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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격변 일으키는 저축은행 업계...국내 1위 SBI 품는 교보생명

  • 박창영,한상헌
  • 기사입력:2025.04.29 08:37:11
  • 최종수정:2025.04.29 08: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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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이 국내 1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을 인수하기로 최종 의결했다. 교보생명은 보험과 저축은행 고객을 서로 연계하고, 양 사의 연금·예금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도 물밑에서 상상인·페퍼저축은행 인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업권 지형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교보생명은 이사회를 열고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내년 10월까지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인수금액은 9000억원이다. 지분 매각에 나선 SBI홀딩스는 SBI저축은행 지분 85.2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4월25일 A1·12면 보도

우선 교보생명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 승인을 받은 뒤 올해 하반기 중으로 지분 30%를 취득할 계획이다. 통상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두 달이 걸린다. 이후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에 맞춰 내년 10월 말까지 20%+1주를 추가로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른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은 상당 기간 SBI홀딩스와 공동 경영 체제를 유지하며 저축은행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경영진 또한 교체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을 발판 삼아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려는 교보생명은 증권, 자산운용, 부동산자산관리 등 자회사를 갖췄지만 수신 기능은 없는 상태다. 향후 SBI저축은행의 계좌를 보험금 지급용으로 활용하면서 예·적금을 교보생명 퇴직연금 운용 상품에 포함할 수 있다.

교보생명은 보험과 저축은행 등 양 사 고객에 보다 폭넓은 상품을 권할 계획이다. 일단 보험사에서 대출받지 못한 고객에게 저축은행 중저금리 대출을 소개할 수 있다. 보험사는 신용등급 요건이 은행과 유사한 수준이라 고객이 대출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현재 11조원 수준인 SBI저축은행의 여신 규모가 교보생명에 인수된 후에는 1조6000억원가량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며 향후 손해보험사 인수 등 비보험 금융사업 영역 확대에도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저축은행 업계에 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1위 SBI저축은행이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을 대주주로 들이며 경쟁력을 제고하게 된 데 이어 2위 OK저축은행도 여타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규모를 한층 키운다는 전략이다.

OK금융그룹은 상상인·페퍼저축은행의 인수를 계속해서 추진해왔는데 현재 매각 측과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OK저축은행은 양 사를 인수하면 영업구역을 현재 서울·충청·호남 권역에서 경기·인천으로 확대할 수 있다.

하위권 저축은행의 인수·합병(M&A)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국내에 저축은행 79곳이 존재하지만 상당수는 여신 규모도 작을 뿐만 아니라 부실률도 높아지는 양상이라 업권을 정리할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권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2년 한시로 구조조정 촉진 대상 저축은행의 M&A 기준을 완화한다. 업계에서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면 저축은행 10곳이 신규 M&A 대상에 편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가 저축은행 인수를 적극 추진하도록 하기 위해서 저축은행법상 정기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금융지주 측은 현 수준의 자본 건전성 규제가 지속된다면 저축은행 인수는 고려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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