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은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라고 적혀 있다. 기간제 근로자란 통상 계약직 근로자를 의미한다. 계약직 근로자가 2년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이 이 법의 취지다.
이 법안은 ‘규제의 역설’에 속하는 전형적 사례다. 규제의 역설이란 규제가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반대 효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말한다. 계약직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한 법의 취지와 달리, 사용자는 법의 취지와는 반대로 계약 종료와 동시에 계속 고용 중단을 선택했다. 결국 기간제 근로자의 노동 시장 퇴출이 2년 주기로 반복되는 관행이 노동 시장에 자리 잡았다. 효과도 없다. 법이 시행되던 2010년,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17.5%였다. 14년 뒤인 2024년, 정규직 전환율은 11.2%로 줄어들었다.
이외에도 문제인 이유가 많다.
우선 근로자가 경험을 쌓지 못한다. 다른 회사를 찾아 새로운 업무를 하면, 이전 기업에서 쌓은 상당한 지식이 무용지물이 된다. 새로운 회사에서 다시 분위기를 익히고 이런저런 규칙과 문화를 새로 습득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든다. 기업은 직원이 성과를 낼 만하면 해고하고 새로운 사람을 찾아야 한다. 인력 양성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기간제법 취지처럼 그냥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반론이 있지만, 쉽지 않다. 수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한 기업이 정규직 인원을 바로 채용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고용보험기금을 낭비하는 문제도 있다. 2년마다 재취업을 하는 과정에서 2~3개월 일시적 실업을 겪게 되는 이들에게는 실업급여가 지급된다. 계속 고용이 이루어진다면, 당연히 지급될 필요가 없는 지출이다. 통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 법 시행 이후, 정규직 전환이 오히려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업급여의 추가적 지급이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혼과 출산을 장려해야 하는 관점에서 보면 규제의 심각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2024년 우리나라 20대 임금근로자 중 43.1%가 비정규직이다. 10명 중 4명이 2년 주기 반복적 재취업을 해야 하는 불합리성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계속 고용이 안 되는 이런 상황에서 연애는 어떻게 하더라도 과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규제를 두고, 수십조원을 쓰며 출산율을 높여온 이야기 자체가 모순일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그렇듯 좋은 취지의 입법이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현실에서는 그 반대가 훨씬 많다. 사회는 복잡하고, 모두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 고용과 저출생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시기, 기업의 구직난을 이야기하는 시기, 이런 모순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는 ‘2년짜리 고용’ 기간제법은 이제는 고쳐야 할 대표적인 규제다.

[이혁우 배재대 교수 좋은규제시민포럼 규제모니터링위원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7호 (2025.04.30~2025.05.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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