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어엿한 투자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가상자산. 여전히 그 가치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사람도 꽤 많은 상품인데요.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상자산에 투자할 방법이 생길 것으로 보여요.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모두 ‘가상자산 시장 제도화’를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에요. 대통령 배출 가능성이 큰 거대 양당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누가 대통령이 돼도 가상자산 시장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칠 거라고 예상해 볼만해요.
정치권에서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발표한 것은 코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예요. 이제는 가상자산에 관심이 있거나 투자 중인 사람이 꽤 많아진 만큼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겠죠.

후보자와 정당의 성향에 따라 공약의 방향이 조금씩 다르긴 해요. 가상자산 산업 육성과 시장 활성화에 무게를 두는 쪽이 있고, 청년층의 자산 형성 지원과 투자자 보호에 무게를 두는 쪽도 있죠. 다만 양쪽 다 코인 시장을 제도적으로 자리 잡게 만들겠다는 공약의 취지는 같아요.
그런데 정당이나 대통령 후보가 내놓은 가상자산 관련 공약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된 내용이 있어요. 바로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이에요.
ETF(Exchange Traded Fund)는 간단히 주식처럼 사고파는 것만으로도 주요 주가지수의 상승이나 하락을 따라가도록 만든 펀드예요. 보통 ‘펀드’라고 하면, 주식처럼 클릭 몇 번으로 사고파는 게 아니라, 금융회사에 가서 가입하고 해지하는 상품을 떠올리게 돼요. 고객이 펀드에 가입한 뒤엔 수수료를 받는 금융사가 투자자들의 돈을 맡아서 대신 투자해 주는 방식이죠.
ETF는 펀드에 돈 넣고 가입하러 가는 대신에 그냥 주식을 사는 것처럼 투자할 수 있게 만든 상품이에요. 여전히 금융회사가 대신 투자해 주지만, 훨씬 명확한 방식으로 투자해요. 복잡하게 종목들을 고르지 않고, 주요 주가지수를 따라가게만 투자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S&P 500에 투자하고 싶다면 S&P 500을 따라가는 ETF를, 우리나라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KOSPI)의 흐름에 투자하고 싶다면 코스피를 따라가는 ETF를 사면 돼요.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고 싶을 땐 반도체 관련 주가지수와 연계된 ETF를 사면 되고요.
여전히 금융회사는 ETF를 운용해 주는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지만, 일반 펀드보다는 훨씬 적은 수수료만 받아요. 일반 펀드에 비해서 하는 일이 많지 않으니까요.
가상자산 현물 ETF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의 가격 흐름을 따라가도록 만든 ETF예요. ETF는 원래 주식을 기반으로 하는 주가지수를 따라가게 만들지만, 코인이라는 새로운 투자 대상에도 ETF를 적용하기 시작한 거예요. 작년 1월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 승인을 받으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어요. 기존에 캐나다나 독일에서 도입된 사례가 있었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인 미국에서 거래된다는 건 가상자산의 확실한 ‘제도권 진입’을 뜻했기에 파급력이 컸어요.
비트코인 ETF는 보통의 ETF처럼 여러 주식에 투자하는 대신, 비트코인에 투자해요. 비트코인 ETF를 만들어 판매한 금융회사는 그 금액만큼 비트코인을 직접 사서 보유하죠. 투자자는 주식시장에서 ‘비트코인 ETF’를 사지만, ETF를 판매한 금융회사가 대신 비트코인을 구매해서 이익이나 손실을 나눠주니까 사실상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모양새가 돼요.

아마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싶으면 그냥 비트코인을 사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겠어요. 사실 맞는 말이에요. 주식시장에서 비트코인 ETF를 사서 비트코인의 가격 흐름에 투자하든, 비트코인을 직접 사든 투자자가 얻는 결과는 비슷하니까요. 가격이 널뛰기하는 비트코인에 주식시장을 통해 투자한다고 해서 더 안정적인 투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가상자산 직접 거래와 ETF 거래의 차이를 굳이 꼽아보자면 이 정도예요.
① 주식시장에서 살 수 있게 돼서 투자 접근성이 개선된다.
② ETF를 사면, 투자자가 직접 비트코인을 보유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는 없다)
③ ETF 매매는 정규 주식시장을 통한 금융 거래로 기록된다.
기존에 주식 투자만 하던 사람이라면, 여러 민간기업이 만든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입하는 것보다는 공식적인 주식시장이 편하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가상자산을 직접 구매하기를 꺼렸던 기업들도 ETF를 투자 자산으로 보기 쉬워지죠. 투자자들이 마주하던 심리적·제도적 장벽을 확 낮추게 되는 거예요.
대통령 후보들이 나서서 ‘가상자산 ETF 도입’을 외치는 것도 이런 맥락을 고려한 결과로 보여요.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코인 시장을 제도화하는 정책은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회원은 16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해요. 이중 상당수는 가입만 했거나 투자를 중단한 상태이긴 하겠지만, 가상자산에 관심을 뒀던 사람은 정말 많다는 거죠.
미국에서 가상자산 ETF가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긴 하지만, 한국 투자자는 이런 ETF를 아직 거래하지 못해요. 우리 정부가 거래를 금지했기 때문이에요. 워낙 새로운 상품이다 보니, 우리나라 법에 명시된 ‘투자 상품’에 해당하지 않아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이유였죠.
그래서 가상자산 투자자들 사이에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대로 가상자산 ETF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시장이 활성화될 거라는 기대감이 존재해요. 특히 대규모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기관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요. 코인을 사들이기는 부담스럽지만,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를 조금씩 사둘 곳들은 꽤 있을 거라는 예상이에요.
물론 앞서 언급했듯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행위는 위험성이 크다는 걸 명심해야 해요. 가상자산을 직접 사는 대신 ETF를 통해 투자한다고 해서 더 안정적인 투자가 되는 건 아니죠. 아무리 제도화가 투자에 대한 심리적·법적 장벽을 낮춘다고 해도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투자의 본질까지 완전히 바꾸는 건 아니니까요.
아직 우리가 직접 살 수는 없지만, 세계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ETF를 활발히 거래하고 있는데요. 과연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지켜질지, 코인 투자자들의 바람처럼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는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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