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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기업 매입 이끄는 ‘코인 사이클’ [홍익희의 비트코인 이야기]

(10) 앞서 달리는 이더리움

  • 홍익희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2025.06.21 09:00:00
  • 최종수정:2025-06-20 16: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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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앞서 달리는 이더리움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란 정유시설들과 세계 최대 천연가스 유전에 대한 대규모 폭격은 유가 급등과 주식 시장 하락을 야기하며 불안을 심화시켰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금과 비트코인 등 대체 자산은 견조한 회복력을 보이며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헤지(hedge)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디지털자산(코인) 시장에 ‘불장’ 온기가 은근히 퍼지고 있다. 한동안 횡보 내지 하락하던 비트코인은 6월 16일 10만5000달러를 넘어섰고,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을 능가하는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기업과 기관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지며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탈중앙 금융 곧 디파이(DeFi)에 대한 규제 완화를 발표하면서 이더리움을 포함한 디파이 관련 코인들도 빠르게 반등했다. 모든 신호가 상승 사이클에 접어드는 코인 시장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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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 약진, 이유는

기술 혁신과 기관 수요의 결합

이번 상승장에서 주목할 점은 이더리움이 비트코인보다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더리움 현물 ETF는 지난 5월 16일부터 6월 13일까지 무려 19거래일 연속 순유입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투자자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 기간 총 13억7000만달러 자금이 유입됐는데, 이는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 이후 순유입액의 약 35%에 해당한다.

기관들은 단순히 ‘비트코인의 대안’으로서가 아니라, 스마트 계약 기능과 방대한 탈중앙 애플리케이션 이른바 디앱(dApp) 생태계를 기반으로 실사용 가치가 높은 이더리움을 장기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더리움 가격이 2021년 고점(4800달러)을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있다. 이더리움을 넘어 알트코인 전체 불장의 재현을 알리는 신호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이더리움 상승은 단순한 수요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이더리움과 디파이 코인 발목을 잡아왔던 미국의 규제 리스크가 완화되는 분위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6월 9일,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디파이 전문가들과의 원탁회의에서 탈중앙 금융 플랫폼에 대한 규제 완화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 코드를 발행하는 것만으로 증권법 적용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혁신 면제’ 프레임 워크를 고려하도록 지시했다. 그간 디파이를 증권으로 분류하려던 강경한 기조에서, 개방성과 기술 발전을 고려하는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니스왑(UNI), 에이브(AAVE), 스카이(SKY) 등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SEC 위원장 발언 직후인 6월 10일, UNI는 24%, SKY는 16%, AAVE는 15% 급등하며 당일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전략적 암호화폐 매입

국내 상장사 15곳도 비트코인 보유

한편 기관 투자자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변화는 기업들의 전략적 암호화폐 보유 확대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스트래티지다. 이 회사는 2020년 이후 비트코인을 매입하기 시작해 현재 약 58만BTC를 보유 중이다. 스트래티지 주가는 지난 5년간 3000% 이상 폭등하며 비트코인 투자 전략의 성공을 증명했다. 여기에 일본의 메타플래닛은 1만개의 BTC를 보유해, 주가도 최근 2년간 8850% 폭등했다.

지난해 말 미국 기업 회계규정 변화로 기업이 보유한 코인 시세 평가가 가능해졌다. 이는 기업들이 재무 전략의 일환으로 비트코인을 대거 사들이는 촉매제가 됐다. 2025년 1분기 기준, 세계적으로 116개 상장 기업과 31개 사기들이 매입 행렬에 참가했다. 이 숫자는 앞으로 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그 결과 올 상반기(5월 15일 기준)에는 기업들이 15만7000개 비트코인을 사들여 기관 투자자(4만9000개)보다 훨씬 많은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비트맥스는 230BTC 이상을 보유하며 ‘비트코인 전략 자산화’ 흐름에 동참했다. 이외에도 비트코인을 보유한 상장사는 위메이드(223개), 네오위즈홀딩스(94개), 넷마블(8.29개) 등 게임사가 많았고 카카오(39개), 셀트리온(18개), 다날(15개) 등 총 15개사로 늘었다. 또 나스닥 상장사 ‘K Wave Media’는 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중심 재무 전략을 발표하며 ‘한국의 메타플래닛’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실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회사는 넥슨(1717개)인데 일본에 상장돼 있어 일본 회사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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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 ‘헤지’ 수요 증가

트럼프 시대 약달러 대안이 된 코인

비트코인이 오르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달러 약세에 대한 헤지(hedge)’ 기능이 꼽힌다. 곧 달러 가치가 하락할 때 비트코인 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하여 자산 가치를 보존하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란 보고서’의 달러 약세 정책 논의는 주목할 만하다. ‘미란 보고서’는 금년 3월에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으로 발탁된 스티브 미란이 지난해 11월에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보고서로, 미국의 고질적인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해결을 위해 달러 약세를 유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징벌적 관세를 부과해 무역 파트너들을 압박하고, 궁극적으로 환율 조정을 통해 약달러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러한 논의 자체가 글로벌 경제에서 달러 역할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이는 투자자들이 대비책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 지표들은 지금이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인 ‘다음 사이클’ 초입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정학적인 혼란 속 견조한 장세 유지, 규제 불확실성 완화, 이더리움 ETF와 디파이 시장의 부활, 기업의 전략적 암호화폐 매입, 달러 약세에 대한 헤지 수요 증가 등 요인이 맞물리며 공급은 줄고 수요는 커지는 시장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 올해 하반기 중 신고점 경신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요즘 암호화폐 시장을 보면, 2020년과 2021년 코인 불장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번엔 단순한 기대감이나 유행이 아닌, 제도권 자금 유입과 규제 완화 정책, 기업의 비트코인 재무 전략, 이더리움 생태계의 실사용 기반 강화, 달러 약세에 대한 헤지 수요 증가 등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2025년의 암호화폐 시장은 더 이상 ‘묻지마 투자’가 아닌, 전략과 철학을 갖춘 장기 게임의 장이다. 지금 우리는 그 ‘새로운 장’의 서막을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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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5 (2025.06.25~07.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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