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수년간 정체된 영화 수익 분배 논의, 지금이 적기다 [취재수첩]

  • 문지민
  • 기사입력:2025.05.16 12:39:33
  • 최종수정:2025.05.16 12:39:33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한국의 대표 바둑 기사 조훈현과 이창호의 사제 대결을 다룬 영화 ‘승부’. 지난 3월 26일 극장에서 개봉한 지 한 달도 안 돼 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그런데 5월 들어 급격히 관객 수가 정체됐다. 5월 8일부터 글로벌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인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짧은 홀드백의 문제점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홀드백이란 영화가 극장에서 일정 기간 상영된 후 IPTV나 OTT로 넘어가기까지의 기간을 뜻한다. 극장에 관객이 더 많이 오게 하려면 홀드백 연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제작사에 다짜고짜 연장을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제작사는 극장 상영이 길어질수록 버틸 여력이 없다. 개봉 전부터 마케팅 비용을 대거 투입하고, 개봉 후에는 극장과 일정 수익을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화발전기금과 부가세까지 내야 한다.

이 수익 분배 구조를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상영 초반에는 제작사가 수익을 많이 가져가고, 뒤로 갈수록 극장이 가져가는 비율을 높이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만들어야 제작사가 몇 달간 극장에서 버틸 여력이 생긴다. 극장을 찾는 관객도 그만큼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 논의는 수년째 진척이 없다. 당사자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계에서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을’이고 작품을 극장에 걸어주는 사람이 ‘갑’ ”이라며 “제작사가 수익 분배를 선뜻 얘기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귀띔했다.

당사자들이 얘기하기 어렵다면 누군가는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마침 대선을 코앞에 두고 K컬처 육성 공약이 속속 나온다. 수년간 정체된 논의를 발전시킬 적기다. 이 시기를 놓치면 홀드백 기간은 더 단축될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관에 갈 이유는 더더욱 줄어든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0호 (2025.05.21~2025.05.27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