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1명꼴로 독감 환자
설 연휴동안 정점 찍을 전망
197개 호흡기 협력병원 지정
문여는 병원·약국에 인센티브
환자 본인 부담금은 변화없어
“설 연휴 기간 독감 유행이 최고조에 달할 전망입니다. 근처 문 여는 병원과 약국 리스트를 저장해두세요. 귀성 귀경길에 마스크 꼭 쓰고 손 소독제도 챙기세요.”
열흘 앞으로 다가온 설 연휴를 앞두고 방역 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올 겨울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최고 수준을 기록한 데다 장기화한 의정갈등으로 병원을 지키는 의료진의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응급의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를 ‘비상대응 주간’으로 지정하고 강도 높은 지원책을 마련해 의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명절은 최장 9일까지 연휴가 이어질 수 있어 응급체계 유지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수가를 인상해 연휴 기간 문을 여는 의료기관과 약국, 근무하는 의료진에게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이 기간 동안 수가가 올라도 환자 본인 부담금은 그대로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첫 주 기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 수는 99.8명을 기록했다. 기침, 콧물, 몸살, 발열 등의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의 10명 중 1명이 높은 확률로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셈이다.
지난해 12월 1주차만 해도 7.3명에 불과했던 독감 의심환자는 한 달 새 14배 가량 폭증했다. 이는 2022~2024년 평균 수치(65.3명)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다. 호흡기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일평균 응급실 환자 수도 이달 1주차 기준 2만명을 돌파했다.
이렇게 독감 확산세가 가파른 데도 중증·응급질환을 다루는 의료기관은 오히려 감소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중증·응급질환 27종을 진료할 수 있는 권역·지역응급센터는 평상 시 109개에서 이달 2주차 기준 101개로 줄었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설 연휴 전 독감 유행이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중환자나 입원환자 수가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정된 의료자원을 잘 배분해 비상진료체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먼저 설 연휴 기간 외래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문 여는 병·의원과 약국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설 연휴에는 하루 평균 3643개소의 병의원이, 추석 연휴에는 8743개소가 운영됐다. 정부는 이번 연휴에 병의원 진찰료 3000원, 약국 조제로 1000원을 정액 가산해 문 여는 곳에 대한 보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 정책관은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문 여는 병의원과 약국 목록을 취합하고 있다”며 “적어도 지난해 설 연휴 수준까지는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흡기질환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협력병원 197개소를 지정하고 확진자 입원시 20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중증환자들이 응급실로 쏠리는 것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협력병원들의 적극적인 환자 수용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추석 연휴 때 도입된 발열클리닉도 확대 운영한다. 정 정책관은 “현재 발열클리닉은 115곳이 지정돼 있는데, 지역적인 분포를 살펴봐서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추가 신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응급실 413곳에는 복지부·행정안전부·지자체 담당자를 기관별로 일대일 매칭해 운영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배후진료 강화 차원에서 권역·지역응급센터의 야간·휴일 수가도 100%포인트 더 올린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 200%로 책정된 가산율이 300%로 인상되는 것이다.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250% 가산, 심폐소생술과 같은 응급의료행위 150% 가산 등의 기존 지원책도 유지한다.
지역 응급실 233개소와 응급의료시설 113개소의 진찰료도 1만5000원 더 올린다. 비중증 응급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찾지 않고 지역 내 가까운 곳에서 진료를 마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 정책관은 “응급실의 주요 경증질환으로는 가벼운 화상, 복통, 두드러기, 염좌, 단순 베임 등이 있다”며 “환자 스스로 경증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면 119 또는 보건소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질환별 대응 방안도 마련했다. 특히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가 진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 전전하는 일이 없도록 중앙응급상황실 내 산과·신생아 전담팀을 구성한다. 정 정책관은 “중앙응급상황실은 주로 응급실 간 전원 문제를 담당하고 산모들은 대개 산부인과 내 분만실 간 연계를 필요로 하다 보니, 지난해 추석 때 고위험 산모 등이 이송과 전원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응급센터 내에 산부인과 전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시도별로 핫라인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질환의 경우 치료에 촌각을 다툰다. 정부는 기존에 부인과 응급수술에 한정됐던 순환당직제를 조기분만과 미숙·조산아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다태아 수용을 위한 신생아 중환자실 예비 병상도 확보한다. 의료진 당직 등에 투입되는 비용은 재난기금을 활용해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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