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씨는 "찍을 사람이 없어서 투표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누가 더 비호감인가를 가리는 대결에 낄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19대와 20대 대선에서 각각 문재인, 윤석열 후보를 찍었다는 이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못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찍었던 것이지, 애초 그가 잘나서 찍었던 게 아니다"며 "이번엔 '윤 전 대통령이 못했으니까 누구를 찍어 달라'는 논리로는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각 정당이 추구해온 이념, 후보들의 고향, 최근 이슈였던 국민연금과 남녀 문제 등에 대해 자기 생각을 담담히 풀어냈다. 이념에서 지역, 세대, 젠더 갈등으로 이어져온 우리 정치의 주요 의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목포 평화광장에서 만난 30대 배달기사 정 모씨는 '호남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강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건 위 세대 생각"이라며 "덮어놓고 지지해줄 것이라는 건 요즘 시대엔 착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30대 유권자는 약 1266만명, 전체 유권자의 28.6%에 달한다. 이들 중 무당층 비율은 한때 역대 최고치(54%)까지 치솟았다. 이들의 냉소와 침묵을 방관이 아니라 변화 없는 정치에 대한 가장 강력한 경고로 느껴야 하는 이유다.
기성 정치에 실망하고 어느 진영에도 마음을 두지 않은 채 스스로를 '이방인'처럼 느끼는 이들의 침묵에 정치권이 답해야 한다. 이대로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청년용 구호'에 기대 표심만을 노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형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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