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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명성 되찾는 넷마블, 다시 시작이다

적자 탈출 뒤 신작 순항

  • 반진욱
  • 기사입력:2025.05.30 13:12:35
  • 최종수정:2025.05.30 13: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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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탈출 뒤 신작 순항

신작 부진과 적자 수렁에서 헤매던 넷마블이 부활의 기지개를 켠다. 한때 넥슨, 엔씨소프트와 함께 게임 업계 강자인 ‘3N’으로 불렸던 넷마블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신작의 부진과 개발자 인건비 상승 등 여파로 인해 2022년과 202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장기 침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시장에서 쏟아졌다. 그러나 예측과 달리 넷마블은 부활했다. 2024년 흥행작을 연달아 내놓으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자체 IP 게임 ‘세븐나이츠 리버스’가 대성공을 거둔 덕분에 2024년보다 더 괜찮은 실적을 자랑한다. 전문가들은 넷마블이 과거 명성을 회복하는 수준을 넘어 장기 우상향 체제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본다.

나 혼자만 레벨업 IP를 활용한 나혼렙 어라이즈는 넷마블 부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기록했다. (넷마블 제공)
나 혼자만 레벨업 IP를 활용한 나혼렙 어라이즈는 넷마블 부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기록했다. (넷마블 제공)

2024년 ‘나혼렙’으로 반전

올해는 ‘세븐나이츠’로 흥행 질주

2021년까지 승승장구하던 넷마블은 2022년 대위기를 맞았다. 코로나 장기화 여파로 개발자 몸값이 치솟은 가운데, 게임 개발은 지연된 탓이다. 내놓기로 한 신작들이 제때 나오지 못하면서 회사 실적은 깎여만 갔다. 우여곡절 끝에 게임을 내놨지만, 하나같이 흥행에 실패했다. 비용은 치솟고 매출은 나오지 않는 상황. 결국 넷마블은 2022년 영업손실 685억원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적자를 냈다. 해가 바뀌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악화됐다. 신작들이 아예 전멸한 탓에 영업손실만 2156억원에 달했다. 게임 업계에선 빠른 기간 내 부활이 힘들 것이란 부정적인 예측만 쏟아졌다.

절치부심하던 넷마블은 전열을 가다듬고 게임 개발에 전사 역량을 쏟아부었다. 2023년 당시 인기를 끌던 ‘방치형(게임을 꺼도 알아서 캐릭터가 성장하는 게임) 게임’ 개발에 들어갔다. 그 결과 넷마블 자체 IP인 ‘세븐나이츠’를 활용한 게임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2023년 9월 발표했다. 흥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구글 매출 2위까지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방치형 게임은 과금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어 다운로드 수 대비 매출이 높지 않다. 매출 2위 수준으로 올랐다는 것은 게임 이용자가 상당히 많았다는 뜻이다. 세븐나이츠 키우기의 활약 덕분에 넷마블은 2023년 4분기 흑자로 전환하며 지긋지긋한 적자 터널을 벗어났다.

2년 만에 흥행작을 만드는 데 성공한 넷마블은 기세를 몰아 2024년 5월 대작 게임 ‘나혼렙 어라이즈’를 선보였다.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IP를 사용해 만든 작품이다. 결과는 대박. 첫날에만 매출 140억원을 기록했고, 일일 활성 사용자(DAU) 수는 500만명을 넘어섰다. 그동안 넷마블이 내놓은 게임 중 역대 최대 실적. 넷마블 내부 예상치마저 웃도는 수치였다. 연타석 흥행 성공으로 2024년 넷마블은 연간 기준 영업이익 2156억원, 당기순이익 63억원을 거두며 완전히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분위기는 더 좋다. 자체 IP로 제작한 게임들이 연달아 흥행에 성공한 덕분이다.

첫 타자는 3월에 나온 RF 온라인 넥스트. 2020년 넷마블이 사들인 RF 온라인 IP를 기반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서비스 시작 6일 만에 국내 양대 앱 플랫폼(구글·애플) 매출 1위에 올라서며 흥행 질주를 이어갔다. 지난 5월 15일에는 넷마블 최대 인기 게임인 ‘세븐나이츠’를 리메이크한 작품 ‘세븐나이츠 리버스’를 내놨다. 정식 서비스 시작 7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흥행에 힘입어 실적도 춤을 춘다. 1분기는 ‘나혼렙 어라이즈’ 덕을 톡톡히 봤다. ‘나혼렙 어라이즈’가 세계 시장서 여전히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덕분에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상승한 6239억원, 영업이익은 1243% 증가한 49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48%가량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2분기 전망은 더 밝다. ‘RF 온라인 넥스트’와 ‘세븐나이츠 리버스’ 실적이 본격 반영되는 덕분이다. 시장에선 반등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이 나온다.

세븐나이츠 리버스의 흥행은 여러모로 긍정적인 이슈다. 특히 자체 IP를 활용한 덕분에, IP 라이선스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넷마블 제공)
세븐나이츠 리버스의 흥행은 여러모로 긍정적인 이슈다. 특히 자체 IP를 활용한 덕분에, IP 라이선스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넷마블 제공)

고무적인 자체 IP 흥행

특유의 ‘저수익’ 구조 벗어나나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은 자체 IP 게임이 흥행 질주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자체 IP 부재는 그동안 넷마블의 영업이익을 깎아 먹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넷마블은 게임 업계 중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에 속하는 회사다. 영업이익률이 20~30%에 육박하는 다른 게임사와 달리 넷마블은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대에 그친다. 구조 자체가 영업이익이 많이 나오지 않는 구조다. 대형 IP를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이미 인지도가 있는 IP의 이용권을 구매한 후 게임으로 만드는 방법을 주로 활용하는 탓이다. 2020년대 대표 흥행작인 ‘일곱 개의 대죄’ ‘제2의 나라’ ‘마블 CoC’ ‘리니지 레볼루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지식재산권을 빌려 쓰다 보니 수익의 상당수를 IP 사용료로 지불한다. 여기에 더해 과금 유도가 타 게임보다 적다. 넷마블 게임은 사용자들이 돈을 많이 지불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게임 하나당 벌어들이는 매출이 다른 회사 작품에 비해 비교적 적다. 2024년 넷마블 부활의 주역인 ‘나혼렙 어라이즈’도 자체 IP를 활용한 작품이 아니다. 2025년 흥행작은 넷마블 자체 IP란 점에서 긍정적이다. 비용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IP 라이선스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 기존 작품보다 더 높은 이익률을 거둘 수 있다. 증권가는 이미 호평 일색이다. 연간 실적 예상치를 연달아 올리고 있다. 키움증권, 다올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넷마블 연간 영업이익이 3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넷마블은 올해 하반기 2개의 대작을 발표해 상승세에 쐐기를 박는다는 복안을 세웠다. 오픈월드 RPG(역할수행게임) ‘일곱 개의 대죄: Origin’과 액션 RPG ‘몬길: STAR DIVE’를 연이어 공개한다. ‘일곱 개의 대죄: Origin’은 전 세계에서 누적 판매 5500만 부 이상을 기록한 인기 애니메이션 ‘일곱 개의 대죄’ IP를 기반으로 제작한 게임이다. ‘몬길: STAR DIVE’는 2013년 출시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끈 모바일 수집형 RPG ‘몬스터 길들이기’의 후속작이다.

두 게임 모두 해외 시장을 정조준한다. 넷마블은 6월 6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막하는 글로벌 게임쇼 ‘서머 게임 페스트 2025’에 두 작품을 출품한다. 사전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 흥행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체 IP를 활용한 두 게임의 흥행으로 IP 라이선스 비용과 지급수수료율이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선보이는 모든 게임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성과를 기록 중이다. 하반기 신작까지 더해지면 계단식 영업이익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2호 (2025.06.04~2025.06.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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