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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향수 향이 한국 현대미술 작품으로…서울옥션의 특별한 전시

김선우·문형태 등 작가 4인 산타마리아노벨라 향수에 영감 받은 신작 14점 선봬 11일 온라인 경매 앞두고 신사동 강남센터서 프리뷰

  • 송경은
  • 기사입력:2025.02.06 15:23:58
  • 최종수정:2025-02-06 17: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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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문형태 등 작가 4인
산타마리아노벨라 향수에
영감 받은 신작 14점 선봬
11일 온라인 경매 앞두고
신사동 강남센터서 프리뷰
오는 11일 열리는 온라인 경매 ‘산타마리아노벨라×서울옥션: 아티스트 4인과 함께하는 메디치 가든’의 프리뷰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옥션 강남센터 전시장 전경. 이번 경매에는 ‘메디치 가든 컬렉션’ 향수의 향을 모티브로 제작된 신작들이 출품된다. 서울옥션
오는 11일 열리는 온라인 경매 ‘산타마리아노벨라×서울옥션: 아티스트 4인과 함께하는 메디치 가든’의 프리뷰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옥션 강남센터 전시장 전경. 이번 경매에는 ‘메디치 가든 컬렉션’ 향수의 향을 모티브로 제작된 신작들이 출품된다. 서울옥션

향기가 불러일으키는 생각과 느낌을 시각화한 특별한 미술 전시가 열린다. 전시 개막일인 지난 4일 찾은 서울 신사동의 서울옥션 강남센터 전시장에는 온갖 향기로운 향이 가득했다. 벽면엔 향수의 향을 모티브로 한 미술 작품들이 걸렸고, 관객들은 시향을 하며 작품을 관람했다. 오는 11일 이탈리아 브랜드 산타마리아노벨라의 ‘메디치 가든 컬렉션’ 향수를 테마로 온라인 경매를 개최하는 서울옥션이 산타마리아노벨라와 함께 한국의 젊은 작가 4인과 협업한 작품을 선보이는 프리뷰 전시다.

향수의 다채로운 향과 미술 작품이 한 데 어우러진 이번 온라인 경매 ‘산타마리아노벨라×서울옥션: 아티스트 4인과 함께하는 메디치 가든’의 프리뷰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경매 다음날인 12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온라인 경매를 통해 김선우, 김지아나, 정다운, 문형태 작가는 산타마리아노벨라 메디치 가든 컬렉션의 향수 4종을 하나씩 맡아 각 향을 주제로 제작한 커미션 신작을 3~5점씩 선보인다. 전체 출품작 수는 총 14점이다. 전시는 서로 매칭된 작가·향수별로 크게 4개 파트로 구성됐다.

산타마리아노벨라는 13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유서 깊은 부티크에서 비롯됐다. 장인정신이 깃든 가장 오래된 향수 ‘아쿠아 델라 레지나’는 피렌체 출신의 카드린 드 메디치가 미래의 남편인 프랑스 왕가의 앙리 2세에게 준 결혼 선물로도 유명하다. 메디치 가든 컬렉션은 당대 문화·예술 진흥에 큰 영향을 끼친 메디치 가문의 정원을 콘셉트로 제작된 향수 시리즈다. 이번 출품작 제작을 위해 작가들은 메디치 가든 컬렉션의 각 향수 제품 샘플을 제공 받고 지난 두 달 동안 작업에 몰두했다.

김선우 ‘The Protectors’(2024·추정가 2300만~6000만원). 서울옥션
김선우 ‘The Protectors’(2024·추정가 2300만~6000만원). 서울옥션
김지아나 ‘YW Inside YW 24-50_SE’(2024·추정가 1200만~2000만원). 서울옥션
김지아나 ‘YW Inside YW 24-50_SE’(2024·추정가 1200만~2000만원). 서울옥션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김선우 작가는 메디치 가든 컬렉션의 ‘앰브라’ 향을 처음 접했을 때 “나만의 비밀스러운 숲속 오두막 같았다”며 “나를 보호해주고, 나를 포근하게 감싸 안는 따뜻한 모닥불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도도새 작가’로 알려진 김선우 작가는 지난 2015년부터 스스로 날기를 포기해 멸종한 도도새를 캔버스에 등장시켜 현대인들의 위기와 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왔다. 출품작 중 하나인 100호 크기의 ‘The Protectors’(2024·추정가 2300만~6000만원)에도 여덟 마리의 도도새가 고요한 숲속 한 가운데 모여 황금가지를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앰브라’는 산뜻한 베르가못과 부드러운 앰버, 신비로운 향의 몰약이 어우러진 향이 특징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 작가는 “‘앰브라’의 모티브가 된 앰버(amber·호박)는 자연의 따뜻함과 치유, 유구한 시간과 변화를 상징한다”며 “숫자 8 역시 여러 문화와 종교에서 무한함을 의미한다. 무한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고, 성장해나가는 인간의 서사를 표현하고자 앰버를 상징하는 별을 중심으로 여덟 마리의 도도새를 등장시켰다”고 설명했다.

‘인첸소’에서 굉장히 복합적인 향을 느꼈다는 김지아나 작가는 향수의 중성적인 첫인상과 작업 중간에 마주한 강렬함, 마지막의 묵직한 잔향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감각적 경험을 서로 다른 분위기의 작품 3점으로 표현했다. 실제로 ‘인첸소’는 카다멈과 핑크 페퍼의 스파이시한 향을 시작으로 인센스, 사이프리올 향을 거쳐 부드러운 베티버 향으로 이어진다. 세라믹 조각을 캔버스에 여러 방향으로 꽂아 작품을 완성하는 김지아나 작가는 “기존 ‘인사이드’ 연작과 맞물려 있지만, 하나의 향수에서 다양한 느낌을 받은 점에 착안해 처음으로 세라믹 조각의 앞·뒷면 색을 다르게 작업했다”며 “뜻밖의 만남처럼 800년 헤리티지를 지닌 향을 알아가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굉장히 재밌었다”고 말했다.

정다운 ‘패브릭 드로잉 아쿠아 시리즈 #188’(2025·추정가 800만~1600만원). 서울옥션
정다운 ‘패브릭 드로잉 아쿠아 시리즈 #188’(2025·추정가 800만~1600만원). 서울옥션
문형태 ‘Merry-Go-Round’(2025·추정가 2500만~4500만원). 서울옥션
문형태 ‘Merry-Go-Round’(2025·추정가 2500만~4500만원). 서울옥션

얇고 투명한 노방천을 겹겹이 쌓아 깊이감이 느껴지는 ‘패브릭 드로잉’ 작업을 하는 정다운 작가는 ‘아쿠아’에서 느껴지는 맑은 물의 생명력과 유동성을 시각화한 5점을 선보였다. 정 작가는 “처음엔 프리지아와 연꽃의 꽃향으로 다가왔지만 뒤로 갈수록 머스크 향이 올라오면서 깊은 수면 아래의 고요함이 연상됐다”고 전했다. 이 때문인지 ‘패브릭 드로잉 아쿠아 시리즈 #188’(2025)는 연분홍과 연노랑 천 위에 다양한 색감의 파란색 계열 천이 쌓인 형태다. 그는 “평소 향에 예민한 편인데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바디워시, 세제 하나도 무향을 쓰면서 ‘아쿠아’ 향에만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향이 내게 스며들거나 남긴 것들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MZ세대 인기 작가로 꼽히는 문형태 작가는 끊임없이 돌아가는 삶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대표 연작인 ‘Merry-Go-Round’의 신작 등을 통해 ‘퀘르치아’를 표현했다. 문 작가는 “피난처를 찾는 사람들에게 숲의 그늘과 포근함을 제공한다는 퀘르치아의 테마가 ‘Merry-Go-Round’ 연작을 통해 이야기해온 삶의 안정감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며 “서로를 보살피는 관계의 움직임을 나타낸 작품은 삶을 함축해놓은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퀘르치아’는 상쾌함을 주는 라벤더와 베티버, 파출리의 흙 내음, 오크우드의 편안한 향을 담고 있다.

이번 경매에서 작품을 낙찰 받을 경우, 해당 작가의 작품에 영감을 준 향수 100㎖를 증정한다. 후각의 시각화를 콘셉트로 한 희소성에 일부 작품은 사전 응찰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수십 명이 몰리기도 했다. 김선우 작가의 20호 크기 회화 ‘Starlight Flight’(2024)는 시작가 700만원으로 출발했는데 6일 오전 7시 기준 사전 응찰자 29명이 몰리면서 가격이 1900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문형태 작가의 100호 작품 ‘Merry-Go-Round’(2025) 역시 13명이 사전 응찰에 참여했다. 한편 서울옥션은 이벤트로 100만원 상당의 산타마리아노벨라 바우처 2장을 시작가 0원에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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