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6일부터 5월 4일까지 9일간 열리는 궁중문화축전이 문을 열기 전부터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사전 예약 프로그램이 티켓 오픈 이틀째인 지난 10일 거의 매진되며 15일 열릴 예정이었던 기자 간담회를 부랴부랴 취소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굿즈 형태로 처음 선보이는 '궁패스 노리개'는 소장 욕구에 불을 지르며 오픈 30분 만에 3000개가 솔드아웃됐다. '2025 궁중문화축전 개막제' '왕비의 옷장' '아침 궁을 깨우다' '한복 입은 그대, 반갑습니다' '경희궁 밤의 산책'도 차례로 매진 행렬에 동참했다. 외국인 대상인 '고궁음악회-100인의 여민동락' 공연 티켓도 모두 팔렸다.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씩 서울의 5대 궁궐인 경복궁과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경희궁과 종묘에서 열리는 궁중문화축전의 매력은 무엇일까. 올해 11회를 맞아 2030 젊은 층부터 외국인들도 열광하는 국내 최대 규모 국가유산 축제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사전 예약에서 매진된 프로그램은 대부분 체험 행사다.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 취향을 반영해 올해 체험 행사를 대폭 늘렸다는 설명이다. 창덕궁에서 열리는 '왕비의 옷장'은 창덕궁 규장각과 옥당에서 한복을 대여해 환복하고 헤어 스타일링까지 받은 뒤, 셀프 촬영 기기를 통해 나만의 한복 화보를 남길 수 있는 행사다. 인생네컷과 셀프 사진 스튜디오로 익숙한 MZ세대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아 일찌감치 매진됐다.
창경궁에서 진행되는 '한복 입은 그대, 반갑습니다'도 한복을 입고 궁궐(창경궁~창덕궁) 데이트 코스를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커플(남자 한복, 여자 한복) 단위로 한복으로 갈아입은 뒤, 추천 코스를 자유롭게 관람하며 고궁을 즐길 수 있다. 코스 관람 후에는 창덕궁 약방에서 궁중다과와 함께 커플 연서 쓰기 체험을 한다. 이 또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찍 매진됐다.
안인영 국가유산진흥원 과장은 "한복을 입고 옛 과자를 즐기며 인증샷을 남기는 MZ세대 취향 저격 프로그램이 통했다"며 "지난해만 해도 궁궐 외부에서 한복을 입고 와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궁궐 내에서 대여 가능하다는 점이 큰 인기를 끈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사전 예약에 실패했더라도 궁에서 할 것은 여전히 많다. '시간여행, 세종'은 경복궁 주요 전각을 돌며 세종 재위 시기 극을 관람하고, 훈민정음 목판인출 체험, 세종어록 필사 체험 등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는 전통상품과 먹거리를 판매하는 장터 'K-Heritage 마켓'이 열린다. 경복궁 궁중놀이방은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왔던 공기놀이도 할 수 있다. 수문장 교대의식과 창덕궁 '왕가의 산책'도 매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덕수궁에서 열리는 '황실취미회'는 고종의 취향과 근대 황실의 여가문화를 체험하는 상설 콘텐츠다. 커피를 마시고 LP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창경궁 춘당지 일원에서는 미디어아트와 조명 연출이 결합된 '물빛연화'가 야간 관람객을 끌어들인다.

지난해 궁중문화축전 참가자는 총 96만명으로 올해 1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외국인 참가자는 20%가량을 차지하며 글로벌 문화 이벤트로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K팝으로 한류 열풍을 체감한 외국인들이 한국 전통문화와 역사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는 증거다. 올해 신설된 외국인 전용 '황제의 식탁'은 대한제국 황실의 국빈 연회를 재현한 한식 기반의 미식 프로그램이다. 창덕궁 후원을 산책하는 '아침 궁을 깨우다'는 프랑스 출신 방송인 파비앙의 영어 해설이 곁들여진 외국인 전용 회차를 마련했다. 야간 경복궁을 자유롭게 감상하는 '한밤의 시간여행'은 언어 장벽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넌버벌 콘텐츠다.
어린이 참여 프로그램도 대폭 늘었다. 5월 2일부터 경복궁 동궁 권역에서 열리는 궁중직업실록은 조선시대 궁중의 다양한 직업군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체험하는 어린이 전용 콘텐츠다. 직업별 체험을 연계한 놀이와 보상 시스템(녹봉 수여 등)을 통해 가족 단위 관람객의 만족도가 높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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