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온 세기의 로망스
아이오와 통나무집·옥수수밭
한 폭의 그림 같은 무대
서정적인 음악 여운남겨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여느 불륜이야기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미국 중부에 위치한 ‘밋밋하고 납작한’ 시골 마을 아이오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이야기는 은은하지만 여운이 강하다.
로버트 역의 최재림은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예요. 몇 번을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예요”라고 프란체스카 역의 조정은에게 말한다. 이렇게 확실한 감정을 주고받은 남녀는 과연 가족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할 수 있을까.
7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어느새 자신은 지워진 채, 아내이자 엄마로서 삶에 익숙해져 버린 프란체스카와 어느날 불쑥 찾아온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는 작품이다. 이번 3번째 시즌에는 프란체스카 역에 조정은, 차지연, 로버트 역에 박은태, 최재림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주목받았다.
이 뮤지컬은 1992년에 나온 동제목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기반으로 한다. 이 이야기가 세기의 로맨스로 각광받은 이유는 사연 있는 등장인물이 모두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프란체스카는 젊은 시절 화가의 꿈을 묻어둔 채 미국 아이오와에서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남편과 아들, 딸이 나흘 간의 여행을 떠나고 홀로 남게 된 프란체스카 앞에 매디슨 카운티에 있는 로즈먼 다리를 찍기 위해 온 사진작가 로버트가 나타난다. 이곳저곳을 떠도는 정처 없는 삶을 사는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의 고향인 이탈리아도 가본 적 있다. 둘은 로즈먼 다리에 함께 가게 되고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관객들은 작품을 보면서 ‘나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 계속 생각하게 된다. 휘몰아치는 만남 이후 프란체스카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응원하게 된다. 불륜 이야기이지만, 그 과정에서 악역 하나 없는 등장인물들은 각자 최선을 다할 뿐이다. 프란체스카의 남편인 리처드 버드 존슨 역에는 최호중, 프란체스카의 이웃인 찰리 역에는 정의욱·원종환, 찰리의 아내 마지 역에는 홍륜희가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작품을 탄탄하게 만든다.
아이오와 배경은 뮤지컬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무대에는 투박한 통나무집과 끝없이 이어지는 옥수수밭을 그대로 옮겨놨다. 옥수수밭에서 웃통을 벗고 몸을 씻는 최재림은 후덥지근한 아이오와의 한여름을 상상하게끔 한다. 무대 뒤 스크린에 담긴 파스텔톤의 노을빛은 아름답고 아련하다.
이 작품에서 사진은 중요한 소재다. 로버트가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이기도 하고, 이 모든 이야기가 결국 추억 가득한 한 장의 사진으로 남는다. 무대의 가장 외곽에는 테두리가 쳐져있어서 무대가 거대한 액자 프레임 같다.
서정적인 음악이 작품의 여운을 극대화한다. 이 음악은 토니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등 세계 유명 시상식을 석권했다. 대표 넘버로는 ‘단 한 번의 순간(One Second and a Million Miles)’, ‘내게 남은 건 그대(It All Fades Away)’가 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기타, 퍼커션 등이 함께하는 오케스트라에는 이례적으로 그랜드 피아노가 배치되어 더욱 풍성한 선율로 감수성을 자극한다. 오는 7월 1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