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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감정 이겨내고 공존 해냈다”...한일 경제계가 이끌어낸 ‘친근한 이웃나라’

韓日재계, 우호 지탱해온 기둥 어떤 위기에도 교류중단 안해 韓 속도경영·日 치밀함 강점 제3국 공동진출서 환상 호흡 FTA로 단일 경제권 만들고 AI·공급망·저출생 협력을

  • 정승환
  • 기사입력:2025.05.28 22:40:13
  • 최종수정:2025.05.28 22: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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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재계, 우호 지탱해온 기둥
어떤 위기에도 교류중단 안해

韓 속도경영·日 치밀함 강점
제3국 공동진출서 환상 호흡

FTA로 단일 경제권 만들고
AI·공급망·저출생 협력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7회 한일경제인회의 사전 환담에서 아소 유타카 아소시멘트 회장,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스1]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7회 한일경제인회의 사전 환담에서 아소 유타카 아소시멘트 회장,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스1]

한국과 일본은 1965년 6월 22일 도쿄에서 한일협정을 체결했다. 협정 다음 날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는 일본과 깊은 원한 속에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어제 원수라 하더라도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필요하다면 그들과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 국리민복을 도모하는 현명한 대처가 아니겠습니까”라는 내용으로 특별담화문을 발표했다. 대일청구권 자금 5억달러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밑거름이 됐다. 이 자금은 포항제철과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에 쓰이며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국교정상화 이후 60년간 두 나라는 협력과 경쟁을 통해 함께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양국 재계의 역할이 컸다. 한일경제인회의는 1969년 첫 회의를 연 이후 올해까지 57차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왔다. 경제인회의를 이끌어온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삼양홀딩스 회장)과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전 미쓰비시상사 회장)에게 미래 60년을 향한 한일 경제협력의 길을 물었다.

김윤 한일경제협회장. [이승환 기자]
김윤 한일경제협회장. [이승환 기자]
▶ 김윤 한일경제협회장(삼양홀딩스 회장)

김윤 한일경제협회장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은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특히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파도를 넘으려면 한일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날 가슴에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배지를 달았다. 양국 국기 문양을 활용한 배지에는 두 나라가 서로 존중하며 함께 협력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올해 한일 양국이 만든 수교 60주년 슬로건은 ‘두 손을 맞잡고, 더 나은 미래로’다. 두 나라가 힘을 모아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자는 뜻을 담았다.

―국교정상화 이후 60년간 양국 재계 협력 성과는.

▷두 나라 재계는 양국 경제 성장에 공헌했다. 60년 전 2억2000만달러에 불과했던 양국 교역 규모는 지난해 772달러까지 커졌다. 350배 성장이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대한국 투자 2위국으로, 지난 60년간 한국에 564억달러(1만5653건)를 투자했다. 양국 재계는 또한 한일 교류의 핵심 조정자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협력 차관과 1997년 외환위기 극복과정이 대표 사례다. 한일 경제인들은 양국의 정치·외교관계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경제협력관계 유지·발전에 기여했다. 한일재계회의는 1969년 이래 단 한 해도 빠짐없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중단 없는 경제협력을 위해서다.

―2014년 취임 후 10년 넘게 회장으로 있으면서 가장 큰 성과는.

▷‘경제협력이 한일 우호관계를 여는 열쇠’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특히 서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관계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제3국 공동진출이 중요하다. 한일경제협회·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일한경제협회·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과 공동으로 자원에너지 개발, 인프라스트럭처 건설, 제조업 협력 3개 분야에서 제3국 협력프로젝트 조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미얀마,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한일협력 프로젝트 조사단을 파견했다. 올해는 인프라 개발 여지가 많은 방글라데시에서 협력 가능성을 조사할 계획이다. 두 나라가 손잡고 제3국에 진출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의 속도경영과 과감함, 일본의 치밀함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 양국 청소년 교류도 성과 중 하나다. 올해는 한일 고등학생 여름캠프가 한국에서 열린다.

김윤 한일경제협회장. [이승환 기자]
김윤 한일경제협회장. [이승환 기자]

―한일 양국이 강력한 경제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은.

▷사람, 상품, 자본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얽히도록 해야 한다. 한일이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하고 그 토대 위에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현시점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은 미국과 통상문제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FTA에 앞서 수소분야 고위급 대화, 조달부문 협력, 지역 연계, 출입국 원활화, 미래 에너지 확보, 탈탄소 사회 구축, 대외 통상환경 대응, 스타트업 협력 등을 먼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래 60년을 위해 한일 재계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다. 인생에서 60년은 ‘다시 돌아왔다’는 의미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28일 서울에서 폐막한 제57회 한일경제인회의는 미래 60년을 준비하기 위해 모였다. 두 나라는 상호 이익이 되는 분야에서 더욱 넓고 깊은 협력을 해야 한다. 협력 분야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 저출생 고령화, 바이오 등이다. ‘계속하는 것이 힘이다’는 격언처럼, 무엇이든 꾸준히 계속하다 보면 성공에 이를 수 있다. 양국 경제인들은 어떠한 정치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상호 이익이 되는 분야를 찾아 협력해 나갈 것이다.

김윤 한일경제협회장. [이승환 기자]
김윤 한일경제협회장. [이승환 기자]

―한일경제협회가 양국 경제협력에 기여한 것은.

▷한일경제협회는 초대 박태준 회장부터 박용학, 김상하, 조석래, 그리고 저까지 이어지면서 민간경제·산업협력과 무역증진에 기여했다. 일본의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경제단체들과 협력 채널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성장이 일본에 도움되고, 일본의 성장이 한국에 플러스되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구축했다. 최근엔 정치갈등과 경제위기에도 양국 경제계는 공동가치를 창출하는 관계를 형성해 상대국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감정을 극복하고 공존 관계임을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양국 정치적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미래세대에게 부(負)가 아닌 풍요의 유산을 남겨주기 위해서는 한일이 진정으로 더욱 가까운 사이가 돼야 하며, 상대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자세, 즉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더욱 절실하다. 어려울 때 돕는 진정한 친구로서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의 슬로건인 ‘두 손을 맞잡고, 더 나은 미래로’라는 말처럼 역지사지의 마음과 활짝 열린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삼양그룹의 삼남석유화학은 일본과 합작사다. 성공 비결은.

▷삼남석유화학은 GS칼텍스, 일본 미쓰비시화학이 합작한 회사다. 폴리에스터 섬유 원료인 테레프탈산(TPA)의 자체 생산은 삼양그룹의 숙원이었는데, TPA 생산기술을 확보한 미쓰비시가 이를 도와줬다. 삼남석유화학 설립을 통해 신소재 분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며 석유화학 분야에서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삼남석유화학은 1990년 첫 가동 이후 15년이 채 안 돼 세계 최대 TPA 생산공장으로 발돋움했다. 삼양그룹은 전체적인 경영과 판매, 미쓰비시화학은 기술, GS칼텍스는 원료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데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장점을 살려서 협력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원가 절감, 공정 효율성 개선, 생산 혁신활동이 가능했고, 타사 대비 경쟁력을 착실히 갖출 수 있게 됐다. 그간 삼남석유화확이 거둔 성과가 많지만 은탑산업훈장과 20억달러 수출의탑을 수상했던 2012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김윤 회장은...
△1953년 서울 출생 △1971년 경복고 졸업 △1979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83년 미국 MIIS 국제경영학 석사 △1985년 삼양사 입사 △1996년 삼양사 대표이사 사장 △2000년 삼양사 대표이사 부회장 △2004년 삼양사 대표이사 회장 △2001년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2004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2011년 삼양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2014년 한일경제협회 회장 △2019년 삼양홀딩스 회장 △2021년 한국경제인협회 K-ESG얼라이언스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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