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정민의 인상적인 추천사로 주목받은 성해나 작가(31·사진)의 소설집 '혼모노'가 연일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흡인력 있는 일곱 편의 소설로 그 추천사를 입증해내며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이다.
'혼모노'는 '빛을 걷으면 빛'에 이어 두 번째 소설집이며, 장편소설로는 '두고 온 여름'이 있다. 2024년 단편 '혼모노'로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과 젊은작가상을, 올해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두 수상작 모두 '혼모노' 소설집에 실려 있다.
등단 5년여 만에 빛을 보고 있는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앳된 목소리로 까르르 웃다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며 진지하고 힘있는 말투로 변했다.
작가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다른 소설의 뒷이야기를 쓰는 것을 좋아했다. 그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했고, 고(故) 김복동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첫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첫 소설이 2019년 신춘문예에 당선된 중편소설 '오즈'의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오즈'는 주인공이 하우스 셰어링 사업을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 오즈를 만나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는 이야기다. 성 작가는 "몇 분 안 남은 위안부 할머니가 모두 사라지기 전에 그 문제의식을 담은 장편을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그는 소설에 사회 문제를 담는다. 그래서인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로 이청준과 조세희를 꼽았다. 그가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소설 쓰기 전에 왜 쓰는지 오래 고민한다. 그래야 집필 과정이 즐겁고, 제 사유가 온전히 독자에게 닿는다"며 "왜 문학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데 문학은 통찰과 의문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사람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설 일곱편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모두 사회에 대한 이야기로 하나의 주제는 없다. 그저 매번 다채로운 질감과 색채를 띤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의 주인공은 세계적인 영화감독 김곤을 좋아하는 소위 '찐' 팬들의 모임 회원이다. 김곤이 과거에 저지른 어느 사건으로 대중에게 윤리적 질타를 받지만 팬들은 그를 감싼다. 작가는 "예술과 도덕을 분리하는 게 가능할까. 과오를 진 사람과 그의 작품을 동떨어져서 보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게 만들어진 예술이 우리에게 필요할까 물었다"며 "질문이 중요하지, 그 답은 중요하지 않다. 답은 각자 내리면 된다"고 말했다.
'스무드'는 재미 한인 3세인 듀이가 우연히 광화문 광장의 태극기 집회 현장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블랙코미디다. 작가는 "매끈한 것 뒤에 감춰진 사회의 이면을 그리고 싶었다. 이분법의 경계선에 놓인, 매끄럽지만 불편한 세상 말이다"며 "태극기 집회도 직접 가고 재미교포도 여럿 인터뷰했다"고 했다.
그에게 독자의 반응이 좋은 비결에 대해 물으니 "잘 모르겠지만 소설 쓸 때 최대한 꾸밈없이 솔직한 마음으로 쓰고 있다. 인간의 욕망과 자유를 마음껏 드러내니 소설이 독자의 가려운 구석을 잘 긁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래오래 소설을 쓰고 싶다. 작가는 "소설은 독자가 있는 한 항상 쓰는 보람이 있다. 소설을 계속 쓰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게으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심마니들은 장화 다섯 켤레가 떨어져야 산삼 한 뿌리가 나온다고 하더라. 나는 아직 장화 세 켤레 정도 떨어진 것 같다. 독자에게 사랑받는 소설을 계속 쓰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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