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닷컴이 내게 남긴 것.’
대형 홀 한 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을 통해 익숙한 한글이 보이고 귀에 쏙쏙 박히는 광고 멘트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트립닷컴 연례 세미나가 막을 올렸다.

전 세계 3000여 명의 여행 업계 관계자가 모인 트립닷컴 인비젼 2025 세미나의 포문을 연 것은 한국에서 방영 중인 ‘남는 여행’ 캠페인 광고였다.
트립닷컴은 2023년부터 ‘인비젼’이라는 이름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트립닷컴 그룹 최고 경영진과 전 세계 관광 업계 파트너가 한자리에 모여 여행 산업 전반에 대해 논의하는 글로벌 컨퍼런스로 2023년에는 700여명, 2024년에는 1600여명 그리고 올해엔 3000여 명이 참석해 점차 규모와 영향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 특별 연사로 무대 오른 해리 왕자

트립닷컴 인비젼 2025 세미나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주요 경영진 발표에 앞서 초청 연사로 영국 해리 왕자가 무대 위로 깜짝 등장했다. 행사 직전까지 비밀에 부쳤던터라 모두들 해리 왕자를 보고 깜짝 놀라 탄성을 터뜨렸다.
해리 왕자가 연사로 초청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해리 왕자는 2019년 트래벌리스트(Travalyst)라는 비영리 글로벌 연합을 설립했다.
트래벌리스트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여행객과 여행 업체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여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단체다.
트립닷컴 그룹은 트래벌리스트의 창립 파트너(2019년)로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해 꾸준히 협력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트립닷컴은 항공권 검색 시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제공해 고객이 환경 친화적인 여행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해리 왕자는 연설을 통해 지속 가능한 여행에 더 많은 사람들과 기업이 관심을 갖고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여행자에게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미 여러 기업이 지속가능성이 도덕적 책무일 뿐 아니라 훌륭한 비즈니스 전략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서 전 세계 경제의 위기 요소로 자리 잡았다. 기후 변화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매년 1430억 달러(약 196조387억 원)의 손실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 왕자는 “앞으로 지속 가능성 실천에 있어서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시아태평양은 세계 최대의 국제 여행 시장으로 그 가치를 합산하면 4190억 달러(약 574조4071억 원)에 달한다. 아태 지역 여행자들은 국제 관광에서 가장 많은 지출을 하는 집단”이라며 “그들의 선택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고 관광으로 비롯한 혜택이 지역사회에 돌아가도록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립닷컴의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계 여행자들은 전 세계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온라인에서 지속가능한 여행 옵션을 더 많이 찾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관광이 지역 문화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경각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지역 사회가 없다면 발견도, 경험도, 혁신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관광 가치의 80%는 자연에 기반합니다. 우리는 모두가 의존하고 있는 자연 환경과 지역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산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 ‘혁신’과 ‘지속 가능성’ 거듭 강조
올해 컨퍼런스 화두는 ‘혁신’과 ‘지속 가능성’이었다.
제임스 량 회장은 “효율성을 위한 기술 혁신,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기 위한 혁신 그리고 독특한 여행 경험을 위한 혁신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율성을 위한 기술 혁신을 위해 트립닷컴은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 응대, 예약 시스템, 여행 계획 수립 등 전반적인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
여행자에게 보다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트립닷컴은 네가지 요소를 강조했다. 기술, 문화, 전통, 콘텐츠 등이다.
그는 기술을 토대로 한 혁신 사례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와 애프터라이프를 들었다. 거대 LED 돔 공연장 스피어와 EDM 공연 애프터라이프가 라스베이거스에 선을 보이면서 이 일대 호텔 예약 건수가 10배가 늘었다.
2024년 10월에 문을 연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도 반응이 뜨겁다. 15억 달러를 들여 지은 고고학 박물관으로 인근 기자 피라미드와 조화를 이루는 설계와 방대한 전시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박물관이 문을 열고 카이로 여행 예약 건수가 무려 125% 성장했다.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 제임스 량은 트립닷컴이 지난해 중국 내에서 진행한 ‘저탄소 호텔’ 실험에 대해 소개했다.
지원이 필요한 농촌 지역에 태양광 패널, 에너지 저장 기술을 도입한 ‘저탄소 호텔’을 짓고 현지인을 고용해 호텔을 운영했다.
트립닷컴은 이러한 ‘컨트리 리트릿’ 호텔 시범 운영을 통해 지역 사회에 직접적인 고용을 창출하고 탄소 배출을 30% 절감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뿐만아니라 트립닷컴은 국제지속가능관광위원회(Global Sustainable Tourism Council) 및 트래벌리스트(Travalyst),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 등 다양한 글로벌 재단과 협력하며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제임스 량 회장은 연설 말미에 여행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약 1억 달러(약 1350억원) 규모의 ‘여행 혁신 펀드(Tourism Innovation Fund)’ 펀드 신설을 약속했다.
투자 분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목적지 경험 혁신’ 부문에서는 디지털 축제, 다이닝 경험과 몰입형 이벤트 등 새로운 형태의 여행 콘텐츠를 개발해 덜 알려진 목적지를 발굴하고 문화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관광 혁신상(Tourism Innovation Awards)’은 지속가능성, 기술, 문화유산, 자연 경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개인 혹은 조직에게 수여한다. 총 140만 달러 상당(약 16억 원)의 상금이 걸렸다.
# 트립닷컴 C 레벨 총출동한 컨퍼런스

제인 순 트립닷컴 그룹 CEO는 “AI 발달하면 사람들은 더 많은 여유 시간을 갖게 되고 여행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기술의 발전과 여행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발표를 시작했다.
제인 순 CEO는 이번 세미나에서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3E’를 내세웠다. 차례로 ‘이벤트 트래블(Event travel)’ ‘고령자 친화적 여행(Elderly Friendly)’ ‘신흥 시장(Emerging Markets)’을 뜻한다.
이벤트 트래블은 콘서트, 스포츠 경기, 페스티벌 등 문화 이벤트와 결합한 여행을 말한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분야다.
그는 조기 은퇴자, 시니어 여행 상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립닷컴은 경제력도 있고 시간도 많은 시니어를 위한 맞춤 여행, 패키지 상품을 개발 중이다.
제인 순 CEO가 잠재력있는 신흥 시작으로 언급한 곳은 노르웨이 등 북유럽과 남아공과 튀니지 등이다.
기술 혁신도 주목할 만하다. 트립닷컴의 AI 비서 ‘트립 지니’ 기능을 활용하면 여행 전 계획, 일정 추천부터 여행지에서 외국어 번역 기능은 물론 다국어 실시간 소통까지 가능하다.
제인 순 CEO 발표에 이어 모니카 샤오 트립닷컴 숙박 부문 CEO, 레이 첸 베케이션 부문 CEO, 스티븐 장 항공 부문 CEO, 데니스 리 열차 부문 CEO, 타오 송 트립.비즈 부문 CEO, 한 펑 그룹 부사장, 에디슨 첸 그룹 부사장 등 그룹 내 주요 임원진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혁신’과 ‘지속 가능성’ 키워드에 맞춰 성과와 앞으로 계획, 최신 업계 동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열차 분야는 트립닷컴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데니스 리 국제 열차 부문 CEO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기차 예약 성장률은 유럽의 경우 1857%, 아시아는 214%였다”며 “앞으로 2년 내 트립닷컴에서 전 세계 모든 철도 운영사를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중국) =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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