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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실장에 ‘가상자산 전문’ 김용범…민간 스테이블코인 주목

“금융당국은 위험 통제를 우선하는 경향 강하다” 한은 “비은행 기관이 발행하면 정책 유효성 저해”

  • 정혜승
  • 기사입력:2025.06.08 16:25:49
  • 최종수정:2025.06.08 16: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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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위험 통제를 우선하는 경향 강하다”
한은 “비은행 기관이 발행하면 정책 유효성 저해”
이재명 대통령은 6월 6일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했다. 사진은 인선 발표에 참석한 김 정책실장.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6일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했다. 사진은 인선 발표에 참석한 김 정책실장.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에서 대통령실 초대 정책실장으로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임명됐다. 김 실장은 경제·금융 분야의 정통 관료 출신인 동시에 공직 퇴임 후 블록체인 업계에서 활동한 이력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실장은 2022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최대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에서 대표를 맡았다. 그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산업의 미래에 대한 연구를 이끌었다. 이에 이 대통령의 가상자산 육성 공약과 김 실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책의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에 따르면 김 실장이 대표를 맡았던 해시드오픈리서치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스테이블코인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작성해 왔다. 김 실장은 지난 3월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강점을 살린다면, 원화는 타국 화폐 대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책 공약집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등 스테이블코인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초 경제 유튜버와 진행한 대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놔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이 기정사실로 거론되고 있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 6곳과 공동 추진한 ‘프로젝트 한강’ 대신 일부 은행이 별도로 준비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쪽에 정책적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비은행 금융기관이나 민간 핀테크 회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최근 해시드오픈리서치 보고서에서 비은행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되 규제를 보완하는 방향의 법제화를 제안했다.

김 실장 역시 ‘디지털 G2를 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설계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과거의 신뢰는 중앙은행의 보증, 은행 면허, 예금자 보호와 같은 법제적 장치 위에 구축됐다”며 “지금의 디지털 통화 환경에서는 스마트 콘트랙트, 리저브 공시, 실시간 감사, 상환 알고리즘 등 설계 구조 그 자체가 신뢰의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금융당국은 위험 통제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은행 기반 설계에 대한 선호 역시 제도적 관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단순한 규제 수용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방향성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공식 입장과는 배치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라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법적으로 허용하면 발행 인가 단계부터 한은이 개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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