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특허청은 26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두 건의 특허를 미국에 출원했다"며 "한 건은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인식하고 승하차하는 방법이고, 또 다른 한 건은 인공지능(AI) 로봇이 미래 결과를 예측하며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출원한 특허 두 건은 AI 로봇의 자율주행 능력 향상과 관련 깊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로봇과 그 제어 방법'이라는 특허는 로봇이 와이파이 신호(식별값 및 신호세기)만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는지 또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닫혔는지 식별하는 기술이다. 특히 해당 기술은 복잡한 카메라 영상이나 서버와 연동이 없더라도 엘리베이터 내부 환경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응용하면 엘리베이터가 정차하려고 하는 순간, 로봇이 내리거나 올라탈 준비를 할 수 있다"면서 "호텔 병원 쇼핑몰 공공건물 등 스마트빌딩에서 서비스 로봇이 자율적으로 위아래 층을 이동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당 기술은 비전 기반 인식 시스템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특허는 삼성전자와 서울대 산학협력단(오성회 교수팀)이 공동 출원했다. 발명가는 오성회 교수팀이다. '상황을 보고 가장 알맞은 행동을 고르는 AI 장치와 그 방법'이라는 특허는 AI 로봇이 미래 결과를 예측하고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특히 행동의 결과를 단일 숫자가 아닌 복수의 가우시안 곡선으로 그려 이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우시안은 평균값을 중심으로 좌우가 대칭인 종 모양의 곡선으로, 데이터가 어느 값 근처에 얼마나 몰려 있는지를 확률적으로 나타내는 통계적 분포다. 이를 응용하면 AI 로봇이 불확실성까지 고려해 판단을 내리게 된다. 예를 들어 왼쪽 길은 평균이 8점인데, 잘못되면 0점일 수 있는 데 반해 오른쪽 길은 평균이 7점이지만, 항상 7점이 되는 선택지가 주어지면 안정적인 오른쪽을 선택하도록 하는 식이다. AI 로봇이 스스로 길을 찾거나, 속도 조절이 필요할 때 해당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로봇 기술에 박차를 가하는 까닭은 관련 시장이 팽창하고 있어서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서비스 로봇 시장 추정 규모는 올해 593억달러에서 2030년 1052억달러로 약 7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로봇은 산업 자동화에 투입할 수 있는 만큼 생산성 향상에도 보탬이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전방위 투자에 나선 상태다. 삼성전자는 2021년 처음 사내에 첫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한 이후 작년 말 휴머노이드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단장에는 오준호 카이스트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현재 로봇 연구개발 인력은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 배치됐으며, 삼성리서치 로봇 연구팀과 협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그리는 큰 그림은 △갤럭시 생태계에 로봇을 접목하고 △개인용 로봇으로 시장을 선점하며 △산업용 로봇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양팔로봇, 자율이동로봇 등을 제조·물류 현장의 업무 자동화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이들 로봇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상황별 데이터와 환경적 변수를 AI 알고리즘으로 학습·분석해 작업 능력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재용 회장은 작년 수원 사업장에서 '볼리' 시연을 본 뒤 "갤럭시 웨어러블 제품과의 연계 방안을 고민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덕 기자 /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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