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 그의 고단한 수감 생활을 담은 영화 '12년의 밤'이 떠올랐다. 군부 독재에 맞서 싸우다 2명의 동료와 함께 1973년 수감돼 1985년 석방 때까지 지옥 같은 고통을 이겨낸 실화다.
무히카는 감옥에서 고문과 구타, 격리, 배고픔 등으로 생사의 갈림길을 오갔다. 그런 사람이 세상에 복귀했을 때는 대개 둘 중 하나가 된다. 보복 아니면 초탈이다. 무히카는 후자였다. 출소 후 상·하원의원, 농축산부 장관을 거쳐 2010년 75세에 대통령까지 되는 권력을 누렸지만 무소유와 포용을 실천했다. 본인이 겪었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란 별명이 부끄럽지 않았다.
자기를 괴롭혔던 자들에 대한 정치 보복도 없었다. 그는 감옥을 나서면서 "난 분노로 대응하지 않겠다. 분노는 건설적이지 않다"며 정적과 거리두기를 실천했다. 대신 탁월한 국정 능력을 보여줬다. 5년의 집권 기간에 우루과이는 연평균 5% 넘는 경제성장과 사회복지의 꽃을 피웠다. 퇴임 때조차 65%나 되는 지지율을 청렴과 도덕성만으로 설명하긴 힘들 것이다.
6·3 대선을 나흘 앞두고 무히카의 생전 모습이 생각나는 것은 우리 정치에 주는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출마한 후보마다 서로에 대한 이해나 관용 없이 비판과 조롱을 일삼는 행태는 국민 보기에도 낯부끄럽다. 이들이 최근 세 차례 TV 토론을 하고 나서 상대방의 강점을 받아들여 본인 정책에 참고하긴커녕 발언 하나하나를 트집 잡아 고소·고발이 줄을 잇는 게 국내 정치의 민낯이다. 나를 저주한 상대에게도 분노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던 무히카의 말과는 거리가 있다.
무히카는 "권력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다. 권력을 잡고 난 뒤의 행실이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여주는 본연의 실체라는 얘기다. 향후 대선의 승자가 유세 때와는 어떻게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그가 증오나 보복 대신 무히카처럼 포용과 통합, 그리고 성과로 승부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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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히카는 감옥에서 고문과 구타, 격리, 배고픔 등으로 생사의 갈림길을 오갔다. 그런 사람이 세상에 복귀했을 때는 대개 둘 중 하나가 된다. 보복 아니면 초탈이다. 무히카는 후자였다. 출소 후 상·하원의원, 농축산부 장관을 거쳐 2010년 75세에 대통령까지 되는 권력을 누렸지만 무소유와 포용을 실천했다. 본인이 겪었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란 별명이 부끄럽지 않았다.
자기를 괴롭혔던 자들에 대한 정치 보복도 없었다. 그는 감옥을 나서면서 "난 분노로 대응하지 않겠다. 분노는 건설적이지 않다"며 정적과 거리두기를 실천했다. 대신 탁월한 국정 능력을 보여줬다. 5년의 집권 기간에 우루과이는 연평균 5% 넘는 경제성장과 사회복지의 꽃을 피웠다. 퇴임 때조차 65%나 되는 지지율을 청렴과 도덕성만으로 설명하긴 힘들 것이다.
6·3 대선을 나흘 앞두고 무히카의 생전 모습이 생각나는 것은 우리 정치에 주는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출마한 후보마다 서로에 대한 이해나 관용 없이 비판과 조롱을 일삼는 행태는 국민 보기에도 낯부끄럽다. 이들이 최근 세 차례 TV 토론을 하고 나서 상대방의 강점을 받아들여 본인 정책에 참고하긴커녕 발언 하나하나를 트집 잡아 고소·고발이 줄을 잇는 게 국내 정치의 민낯이다. 나를 저주한 상대에게도 분노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던 무히카의 말과는 거리가 있다.
무히카는 "권력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다. 권력을 잡고 난 뒤의 행실이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여주는 본연의 실체라는 얘기다. 향후 대선의 승자가 유세 때와는 어떻게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그가 증오나 보복 대신 무히카처럼 포용과 통합, 그리고 성과로 승부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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