중대 선거범죄"라며 "양두구육하려다 또 토사구팽당할 수 있다"고 비꼬았다. 윤 전 대통령 당선을 도왔으나 국민의힘 당대표직에서 쫓겨난 이준석 후보의 과거를 상기시킨 셈이다.
이를 두고 이준석 후보를 '내란 세력'에 묶어 단일화를 오히려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준석 후보 득표율을 '한 자릿수'에 묶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사전투표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엄중한 시기에 내란 극복과 민생 회복에 대해 국가 운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며 뼈 있는 말을 던졌다.
민주당이 이준석 후보를 집중적으로 겨누는 데는 또 다른 포석도 있다. 보수 진영의 차세대 주자로 크지 못하도록 '싹'을 자르겠다는 전략이다. 6·3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이준석 후보가 체급을 올리면서 '무시하지 못할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후보가 대선 후 야권의 핵심이 되면 사사건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민주당 내에서 '의원직 제명' 주장까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아예 정치판에서 축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천준호 민주당 전략본부장은 "TV 토론에서 국민을 모욕했는데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다"며 "이준석 후보는 즉각 사퇴하고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이날 민주당은 '이준석 망언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부정선거론을 믿었던 분답게 또다시 망상의 늪에 빠지고 있다"며 "헛것이 보이면 물러가실 때가 된 것"이라고 받아쳤다. 단일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재명 후보의 과거 부정선거 주장을 다시 상기시킨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TV 토론 발언 파장에 대해서도 "지지율에 큰 영향이 없다"며 정면 돌파를 강조했다. 민주당을 향해선 "국회의원이라는 헌법기관에 제명을 거론하며 협박하는 것을 보면 이분이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하다"며 "메시지를 흐릴 것이 아니라 이재명 후보가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후보 후방 지원에 나섰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국민소통위원장인 김성태 전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장남이) 여성 혐오로 문제가 돼 처벌까지 받았다면 누구보다 크게 책임져야 할 사람은 이재명 후보"라며 "아무리 가정사지만 반성하는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명환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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