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건강, 즉 장기적으로 보면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5명 중 1명꼴로 심장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인의 사망 원인은 암 24.2%, 심장질환 10.2%, 폐렴 7.5%, 뇌혈관질환 6.8% 등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심장질환 및 뇌혈관질환인 심근경색과 뇌경색은 '동맥경화'가 원인이 되어 혈류가 저하되거나 혈관이 막혀 발병한다. 동맥경화(arteriosclerosis)는 글자 그대로 동맥이 딱딱해지는 질병으로, 동맥의 벽이 두껍고 딱딱해져 탄력성이 상실된 상태를 말한다. 주요 원인은 '식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특히 나쁜 콜레스테롤·LDL), 당뇨병, 비만 등이다.
실례로 70세 A씨는 건강검진에서 LDL(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기준치(130㎎/㎗ 미만)를 훌쩍 넘는 182㎎/㎗였다.

고베가쿠인대 영양학과 후지오카 요시오 교수는 일본 공영방송 NHK에서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식사법으로 △하루 섭취 칼로리를 적정하게 유지 △지질 균형을 유지 △당질을 적절히 관리 △식이섬유를 적극적으로 섭취 △짜게 먹지 않기 등 5가지를 조언했다. 적정 섭취 칼로리는 체중이나 활동량 등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관리영양사와 같은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 섭취 칼로리를 줄일 때는 단순히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식단 교체 및 필요한 영양소를 의식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고기를 생선으로 대체하거나 요구르트를 저지방으로 바꾸면 지질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가급적 식이섬유와 칼륨을 많이 함유한 식품을 먹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루 적정 칼로리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30~49세는 남성 2650k㎉, 여성 2000㎉, 50~69세는 남성 2400㎉, 여성 1800㎉, 70세 이상은 남성 220㎉, 여성 1700㎉가 권장된다.
지질 섭취는 동물성 지방에 많이 포함된 '포화 지방산'을 삼가고 그 대신에 생선이나 견과류, 대두, 올리브유 등에 많이 포함된 '불포화 지방산' 섭취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등푸른 생선에 포함된 EPA나 DHA는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물성 단백질도 건강 유지에는 필요하기 때문에 육류를 선택할 때는 안심과 같은 살코기나 닭고기가 좋다. 다만 닭 껍질에는 콜레스테롤이나 포화지방산이 많기 때문에 피하도록 하고 달걀에 대해서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은 이틀에 한 개 정도를 기준으로 삼도록 한다. 올해 4월부터 적용된 일본 후생노동성의 '식사섭취 기준'을 참고하면 '고(高)LDL 콜레스테롤 혈증이 있는 사람은 하루 콜레스테롤을 200㎎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하루 계란 섭취량이 늘어날수록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위험과 사망률이 올라간다는 보고도 있다. 계란 1개(약 50g)에 콜레스테롤 185㎎이 포함돼 있어 고기나 생선을 매일 먹을 경우 기준량(200㎎)을 훌쩍 넘기게 된다. 원래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이나 호르몬 재료가 되는 필수 영양소로, 필요한 양의 70~80%는 간에서 합성되고 나머지는 식사를 통해 섭취한다. 온몸에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LDL이 너무 늘어나면 그 일부가 혈관내피로 파고들고, 그것이 산화돼 산화LDL이 되면 대식세포(면역세포의 하나)가 이것을 포식해 포말세포를 형성하고, 혈관내피 안쪽에 죽종(플라크)을 만들어 동맥경화로 진행된다.
당질도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당질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혈당이 급상승해 인슐린의 과다 분비를 일으킨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지만, 과다하게 분비되면 비만의 근원이 되고 동맥경화 위험도 높아진다. 흰 쌀밥의 과잉 섭취도 주의해야 한다. 또한 스낵 과자, 빵, 케이크, 도넛, 청량음료, 인스턴트식품, 햄, 소시지 등의 초가공식품도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야채와 정제되지 않은 곡물을 늘리고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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