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의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다. 대한민국은 만 19세부터 34세 이하를 청년으로 본다. 일부 조례에선 만 39세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과거에는 10대부터 20대까지만을 의미했다. 그때는 환갑잔치를 열어 장수를 축하하던 시절이었다.
대한민국은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어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지난해에는 20%를 돌파했다. 이른바 초고령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만큼 앞으로도 청춘과 청년의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필자에게 '봄 새싹처럼 싱그럽고 활력이 돋아나던 시기'는 언제였을까. 82년 차 인생을 꺼내보면 파란만장(波瀾萬丈)하다. 믿기 어렵겠지만 쉰 전까지는 번번이 실패했다. 두 차례나 삶을 포기하려 했지만, 다시 고집스럽게 일어섰다. 혹자는 "남들은 바닥에서 시작하는 것도 힘들어 하는데, 어쩌자고 지하에서 재도전을 하느냐"고 걱정했다. 십벌지목(十伐之木) 끝에 지상으로 올라섰다. 살림이 조금 나아지자 대학에 지원했다. 물론 회사의 대표이니 월급이 더 오른다거나 어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할 순 없었다. 만학의 길은 험했다. 20대의 학업 속도를 쫓아가기 바빴다. 예외 없이 공정한 평가를 요청한 탓에 졸업 전까지 'F' 학점을 꽤 많이 수집했다. 그래도 배움의 기쁨은 달콤했다.
56세에 스키를 배우고, 대학 졸업 후 오토바이 운전을 시작했다. 66세에 대학원에 들어가 경제학 석사 학위를 땄다. 이후 승마·수상스키·경비행기 조종에 도전했다. 74세에는 뉴질랜드 밀포드사운드 트레킹도 완주했다. 팔순 기념으로 5000m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해 성공했다. 어디 하나 망가져 다시 못 일어설까 두렵기도 했다.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때마다 필자보다 주변이 더 소란스러웠다. '나이에 맞지 않는 일'을 한다며 만류했다. 수군대는 이도 많았을 터. 하지만 도전 못할 이유가 없었다. 부모님이 주신 최고의 유산 '건강한 몸'이 있었으니까.
요즘은 익히는 속도가 더뎌졌지만, 여전히 도전을 꿈꾼다. 현실 앞에서 주저하는 청년들을 보면 그 마음을 이해하지만, 감히 말하고 싶다. 꿈꾸는 것부터가 도전의 시작이라고.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다만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기회를 기다리기 전에,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는 40년 넘게 매일 제자리 뛰기와 팔굽혀펴기를 빠뜨리지 않는다. 밀포드사운드 트레킹 최고령 완주 기록을 깨기 위해 86세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버킷리스트'라 말하지 않는다. 그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꿈, 도전일 뿐이다.
누구에게나 당연한 내일은 없다. 그렇기에 내일을 꿈꾸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고리타분한 말이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청춘은 숫자 속에 있지 않다. 청춘은 도전을 꿈꾸는 사람에게 머무른다. 그래서 필자는 오늘도 '청년 구자관'으로 산다.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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