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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들 성명서도 냈는데…MBC, ‘카지노’ 편성 강행[MK이슈]

  • 김소연
  • 기사입력:2025.05.29 10:13:51
  • 최종수정:2025.05.29 10: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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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사진| 디즈니+
‘카지노’. 사진| 디즈니+

MBC 드라마국 PD들의 반대 성명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편성이 최종 확정됐다.

28일 MBC는 “글로벌 OTT 플랫폼 디즈니+에서 화제를 모은 드라마 ‘카지노’ 시리즈를 7월부터 특별 편성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공개된 ‘카지노’를 MBC에 편성한 이유에 대해 방송사 관계자는 “MBC는 콘텐츠 중심의 시청자 서비스를 지향한다. 글로벌 OTT와의 첫 협업 이후, 메가 히트작의 감상을 놓친 시청자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실제로 확인했다”며 “검증된 작품을 엄선하는 전략적 큐레이션을 통해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권을 넓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카지노’는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 분)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의 벼랑 끝 목숨 건 최후의 베팅을 시작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물이다.

이미 OTT 등에서 공개된 콘텐츠를 편성하는 것은 수익성 측면에서 효과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기획과 제작 비용이 들지 않으며, 인기가 검증된 콘텐츠를 확보함으로써 시청률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광고 수익도 증가한다. 지상파 방송사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전략 편성’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편성을 둘러싸고 MBC 내부에서는 갈등이 첨예했다. MBC에서 디즈니+ 드라마가 편성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내부 반발에는 이유가 있다.

MBC는 지난 1월에도 디즈니+ 오리지널 ‘무빙’을 편성한 바 있다. ‘무빙’은 일요일 밤에 방송됐으나, ‘카지노’는 정규 드라마 슬롯인 금·토 오후 10시에 편성된다. 이로 인해 MBC 자체 제작 드라마 ‘판사 이한영’은 내년으로 편성이 연기됐다.

지난 4월, MBC 드라마국 PD 등 53명은 ‘MBC 드라마 본부의 동의 없는 ’카지노‘ 편성 강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은 “드라마 라인업은 드라마본부의 독단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행 드라마 라인업 결정 과정을 공개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이후 수익성 제고를 목표로 부사장이 주관하는 드라마경쟁력위원회에서 콘텐츠전략, 유통, 유관부서와 협의를 거쳐 드라마 라인업을 결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작 자율성 침해 우려도 제기됐다고 밝혔다.

2024년 중 이미 2025년도 드라마 라인업이 확정됐음에도, 콘텐츠전략국은 지난 3월 ‘카지노’를 7월 금토 드라마 슬롯에 추가 편성하자고 제시했다. 드라마본부가 명확히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경영진이 편성을 강행했다.

MBC 드라마 본부는 “협의 없는 일방적 통보도 중대한 문제지만 이 결정은 당초 제작 예정이던 드라마를 내년으로 미루는 방식으로, 올해 예산의 흑자를 인위적으로 달성하려는 의도이기에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전 협의가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MBC는 디즈니플러스의 재방송 전문 채널이 되려고 하는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카지노’의 갑작스러운 편성은 제작 일선 사원들의 근로 인력을 꺾는 행위”라면서 “경영진의 ‘카지노’ 편성 결정은 그간 힘겹게 쌓아올린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고, MBC 드라마 회복의 흐름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분노하기도 했다.

MBC 드라마본부 구성원들이 요구한 것은 ▲‘카지노’ 편성 전면 재검토, ▲드라마 라인업 결정에 대한 드라마본부의 실질적 권한 보장, ▲수익 중심의 예산 결정 관행 재고 등이었다.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카지노’ 편성은 강행됐고, 우려했던 대로 ‘판사 이한영’의 편성은 내년으로 밀렸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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