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제 심사관 대폭 확대하고
특허소송 대비 기술판사 도입
![서울 강남구 특허청 서울사무소. [매일경제]](https://wimg.mk.co.kr/news/cms/202506/09/news-p.v1.20250608.670793c34e7644af82274f5fe790e82c_P1.jpg)
“특허 심사에 속도를 내려면 특허청 심사관을 지금보다 1000명은 더 늘려야 합니다. 다른 부처와 달리 특허청은 1000명을 늘려도 예산은 큰 걱정이 없습니다. 심사관들은 심사하면서 기업들로부터 수익을 내기 때문이죠.”
홍장원 대한변리사회 고문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특허 심사의 속도와 품질을 높이는 해법을 제안하며 이같이 말했다. 홍 고문은 “심사관 1인이 10년간 창출하는 금액이 40억원이라는 분석이 있다”며 “현재 30~50여 명씩 찔끔찔끔 임기제 심사관을 늘리고 있는데 너무 적다. 글로벌 특허전쟁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대대적으로 인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기술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베테랑’ 퇴직자들로 임기제 심사관을 늘리면 전문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기술 유출 우려를 낮추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홍 고문은 “최근 중국에서 우리나라 기술과 전문 인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특허청 심사관 충원이 중요한 예방책이 될 수 있다”면서 “퇴직 인력들도 특허청에서 일하면서 국가전략기술 확보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기꺼이 지원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제 심사관 채용 효과도 이미 증명됐다. 특허청은 지난 2년간 반도체 분야 67명과 이차전지 분야 38명 등 총 105명의 전문가를 임기제 심사관으로 채용했다. 이들 중 대다수가 해외 기업으로부터 이직 제의를 받아 고민하던 차였다. 직전까지 현직에 몸담았던 전문가들이 합류하자 특허 심사 건수도 늘었다.

홍 고문은 “국가 차원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리기로 했는데, 돈을 쓴 만큼 특허를 출원해 권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술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는 만큼 심사관 수도 무조건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심사관 수를 늘리면서 조직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심사관이 더 많은 유연성을 확보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근무 시간을 연장하는 안을 발표했다. 또 최근 15년 만에 처음으로 보상체계를 조정했다. 출원 기간과 품질 목표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한 심사관에게 주어지는 보상을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홍 고문은 “미국은 심사관에게 AI를 사용하도록 권장해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등 특허 심사처리 기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한국도 참고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대선 공약에서 특허 관련 내용을 공개한 바는 없다. 다만 2022년 대선 당시 특허청 심사 인력을 2배로 확대해 3개월 만에 심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 고문은 기술판사제 도입도 제안했다. 기술 자체를 이해하고 법적 쟁점을 함께 살필 수 있는 기술판사를 양성하고, 특허 관련 분쟁에 활용해 올바르고 빠른 판단을 내리자는 것이다.
그는 “심사관 숫자를 늘려 특허 심사를 신속히 하고 법원에 기술판사를 둬 특허 분쟁과 관련해 정확하고 빠른 판단을 내린다면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빠르게 기술을 사업화하고 투자를 받아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마중물이 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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