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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극단적 채널 판 깔아주는 유튜브 '표현의 자유'

20돌 맞은 글로벌 최대 플랫폼
하루 10억시간 시청 파급력 커
정치 유튜버 혐오 메시지 난무
성인채널 검열처럼 개입 필요

  • 이덕주
  • 기사입력:2025.04.28 17:54:34
  • 최종수정:2025.04.28 17: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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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문화의 진앙지(epicenter).'

세계 최대 미디어 플랫폼 유튜브가 스스로를 평가하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유튜브는 모든 종류의 콘텐츠가 모여들고, 유행이 만들어지며, 유행이 소비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유튜버'로 불리는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콘텐츠에서 시작해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 방송국도 유튜브에 콘텐츠를 무료로 올리고 있다. 기업이나 아티스트들도 자체 제작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서 자신들을 알린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의 포맷은 표준적인 가로 시청 영상뿐만 아니라 세로로 보는 숏폼 영상, 실시간 라이브, 팟캐스트, 음원까지 다양하다. 하루에 업로드되는 영상은 2000만개, 하루 시청 시간은 10억시간, 이용자 수는 27억명에 달한다. 한국은 유난히 유튜브에 빠져 있는데 한국인 중 88%가 유튜브를 시청하며 평균 시청 시간은 2시간에 육박한다.

기자는 20주년을 맞아 샌브루노에 위치한 유튜브 본사를 방문해 그들이 말하는 지난 20년과 앞으로의 20년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닐 모한 최고경영자(CEO)를 인터뷰하고 임원들을 만나면서 '크리에이터' 시대를 연 유튜브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유튜브의 연간 광고 매출은 51조원에 달하며 유료 구독자 1억2500만명을 포함하면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인 SK하이닉스와 비슷한 매출을 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K팝과 K컬처를 수출하는 데 유튜브가 큰 기여를 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콘텐츠의 수출을 뜻하는 한류는 아시아 등 특정 지역에서나 특정 기간에만 이뤄진 것이 아닌 글로벌 현상이며 한국의 보편적인 수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콘텐츠에서 그치지 않고 식품·뷰티와 연계되면서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거대 플랫폼을 현명하게 사용한 한국이 '퍼스트 무버'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만을 이야기하는 20주년 행사에서 약간의 위화감도 느껴졌다. 유튜브의 다음 진격 목표는 거실 TV 화면으로, 여기서 기존 케이블 채널은 물론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경쟁하게 될 전망이다. 이미 유튜브의 부상으로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기존 방송국들은 마지막 보루까지 빼앗기게 될 수도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콘텐츠를 공급하던 제작사들은 이제 TV 스크린에서도 유튜브 크리에이터 콘텐츠와 경쟁해야 한다.

전지전능해진 유튜브의 힘에 대한 자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자리 잡은 극단적인 정치 유튜버들은 정치적인 양극화를 조장한다. 정치에 열광적인 소수 계층이 극우와 극좌로 집결하면서 혐오 메시지를 쏟아낸다. 목소리가 큰 이들은 실제보다 더 대변되며 선거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유튜브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이를 제어할 의지가 없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플랫폼 기업들은 못 이기는 척하면서 콘텐츠에 대한 개입과 검열을 줄이고 있다.

유튜브는 플랫폼이고 기술기업이다. 유튜브가 어떤 콘텐츠가 극좌이고 극우인지 판별하는 것은 어렵다. 그 판단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채널이 정치 채널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쉽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유튜브에서 정치 콘텐츠를 퇴출시키는 것은 어떨까. 유튜브가 성인 콘텐츠를 퇴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것이 유튜브와 사회가 윈윈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이덕주 실리콘밸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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