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로밍을 하고 싶은데 어떤 요금제가 있나요?”
LG유플러스 상담 센터로 고객 전화가 걸려왔다. 가장 저렴한 로밍 요금제와 데이터 제공량 등을 묻는 고객의 질문이 이어진다. 그 즉시 상담사가 보고 있는 모니터 화면에는 인공지능(AI)이 스스로 대화 문맥을 읽고 찾아낸 관련 요금제 정보들이 차례차례 띄워졌다. 이를 본 상담사는 AI가 추려 준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 상담을 이어간다. 따로 정보를 검색하는 데 써야 했던 시간을 AI가 획기적으로 줄여준 것이다.
LG유플러스가 27일 서울 용산 사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를 통해 공개한 ‘AI 상담 어드바이저’의 시연 모습이다. AI 상담 어드바이저는 상담사가 이용하는 AICC(인공지능 컨택센터)에 적용돼 고객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상담이 끝난 후 처리해야 하는 일까지 전 과정에서 도움을 제공하는 AI 에이전트다. 여기엔 이 회사가 LG AI 연구원의 ‘엑사원 3.5’ 모델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통신 특화 SLM(소규모언어모델) ‘익시젠’이 탑재됐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부터 자사 고객센터에 AI 상담 어드바이저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이 솔루션은 AI가 고객의 질문을 이해하고 맞춤형 상담 내용을 추천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그 덕에 전체 상담 시간은 AI 상담 어드바이저 적용 전과 비교해 월평균 약 117만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AI 상담 어드바이저를 통해 고객 통화당 연결 대기 시간이 평균 17초, 통화 시간은 평균 30초 줄어 전체 약 19%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주말을 제외한 일 평균 7만 5000여건의 상담이 접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간 약 117만 분에 달하는 고객의 시간을 아낀 것으로 분석된다.
서남희 LG유플러스 CX센터 CV담당은 “AI 상담 어드바이저 적용 전에는 고객이 상담사 연결까지 1분 정도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하나의 콜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상담사 연결을 요청했을 때 걸리는 시간도 같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분까지 걸리던 대기 시간이 이제는 7초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AI 상담 어드바이저 도입으로 콜당 평균 17초의 시간이 줄어들었고, 35초 내 상담사와 연결되는 비중은 97%에 달한다.
서 담당은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상담원 연결 버튼을 누르고 연결될 때까지의 시간을 극한으로 줄이는 대기시간 제로(0)화를 꾀하고 있다”며 “특히 상담원이 상담 중 정보를 찾기 위해 고객을 대기하게 하는 시간도 제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상담 어드바이저의 핵심 기술로는 크게 ‘음성인식’(STT)과 ‘에이전틱 RAG’ 및 ‘AI 인 더 루프’가 있다.
STT 기술은 고객과의 대화를 실시간 텍스트화해 상담원이 고객 발화를 놓치지 않게 돕는다. 이 과정에서 AI는 해당 내용을 기반으로 대화 맥락을 이해해 적절한 상담 정보를 상담사에게 실시간 추천한다.
구체적으로 에이전틱 RAG는 상담사와 고객의 상담 내용을 AI가 스스로 분석해 기업 내부 정보 중 필요한 내용을 검색하고 답변을 스스로 생성하는 기술이다.
이진희 신규서비스개발랩장은 “에이전틱 RAG의 경우 단순히 검색하고 정보를 가져오는 것을 넘어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답변을 생성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일종의 사고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한 개 이상의 질문에 대한 답변도 문제없이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고객이 “들어보니 eSIM(이심)이라는게 있다고 하던데 이건 뭐예요?”“라고 질문하면 단순히 eSIM에 대한 설명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고객 케이스별로 가입 절차와 주의 사항까지 알려준다.
그는 “답변을 제공하기 전에 질문의 의도에 부합했는지를 다시 한번 검토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정확도를 높였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가 자체 분석한 결과, 에이전틱 RAG이 제공하는 답변의 정확도는 90%에 달한다.
또 AI 상담 어드바이저에는 AI 인 더 루프 기술이 적용됐다. 이는 상담 후 대화 내용을 주체별로 분류하는 절차의 정확도를 개선하기 위한 AI 기술이다. 기존에는 AI가 요약하고 분류한 상담 내용을 상담사가 일일이 확인한 뒤 정확도를 판단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탓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AI 인 더 루프는 AI의 분류가 정확한지를 또 다른 AI 엔진을 활용해 검증하고, 틀렸을 경우 스스로 학습해 수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개발랩장은 “상담 후 전 과정에 AI를 활용하면서 분류 정확도와 속도가 크게 개선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LG유플러스 상담 센터 분석 결과 사람이 직접 작업할 경우 상담 2000건 분류에 약 5760분이 소요된 반면, AI 인 더 루프를 활용할 경우에는 더 많은 3000건을 40분 만에 완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을 통해 고객센터는 상담 이외의 영역을 모두 AI가 전담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 외에도 LG유플러스는 AI가 상담 내용을 평가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AI 오토 QA’도 개발해 이르면 다음달 중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상담원 1인당 4건의 상담만 샘플로 뽑아서 품질을 점검했지만, 전체 상담 건에 대한 전수 조사가 가능해져 품질 전수 관리는 물론 상담원 마다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질 것으로 LG유플러스는 봤다.
아울러 LG유플러스는 추후 AI 상담 어드바이저를 계속 고도화해 고객의 전체 상담 시간 감소율을 3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한편 LG유플러스는 AI 상담 어드바이저를 기업에게 공급하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 솔루션을 바탕으로 금융·의료·커머스 등 고객사별로 특화된 AICC 구축을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 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AI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멀티 모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정성권 LG유플러스 IT/플랫폼빌드그룹장(상무)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AICC를 활용할텐데, 이런 쪽에서는 공통의 퍼블릭한 LLM(대규모언어모델)보다는 소형언어모델을(SLM)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AI 모델을 병행하는 것으러 검토하고 있고, LG AI 연구원과도 긴밀히 협업해 새로운 기술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관련 매출로 35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정 그룹장은 “아직까지는 전반적인 산업군에서 AICC 관련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수요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른 미래에는 많은 기업들이 SaaS 형태의 (AICC) 시장이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그에 맞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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