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국내 주택시장 상황을 대변하는 핵심 단어는 '양극화'다. 지방보다는 수도권이,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시가, 서울시에서도 강남3구 아파트의 급등세가 심각한 수준이다.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로 최근 저점이었던 2023년 1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년여 기간 동안 누적 상승률은 비수도권이 1%에 불과한데 압구정동은 무려 60%를 넘어섰다. 양극화의 심도가 너무 깊다.
그 원인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으나 그 중심에 과도한 다주택자 규제가 있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 공유되는 것 같다. 다주택자 규제는 안정적인 자산 보유자가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며 타인의 주거공간도 함께 제공하는 사회적 역할을 수용하지 못하고,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과소비를 선택하게 조장한다. 동전의 양면으로 다주택자에 비해 1주택자가 누릴 수 있는 조세 감면은 1주택자 역시 빈번한 갈아타기로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하게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인구축소기에 이미 진입했고, 언젠가는 일본처럼 부동산 시장의 붕괴에 가까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래서 도시 축소기에도 견뎌낼 가능성이 높은 서울 중심부에 입지한 똘똘한 한 채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다주택자 규제로 촉발된 주택시장의 양극화를 심각한 수준으로 내몰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로 인한 부작용은 여러 경로로 발생한다. 우선 대표주자인 종합부동산세는 지방공공재 공급의 대가라는 기본적인 재산세의 기능을 넘어, 최고 세율 5%에 달하는 과도한 누진체계로 부유세 기능 및 주택가격 안정화라는 복합적인 역할을 부여받았다. 노무현 및 문재인 정부 기간 결과는 기대에 반하는 반복된 주택가격 폭등이었고, 피할 수 없는 재산세 전가 효과로 월세 급등 또한 동반됐다. 양도세 및 취득세 중과는 시장의 원활한 거래를 위축시켜 시민들의 주거 입지 및 소비 조정을 통한 후생 향상 기회를 방해하고, 정상적인 거래량에 동반되는 소비 증가로 파생되는 고용 및 소득 증가가 억제되는 부작용이 따라왔다. 인구축소기 다주택자 규제를 합리적으로 덜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 전반적인 경기 및 부동산시장 침체로 가장 치명타를 맞고 있는 곳이 지방 주택시장이다.
또한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안정적인 투자자를 떠나보낸 다세대주택 시장은 다가구주택과 유사한 전세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매매가는 그에 크게 못 미침으로써 전세가가 매매가에 근접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고금리로 인한 매매가의 급락과 뒤따른 전세가의 하락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전세사기라는 심각한 사회현상을 촉발하는 원인이 됐다.
주택공급과 관련된 왜곡된 선택의 부작용도 크다. 이미 주택공급의 주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은 재건축 과정에서 소유주인 노년가구에 필요한 주거면적이 작아졌음에도 중소형 두 채가 아닌 중대형 한 채의 과소비가 유도된다. 이로 인해 낭비적인 통근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청장년 가구의 도심 거주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40%를 차지하는 민간임대주택의 합리적인 공급을 위축시키고, 이는 결국 필요한 주택공급 물량 유지를 위해 성장 정체기 지속가능성이 제한된 공공의 역할이 강조된 정책 수단이 시도되는 부작용을 유발한다.
다주택자 규제는 주택시장에 여러 경로로 과도한 음영을 드리우고 있다. 이런 그늘은 인구축소기와 저성장기가 깊어질수록 더욱 짙어질 것이다. 밝지 못한 미래 주택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다주택자의 긍정적인 역할을 포용하는 시장정상화 정책들이 이번 대선 공약에 좀 더 적극적으로 담기기를 기대해 본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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