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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는 AI고속도로…우린 그위 달리는 특화AI로 승부해야"

염재호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부위원장 인터뷰
투자여력 부족한 우리나라는
모든 분야서 다 잘할 순 없어
제조·금융 등 응용 AI 키워야
AI 사용방식·기술·보안정책
한국 독자적 생태계 구축해야
미래교육은 문제해결력 키우고
감성·협업능력 인재육성 집중
데이터 전담하는 기관 신설 필요

  • 김대기
  • 기사입력:2025.05.18 17:37:11
  • 최종수정:2025-05-18 2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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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재호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부위원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염재호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부위원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인공지능(AI)은 금속활자처럼 문명사적 대전환을 촉진하는 파괴적 혁신 기술이다. 산업화 이후 대량생산 체제의 구조 아래에서 설계된 산업 구조, 교육 체계, 정부 시스템을 AI를 중심으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염재호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은 지난 16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AI 대전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총체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염 부위원장은 19대 고려대 총장을 지낸 교육계 원로다. 총장 재임 시절 출석부, 시험감독, 상대평가를 폐지한 '3무(無) 정책'과 논술전형 및 성적장학금 폐지 등 과감한 개혁으로 대학가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2019년 고려대에서 정년퇴임한 이후 '한국판 미네르바 대학'인 태재대학교 설립을 주도했고, 2023년 9월부터 초대 총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대한민국 AI 전략의 큰 틀을 설계하는 역할도 수행 중이다.

염 부위원장은 우선 'AI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조류를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I 대전환은 AI가 국민 일상과 산업 현장, 공공 부문 등에 전방위로 적용돼 국가 경제와 사회에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는 "기계가 인간의 근력을 대체하면서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높아졌는데 AI는 점차 인간의 두뇌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제2의 두뇌인 AI를 얼마나 능동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지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 부위원장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한국 고유의 AI 생태계를 의미하는 '소버린 AI(Sovereign AI)'를 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AI가 대형언어모델(LLM) 시장을 선점하고,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대규모 AI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똑같은 성장 전략을 차용할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챗GPT와 같은 범용 AI 서비스를 고속도로에 비유하자면 모든 고속도로를 우리가 직접 만든다는 생각 대신 고속도로 위를 잘 달리는 고부가가치 자동차를 잘 만드는 것이 우월한 전략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빅테크의 AI 모델과 오픈소스 등을 활용해 제조, 금융 등 개별 분야에 특화된 응용 버티컬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염 부위원장은 "우리나라는 구글 같은 글로벌 검색엔진을 만들지 못했지만 한국에 최적화된 네이버가 있고, 문서 작성 프로그램으로 MS워드가 대세이지만 우리는 아래아한글(한글 워드프로세서)도 많이 이용한다"며 "우리만의 독자적인 AI 모델 역량을 확보하면서도 글로벌 리소스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 AI 리소스를 활용할 때 우리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도권과 기준이 없는 협력은 기술 종속과 데이터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술 개발뿐 아니라 사용 방식, 기준, 교육, 데이터 보안 정책까지 우리만의 철학과 관점을 녹여 AI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AI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인재 양성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부위원장은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단순히 코딩이나 툴을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해석하며, 기술을 비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학습자"라며 "미래형 교육은 문제 해결력, 감성, 협업 역량을 갖춘 융합형 인재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부위원장은 국가 AI 정책의 일관성과 국가 주도의 AI 생태계 설계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등 경쟁국 대비 투자 여력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정부 역할을 확대해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며 "먼저 AI 인프라스트럭처-모델-서비스 생태계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 컴퓨팅 인프라와 인재, 데이터 자원에 집중적으로 지원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국가전략자산 차원에서 대규모 컴퓨팅센터를 확충하고 독자적 AI 모델을 확보하는 한편, AI 신진 연구자와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저작권법 등 레거시 법 제도는 AI 시대에 맞게 개편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데이터' 인프라 정비도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염 부위원장은 "인프라·기술·인재 양성을 아우르는 AI 컨트롤타워와 함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담기관 신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는 기술보다 더 정치적인 자산"이라며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떻게 처리하고, 누구에게 개방할지를 놓고 각국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세심한 데이터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경제·사회 전반에 AI를 내재화하는 'AI 활용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염 부위원장은 "5000만 국민이 AI 활용에서 사용자를 넘어 설계자의 마인드셋을 갖춘다면, 기술을 소비하는 나라가 아니라 AI 생태계를 주도하고 설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정책 전반을 심의·의결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로 2024년 9월에 출범했다. AI 관련 연구개발과 투자 전략 수립, AI 윤리 원칙 제정 등 국가 AI 정책 전반을 다룬다. 올해 1월 AI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정 기구로 격상됐다.



염재호 부위원장

△1955년 1월 서울 출생 △1978년 고려대 행정학 학사 졸업 △1989년 미국 스탠퍼드대 정치학 박사 △2015~2019년 19대 고려대 총장 △2023년 9월~현재 태재대 총장 △2024년 9월~현재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부위원장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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