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석유화학 업황 침체와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실적 부진을 겪는 SK이노베이션이 사령탑을 전격 교체했다. 합병 법인 출범이 반년밖에 되지 않은 데다, 2023년 말 총괄사장에 오른 박상규 대표가 취임 후 불과 1년 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물러나게 됐다는 점에서 SK그룹 안팎에선 수군거림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월 28일 이사회를 열어 장용호 SK㈜ 대표이사를 CEO인 총괄사장,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박상규 사장은 SK이노베이션 계열사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난다. 박 사장이 그룹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박 사장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인재육성위원회 위원장 등은 계속 맡아 인재 육성에 집중한다.

박 사장 전격 교체를 두고 SK안팎에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표면적으론 실적 부진과 SK엔무브 상장 등이 교체 빌미가 됐단 분석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그룹 알짜 계열사 SK E&S의 합병을 주도했지만, 올 1분기 합병 회사가 446억원 영업적자를 내며 실적이 곤두박질친 데다 SK엔무브 상장 등이 무산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진단이다. SK그룹 안팎에선 SK온 지원을 포함한 리밸런싱 각론을 두고 박 사장과 그룹 상층부 간 이견이 컸던 게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재계 관계자는 “SK온 지원 등을 위해 비주력 자산 매각과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자는 그룹 상층부와 SK이노베이션 경영진 간 각론을 두고 긴장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결국 박 사장 등이 주도했던 엔무브 상장마저 무산되면서 입지가 크게 위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경영진 교체로 SK이노베이션이 단기간 유의미한 변화를 일굴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결국 핵심은 SK온 실적 회복과 기업공개(IPO) 성공이다. 시장에서는 최재원 수석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영입했던 김경훈 최고재무책임자(CFO)마저 회사를 떠나면서 SK온이 사실상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쓴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시장 지위 상위 사업자라면 막대한 누적 적자를 감당하면서 버티는 데 베팅할 수 있겠지만 SK온은 그렇지 않다. 운영자금 수백억원 마련을 위해 공모가 아닌 사모 시장을 찾았다는 것은 SK온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냉랭하단 의미”라고 지적했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2호 (2025.06.04~2025.06.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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