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도 쏟아진다. 대표적인 노년층 맞춤 공약은 기초연금이다.
기초연금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법을 토대로 이명박 정부 때 처음 지급됐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10만원씩 지급되던 기초노령연금은 박근혜 정부에서 기초연금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지급액도 20만원으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 때 기초연금은 30만원으로 올랐고, 윤석열 정부도 40만원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마다 수령액이 늘었다는 점에서 포퓰리즘 공약으로 꼽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을 고려하면 기초연금 도입은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3%로, OECD 평균치의 3배다. 국내 18~65세(9.8%)와 17세 이하(8.5%) 연령층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OECD가 산출한 빈곤율은 소득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가진 한국 노년층의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빈곤율은 더 낮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일자리가 없고, 연금도 받지 못하는 가난한 노인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재정이다. 2014년 435만명이던 기초연금 수급자는 올해 680만명까지 늘었다. 올해 26조원 수준인 소요 예산은 2030년 39조6621억원, 2050년 125조4195억원, 2070년 238조29억원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초연금이 늘어나면 다른 예산을 줄이거나, 미래 세대에게 빚을 남겨야 한다.
기초연금 수급자 가운데 취약계층이 아닌 노인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도입 당시만 해도 전체 가구 중위소득의 절반에 불과했던 기초연금 수급 기준액은 이미 중위소득에 근접했다. 부부 가구 기준으로 매달 364만원의 소득(인정액)이 있어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준보편적 복지가 됐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데도 가난한 노인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점이다. 기초연금 수급액이 은퇴 전 평균 소득의 7.4%에 불과하기 때문인데, 비슷한 성격의 기초연금을 운영하는 OECD 회원국 평균인 18.1%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OECD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이 기초연금 대상을 취약계층으로 한정하고, 금액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하는 이유다.
때마침 노인 연령을 상향하자는 사회적 제안이 나왔고, 국민연금 개혁 논의도 진행 중이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이후 직장 생활을 시작한 1960~1970년대생이 고령층에 진입하면 노인 빈곤율이 자연스레 낮아질 수 있어, 개혁을 위한 여건도 충분히 갖춰졌다.
1960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태어난 해로 기록돼 있다. 이들 중 생존해 올해 65세 노인이 되는 사람은 89만명에 달한다. 이후에도 매년 80만~90만명이 새로 노인이 된다. 지급 대상을 줄이고 금액을 늘리는 개혁 없이는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감당할 수도, '노인이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고가의 부동산 자산을 가진 노인이 아니라, 진짜 어려운 노인에게 복지를 집중하자는 개혁을 대선 주자들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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