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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녀는 성공의 상징이죠”…인구 위기 대한민국, 이 나라에서 배우라는데 [Books]

최후의 인기론, 폴 몰런드 지음, 이재득 옮김, 미래의창 펴냄

  • 이향휘
  • 기사입력:2025.01.19 05:56:31
  • 최종수정:2025.01.19 05: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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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인기론, 폴 몰런드 지음, 이재득 옮김, 미래의창 펴냄
[그림 = 챗GPT]
[그림 = 챗GPT]

“한국 인구의 3분의 2가 한 세대 마다 사라질 것이다. 인구 붕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말 소셜미디어 X에 경고한 내용이다. 지난해 0.68명으로 예상됐던 한국 합계출산율 그래프마저 공유했다. 물론 이 수치는 0.74명으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출산율이 0.8명일 때 인구는 얼마나 줄어드는 걸까.

최근 ‘최후의 인구론’(원제: No One Left)을 출간한 영국 대표 인구통계학자 폴 몰런드에 따르면 끔찍한 수준이다.

이론적으로 한 세대의 두 사람이 다음 세대에서는 0.8명이 된다는 뜻이다. 100명이 40명의 자녀를 낳고, 그 자녀들은 다시 16명의 자녀를 낳는다. 두 세대 만에 인구의 84%가 사라진다. 한국은 과거 남아 선호사상으로 미혼남이 미혼녀보다 20%가량 더 많기에 상황은 더 심각하다. 복잡한 저출생 방정식을 풀지 않고서는 대한민국 생존을 낙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저자는 그야말로 한국이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저출생 요건을 두루 갖춘, 총체적 위기의 전형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소득수준이 높고 경제가 발전하고 여성이 고등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출산율은 떨어진다. 한국은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1인당 GDP도 일본과 비슷하다. 매년 70% 이상이 대학을 진학하며 치열한 경쟁사회와 높은 사교육비라는 구조도 안고 있다. 여기에 여성은 자신보다 나은 남성과 결혼하려는 ‘상향혼’ 경향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종교와 문화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즉 아브라함계 종교적 배경은 저출생을 막을 방파제 역할을 하는데 한국은 기독교 비중이 높지만 문화적 영향력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사회적으로 심각한 반출생주의 문화도 문제다. 저자는 “식당과 카페, 박물관 등 많은 공공장소에서 ‘어린이와 반려동물 출입금지’ 표지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태도가 사회 전반적으로 팽배한 한국에 아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일갈한다.

한국이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국가는 없을까. 이미 이탈리아와 중국, 인도마저 저출생 국면에 진입했기에 성공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림 = 픽사베이]
[그림 = 픽사베이]

저자는 인도네시아와 이스라엘 사례에 주목한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상태의 ‘골디락스 시나리오’가 작동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30년 넘게 2~3명의 출산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수도 자카르타는 20대 젊음의 에너지가 생동하는 도시가 됐다. 소득 증가, 도시화, 교육 수준 발전은 예외 없이 출산율을 끌어내렸는데 인도네시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저자는 이슬람 종교와 정치 안정에서 찾는다. 또한 인도네시아 여성들 상당수가 여전히 교육 수준이 낮고 피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사례는 선진국인 이스라엘이다. 경제나 교육 수준, 도시화 정도에서 한국과 별 차이가 없는 이스라엘 여성은 한 명당 3명의 아이를 낳는다. 한국 여성보다 무려 서너배 많은 아이를 낳고 있다.

우선 유대교라는 아브라함계 종교국이라는 특수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구의 5분의 4를 차지하는 유대인의 경우 출산율이 종교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초정통파 유대인 여성들의 평균 출산율은 6.4명에 이른다. 미국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들이 바이든 지지자들보다 더 많은 자녀를 둔 것처럼 이스라엘 우익 민족주의자들의 자녀 수는 진보성향 사람들의 자녀 수보다 35%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600만명의 유대인 목숨을 앗아간 홀로코스트 악몽도 출산을 늘리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유대인들은 ‘잃어버린 이들을 대체하기 위해’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는 무의식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생존에 대한 강한 의지와 적들에게 포위당해 위협받는 상황도 출산 욕구를 자극한다.

실제로 출산·육아 관련 정부 지원은 한국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다. 이스라엘 여성은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15주 유급휴가와 11주 무급휴가가 전부다. 육아비 지원도 적다. 다만 파격적인 것은 45세까지 첫 두 자녀에 대해 무료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을 수 있게 한 점이다.

사회적으로 출산을 장려하는 문화와 조부모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도 눈여겨봐야 할 요소다.

이스라엘 전역의 대중교통 곳곳엔 아기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낯선 사람마저 젊은 엄마를 보면 육아 조언을 꺼낼 정도라고 한다. 또한 자녀를 둔 25~39세 여성 중 71%는 조부모에게 정기적으로 육아 도움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부모의 육아 참여율이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스라엘에서는 다자녀가 사회적 성공으로 인식되는 문화가 있다.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한다. “IT업계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자녀가 많아야 비로소 성공한 것입니다. 네 명의 자녀를 경제적으로도 부양할 여유가 있다는 사실이 자랑거리인 셈이죠. 이스라엘에서 성공의 상징은 요트, 전용기, 고급 차 같은 것이 아니라 바로 자녀를 얼마나 많이 낳았느냐가 중요하죠.”

세계의 인구 재앙을 경고하는 책에 한국이 최악의 사례로 거론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인구 감소의 망령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출산을 바라보는 문화를 바꾸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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