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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스트] 새 정부에 기대하는 대한민국 미래

고도성장 당분간 어려운 상황
저비용·고효율로 전략 변환을
저출산·고령화·양극화 시대에
복지도 상황에 맞게 개선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로 이끌어야

  • 기사입력:2025.05.21 17:43:12
  • 최종수정:2025-05-21 18: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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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통령 선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고, 각 당 후보들은 장밋빛 공약을 내놓고 있다. 당선된 후보가 공약을 제대로 실천할 것인지는 차치하고, 제시 공약으로 현시점 대한민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고도성장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 국민은 장기간의 저성장에 기인하는 팍팍한 생활 형편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내실 있는 성장이 계속 이뤄져야 하지만, 글로벌 경제 전체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럽, 일본 등의 저성장 문제는 해결 가능성 측면에서 낙관하기 어렵다. 인도 등 거대 신흥 개발도상국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기존 선진국의 파이는 오히려 압박받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를 이끌어왔던 미국이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글로벌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이 80억명이 넘는 호모 사피엔스의 진정한 행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인류 사회 전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고용과 분배가 개선되고 환경문제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혁신적 모멘텀을 만들기 이전에는 장기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의 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실성이 낮은 고도성장 궤도로의 복원을 경제 운영 목표로 잡기보다는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두고 내실 있는 성장 전략으로 변환해야 할 시점이다.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서는 국민부터 고도성장에 익숙해져 있는 사고방식과 습관을 바꿔야 한다. 소비를 통한 만족 추구보다는 정신적, 내면적 행복을 추구하는 절제된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로 전환이 요구된다. 일등을 못하면 이등도 자살하는 과도한 경쟁 시스템 내에서는 일등도 안심할 수 없는 사회가 되기 때문에 모두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더 좋은 직장과 더 나은 소득을 향한 끊임없는 추구는 저성장 국면에서 모두에게 불행만을 제공할 뿐이다. 타인과의 비교와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 각자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자신의 능력에 맞게 하면서 잘 살아가는 것이 '안거낙업(安居樂業)'이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사회 모습이라 생각한다.

고성장이 당분간 어렵다면 경제사회 전반을 저비용, 고효율 시스템으로 변환시켜 나가야 한다. 대기업·수출 중심의 성장 구조는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1차적 분배라고 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2중 구조에서 파생되는 비정형 근로자 및 영세자영업자 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의 시정을 통해 성장에서 분배로 이어지는 환류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과도생산·과도소비가 아닌 저생산에 걸맞은 저소비 경제 패턴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온 나라에 만연해 있는 계층·지역·세대·젠더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저비용·고효율 복지 인프라 구축으로 공감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양극화 등 경제사회적 변동 요인에 대해 능동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 국민 통합의 공동체적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빈곤·실업·질병·재해·장애·노령·사망 등 각종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의 질을 보장하는 복지 인프라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실사구시·경세치용의 절제사회를 형성해 가는 것도 중요하다. 과도한 탐욕과 이기심, 과당경쟁의 지배로부터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과다한 사교육비 지양, 과소비 축소, 허례허식 일소 등을 통해 '검소한 풍요사회'의 추구가 필요하다. 새 정부는 기존의 60여 년간 이어온 성장 경로를 과감히 탈피해 공생 공영의 지속가능한 새로운 국민행복 국가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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